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 세계 여성의 날 맞아 '스페셜 포커스: 인디펜던트 우먼'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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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 세계 여성의 날 맞아 '스페셜 포커스: 인디펜던트 우먼'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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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터멜론 우먼. 사진 출처: 전주국제영화제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집행위원장 이준동)가 세계 영화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여성 독립영화 감독 7인을 집중 조명하는 특별전 ‘스페셜 포커스: 인디펜던트 우먼(Special Focus: I am Independent)’을 공개했다.

 

스페셜 포커스는 창의적인 실험과 혁신적인 정신을 지닌 독립·예술영화를 소개하는 전주국제영화제가 그해 가장 중요한 화두 또는 복기해야 할 주제를 제시하는 섹션으로, 올해 두 가지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 중 처음 공개되는 ‘스페셜 포커스: 인디펜던트 우먼’은 지난 20년 넘게 독립영화를 지지해 온 전주국제영화제의 정체성을 기반으로,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목소리를 다시 발굴하고 새로운 영화 역사를 만들려는 대안적 시도로 독립영화를 만든 여성 감독들의 작품을 주목하며 세계 각국에서 활약한 여성 감독 7인의 작품 15편을 소개한다.

 

1950년대 활동을 시작한 이탈리아 다큐멘터리의 선구자 체칠리아 만지니부터 70년대 여성실험영화집단 '카이두클럽'을 이끈 한옥희 감독, 20세기 이란 뉴시네마의 대표 감독이자 시인인 포루그 파로흐자드, 1970년대 미국 최고의 독립영화 중 한 편을 연출한 바바라 로든, 프랑스 뉴웨이브의 대표적인 스타이자 감독인 안나 카리나,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 ‘듀녜멘터리’라는 자신만의 영화 형식을 만든 감독 셰럴 두녜이, 뉴아르헨티나시네마의 초기 대표 주자로 손꼽히는 알베르티나 카리에 이르기까지 반세기 동안 이어진 여성 감독 7인의 데뷔작과 대표작을 총망라한 것이다.

 

먼저 ‘스페셜 포커스: 인디펜던트 우먼’에서 주목한 첫 번째 감독은 세계대전 후 이탈리아에서 활동한 최초의 여성 다큐멘터리스트 체칠리아 만지니 감독이다. 도시 개발의 이면, 종교와 파시즘의 결탁, 노동자와 여성이 처한 현실까지 다양한 사회‧정치적 문제들을 과감하고도 독특한 연출력으로 풀어내는 만지니 감독의 데뷔작인 <미지의 도시>(1958)부터 <마리아와 나날들>(1960), <스텐달리 (스틸플레이)>(1960), <습지의 노래>(1961), <여자-되기>(1965), <목의 굴레>(1972) 등 초기 단편 총 6편이 상영된다.

 

한국 실험영화의 내·외연을 확장하는 데 기여한 한옥희 감독의 작품은 단편 4편을 준비했다. 1970년대 유신정권 시기에도 불구하고 여성 영화인의 활동과 실험영화 제작에 앞장선 개척자 한옥희 감독은 관객들의 의식을 실험하고 도전하는 저항 운동으로서의 영화를 만들며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영화적 실험을 감행했다.

 

억압받던 한국 사회에서 급진적이고 전위적인 영화 언어를 다각도로 표현한 작품 <구멍>(1973), <중복>(1974), <색동>(1976), <무제 77-A>(1977)를 스크린으로 만나볼 수 있으며 마스터클래스를 통해 한옥희 감독의 작품 세계를 폭넓게 이해할 수 있는 시간도 마련할 예정이다.

 

이란의 거장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예술 세계에 영감을 준 포루그 파로흐자드 감독의 처음이자 마지막 작품도 소개된다. <검은 집>(1962)은 한센병 환자 수용소에서 12일간 거주하며 그들의 일상을 카메라에 담아낸 다큐멘터리로, 당시 폐쇄적인 이란 사회의 정치와 종교를 향한 비판적 목소리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배우로 더 잘 알려진 바바라 로든 감독과 안나 카리나 감독의 대표작 2편 역시 독립·예술영화 역사에서 다시 새겨봐야 할 작품으로 이번 스페셜 포커스에서 조명한다. 1964년 토니상 연극 부분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배우 바바라 로든 감독의 유일무이한 연출작 <완다>(1970)는 길거리를 떠돌다 은행 강도 사건에 휘말린 한 여성의 실화에 영감을 받아 제작된 영화로, 베니스국제영화제와 칸영화제에 초청된 바 있다.

 

누벨바그의 대표 얼굴로 알려진 배우 안나 카리나는 장 뤼크 고다르 감독의 <국외자들>(1964) 등에 출연한 스타 배우로 알려져 있지만 연출적 재능도 예사롭지 않은 인물이었다. 안나 카리나 감독의 첫 번째 연출작 <비브르 앙상블>(1973)은 자유로운 히피 여성이 운명 같은 격정적인 사랑 후 독립적인 삶을 살아 나가기까지의 과정을 그린다. 안나 카리나는 <비브르 앙상블>로 1973년 칸영화제에 초청되었고, 스타 배우가 상업영화가 아닌 예술영화의 감독이 된 초기 사례로 기록되었다.

 

1990년대 ‘뉴퀴어시네마’라는 용어가 등장한 시기, 아프리카계 미국 레즈비언이 연출한 첫 번째 장편 극영화 <워터멜론 우먼>(1996)을 만든 셰럴 두녜이 감독과 아르헨티나의 군사정권에 부모가 납치된 자전적 경험을 투영한 영화 <금발머리 부부>(2003)를 만든 알베르티나 카리 감독 역시 올해 ‘스페셜 포커스: 인디펜던트 우먼’에서 주목한 감독이다.

 

전주국제영화제 문성경 프로그래머는 이들 7인의 영화에 대해 “당대에는 여성의 사회적 위치와 시대적 관습을 이유로 작품이 가진 가치에도 불구하고 깊이 논의되거나 널리 상영되지 못했다.

 

그러나 산업 논리와 관습에서 벗어나 기존에는 시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영화 형식을 제시하고, 사회에서 금기시된 주제를 전면으로 내세우며, 사회적 약자와 소외된 집단에 대한 공감을 이야기하는 등 거침없는 도전을 시도했던 작품”이라 설명하며 “실존과 자유 의지라는 인간 보편의 가치에 질문을 던지는 이들의 영화가 현재의 비평과 만나 새로운 영화 역사를 쓸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전주국제영화제는 ‘7인의 여성 감독과 7인의 여성 비평가의 시선으로 보는 또 하나의 영화 역사’를 테마로 한 비평집 『인디펜던트 우먼– 7인의 감독전』(가제)과 특별 웹사이트도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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