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속에서 만든 배고픔, 비만으로 가는 지름길
  • 해당된 기사를 공유합니다

생활

머릿속에서 만든 배고픔, 비만으로 가는 지름길

가짜 배고픔 이용해 효과적인 체중감량까지

주석 2021-03-25 141551.jpg

가짜 배고픔. 사진 출처: Unsplash


(국민문화신문) 정예원 기자= 방금 밥을 먹었는데 또 배가 고프다면 정말 허기가 진 게 아니다. 머릿속에서 만든 ‘가짜 배고픔’이다.

 

우리 뇌의 시상하부는 몸에 필요한 에너지(열량)가 부족하면 ‘배고픔’이라는 신호를 보내 음식물 섭취를 유도한다. 문제는 열량이 부족하지 않을 때도 뇌가 배고픔의 신호를 보낸다는 것이다.

 

하지만 가짜 배고픔과 진짜 배고픔은 원인과 증상이 다른 만큼 차이점만 잘 알아만 둔다면 오히려 가짜 배고픔을 이용해보다 효과적으로 체중감량을 할 수 있다.

 

식사한 지 3시간이 되지 않았는데 배고픔을 느끼는 것을 가짜 배고픔이라고 한다. 이는 진짜 배고픔과는 차이가 있다.

 

가짜 배고픔의 대표적인 속임수는 ‘당’이다. 혈중 당분이 떨어지면 우리 몸은 배고프다는 신호를 보낸다. 하지만 혈당이 떨어졌다는 의미가 열량 부족을 뜻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 순간만 이겨낸다면 쌓여있는 지방을 효과적으로 태울 수 있다.

 

체내 혈당이 떨어지면 우리 몸은 먼저 간이나 근육에 축적된 글리코겐을 분해해 에너지원으로 쓰다가 지방을 분해해 에너지를 마련한다.

 

지방 분해 단계에 접어들기까지는 대략 한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이를 무시하고 바로 음식을 먹으면 혈당은 올라가고 지방은 그대로 쌓여 오히려 살이 찐다.

 

스트레스도 가짜 배고픔을 유발한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울적해지면 체내 세로토닌의 수가 줄어든다. 세로토닌은 뇌의 시상하부에 있는 신경전달물질이다.

 

교감신경에 작용해 혈압과 호흡 횟수를 늘려 우리 몸에 활기를 주고 기억과 학습능력을 비롯해 소화나 장운동에도 영향을 미친다.

 

세로토닌이 떨어지면 우리 몸은 피드백 작용에 따라 세로토닌의 분비량을 늘리려고 한다. 이 때 우리 몸이 사용하는 방법이 배고픔이다.

 

특히, 단 음식을 찾게 하는데 이는 인슐린의 분비를 촉진하기 위해서다. 세로토닌은 트립토판이라는 아미노산을 통해 뇌 속에서 만들어지는데, 트립토판이 뇌에 도달하려면 인슐린의 도움이 필요하다.

 

따라서 혈당을 낮추는 역할을 하는 호르몬인 인슐린의 분비를 유도하기 위해 혈당을 높이는 단 음식을 찾게 뇌에서 신호하는 것이다.

 

또 스트레스를 받으면 코르티솔이라는 호르몬이 과다 분비되는데 코르티솔은 식욕을 억제하는 호르몬인 렙틴의 분비량을 감소시켜 식욕을 돋게 만든다.

 

폭식증 환자 중에는 만성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이는 과다 분비된 코르티솔이 끊임없이 식탐을 부르고 배고픔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다이어트 상황 자체도 가짜 배고픔을 만든다. 우리 몸은 에너지가 부족하지 않아도 평소 섭취하는 열량보다 조금만 적게 먹으면 이를 채우기 위해 신호를 보낸다.

 

하지만 에너지 부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 순간을 이겨내다 보면 어느새 우리 몸도 변화에 적응하면서 더 이상 배고픔의 신호를 보내지 않게 된다.

 

푸짐한 안주를 먹고도 과음 뒤에 배가 고프다고 느끼는 경우도 있는데 이 역시 가짜다. 술은 위와 장에서 흡수돼 간에서 해독작용을 거친다.

