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공간 루프, ‘전보경 개인전: 로봇이 아닙니다’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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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공간 루프, ‘전보경 개인전: 로봇이 아닙니다’ 개최

4월 1일부터 5월 16일까지 ‘전보경 개인전: 로봇이 아닙니다’를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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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Swear, I Am Not a Robot, 4채널 HD 비디오, 23분 53초, 2021. 사진 제공: 대안공간 루프


(국민문화신문) 정예원 기자= 대안공간 루프가 4월 1일부터 5월 16일까지 ‘전보경 개인전: 로봇이 아닙니다’를 개최한다.

 

홍대에 있는 대안공간 루프는 대한민국 1세대 대안공간으로서, 그동안 미술 문화의 발전을 위한 다채로운 활동을 펼쳐온 대안공간 루프가 4월 1일부터 5월 16일까지 ‘전보경 개인전: 로봇이 아닙니다’를 개최한다.

 

대안공간 루프는 미래의 잠재적인 가능성을 지닌 재능 있고 실험적인 작가 발굴 및 지원이라는 대안 공간 특유의 소임은 물론, 일찍부터 국내외 미술계와 다양한 교류 및 네트워킹을 바탕으로 실험적인 동시대의 글로벌 한 미술 문화 흐름을 알리는데 앞장서 왔다.

 

기업가들에 따르면 로봇 발달과 산업 자동화는 비숙련 노동자의 감소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비숙련 노동자의 업무는 상당 부분 반복 작업이기 때문이다. 이에 비숙련 노동자는 사라지고,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는 게 이들의 예상이다.

 

특히, 스마트 공장은 제조업에 근무하는 노동자에게 ‘일자리 불안’으로 다가올 뿐이다. 전보경은 지금 시대 노동하는 인간의 신체가 지니는 미감을 탐구해 왔다.

 

1920년 체코의 프라하 국립극장에서 첫 선을 보인 연극 '로숨의 유니버설 로봇'에는 인간을 닮은 인조인간 '로봇'이 세상에 처음 등장한다.

 

극 중 과학자 '로숨'은 개선된 인류를 창조해 신의 무용함을 증명하고자 한다. 로숨에 의해 탄생된 새로운 생명체 ‘로봇’은 대량 생산되어 노동, 전쟁 등 인간의 노동력을 완전히 대체한다.

 

신체의 노동으로부터 해방된 인류는 낙원을 꿈꿨지만 결국 스스로 만들어 낸 진화된 로봇에 의해 멸망한다. 체코의 문학가 카렐 차페크에 의해 탄생된 '로봇'은 100년이 지난 현재, 상상 이상의 미래와 마주하고 있다.

 

전보경은 ‘자동화 시대를 사는 우리는 자본가, 노동자 모두 기계에 점유되어 기계로부터 해방은 불가능해졌다’고 말한다.

개인전 ‹로봇이 아닙니다›는 ‘로봇이 반복 생산이라는 효율적 활동을 극대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면, 인간은 무엇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것일까? 오히려 인간의 비효율성이 특별한 무엇이 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됐다.

 

작가는 인간의 소외된 노동과 노동을 위한 신체에서 미적 가치를 찾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현자의 돌, 2017›, ‹신사의 품격, 2018› 등에 등장하는 이발사, 전통과자 제과사, 전통 인형극사, 양장사는 신체의 노동, 손을 사용하는 수공인이다. 2대에 걸쳐, 혹은 40년 이상 가업으로 이어오고 있는 이들의 노동은 사라져가는 직업군이기도 하다.

 

전보경은 기계에 의해 점유된 현대사회에서 인간의 노동과 노동을 위한 신체의 움직임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질문한다.

 

이번 전시는 생산적 노동을 위한 로봇의 일률적인 움직임과 그에 절대적으로 대비되는 무용가들의 신체를 이용한 ‘신체-감각-기술-(비)생산적 차원의 관계’ 연구이다.

 

영상 작업 ‹Zeros: 오류의 동작›에는 4명의 무용가가 등장한다.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4명의 현대 무용가는 자동차 생산 공장에서 로봇 팔의 일률적인 움직임을 제 신체의 움직임에 담는다. 무용가들은 로봇 팔이 6개의 축으로 만들어낸 움직임(회전, 좌우, 상하)을 화살표로 변환시킨 무보에 따라 움직인다.

 

작가는 로봇의 움직임을 관찰해 드로잉 한 후 제작한다. 드로잉을 본 무용가들은 각자의 감각으로 안무를 구성한다. 생산적 노동에 최적화된 로봇팔은 곡선 드로잉, 직선 드로잉, 텍스트 등 인간의 비생산적인 움직임으로 재탄생 된다.

 

전보경은 4명의 무용가의 안무로 짜여진 이 영상 작업에 ‘무용한 신체’라는 복수의 의미를 부여한다. 하나는 기계적이고 일률적인 로봇에 비해 더 이상 생산적이지 못한 인간의 무용(無用), 또 하나는 능동적인 몸짓으로 예술하는 인간의 무용(舞踊)이다.

 

하지만 이들은 로봇의 규칙을 완전히 모방하지 못한 채 엇박자를 내며 오작동이 발생한다. 이에 대해 전보경은 “인간의 비효율적 움직임이 로봇의 그것과는 상반되는 인간만의 특성”이라고 말한다.

 

로봇이 아닙니다는 ‘4차 산업’ 시대를 사는 인간이 기계로부터 해방을 꿈꾼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로봇의 질서가 자본의 질서이며 과잉 생산과 과잉 축적을 위한 것이라면, 이를 넘어서서 주체적 위치로 나가게 하는 인간의 신체를 작업으로 구현하고자 한다.

 

 전시 관람은 예약 없이 진행되며, 코로나