 

간은 해독작용 외에도 글리코겐을 포도당으로 변화시켜 몸에 필요한 에너지를 만드는 역할도 한다. 하지만, 과음을 하게 되면 간이 해독작용으로 바빠지면서 포도당을 만드는 일을 제대로 못하게 된다.

 

자연히 혈당은 떨어지고 뇌는 배고프다는 신호를 보내지만, 이 역시 일시적인 현상이다.

 

이때 배고픔을 참지 못하고 과식으로 이어지면 비만을 유발하는 습관으로 굳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음주 후 배고픔이 느껴질 때는 야식보다 꿀물이나 초콜릿 등으로 당분을 보충하는 것이 좋다.

 

가짜와 진짜 배고픔을 구분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배고프다고 느낄 때 내 몸의 변화를 유심히 살펴보는 것이다.

 

지난해 2월 방송된 SBS 예능 프로그램 ‘미운 우리 새끼’에서는 개그우먼 김신영이 34kg 감량할 수 있었던 그 비결과 함께, 가짜 배고픔과 진짜 배고픔을 구분하는 법에 대해 설명했다.

 

이날 김신영은 “진짜 배고픔은 아무거나 먹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하지만, 가짜 배고픔은 특정 음식이 먹고 싶은 것이다.”라고 설명하며 건강 전도사다운 면모를 뽐냈다.

 

진짜 배고픔은 배고픈 느낌이 서서히 커지면서 속이 쓰리거나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난다. 살짝 어지럽거나 가벼운 두통, 기분이 쳐지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특정 음식보다 어떤 음식을 먹어도 상관없다 느끼고 먹고 나서는 만족과 행복감에 기분이 좋아진다.

 

반면 가짜 배고픔은 슬프거나 짜증나는 일이 있을 때 느끼는 경우가 많고 초콜릿처럼 달거나 떡볶이처럼 매운 것과 같은 특정 음식에 대한 욕구가 강해진다. 또 배가 불러와도 계속 먹으려고 하고, 먹은 뒤에는 행복감보다 공허함과 자책감이 밀려오는 경우가 많다.

 

식사한 지 3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배가 고프다면 물을 한 컵(약 200mL) 마셔보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물을 마시고 20분 후에도 여전히 공복감이 있다면 이는 진짜 배고픔이다.

 

가짜 배고픔에는 오히려 강도 높은 운동과 고단백 식사가 도움이 된다. 가짜 배고픔을 이겨내는 방법에는 무엇보다 의지가 가장 중요하지만, 생활 습관의 변화로도 약간의 도움은 받을 수 있다.

 

우선 가짜 배고픔을 느꼈을 때, 짧은 시간에 강도 높은 운동을 하는 것이다.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에 대항할 수 있는 건 엔도르핀뿐이다.

 

엔도르핀은 뇌하수체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우리가 통증을 느낄 때 진통제 역할을 한다. 유산소 운동보다는 스쿼시나 축구, 농구처럼 강도 높은 운동을 짧은 시간에 할 때 많이 분비된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보건대학원 연구팀의 논문을 살펴보면 총 칼로리는 같게 하면서 각각 단백질과 탄수화물, 불포화지방산을 강화한 식단을 각 실험군에게 6주간 섭취하게 했다. 그 결과, 단백질을 강화한 식단을 먹은 실험군이 다른 두 식단을 유지한 실험군에 비해 식욕 억제 효과가 두드러지게 높았다.

 

한편, 김소형 한의사는 “다이어트를 한다고 우리 몸이 필요한 에너지를 보충하는 배고픔까지 무시한다면, 더 큰 폭식으로 해결하려고 할지 모른다. ‘진짜 배고픔’과 ‘가짜 배고픔’을 잘 구별해서 우리 몸에 현명하게 에너지를 공급해줘야 된다.”라고 전했다.

 

체중 조절이 날씬한 몸매를 뽐내고자 할 때도 필요하지만 건강한 삶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비만은 만성질환의 위험 인자로 꼽히는 만큼 이번 기회를 통해 가짜 배고픔과 진짜 배고픔을 잘 구분해 단호하게 대처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효과적인 체중감량은 물론 더 건강한 삶을 사는데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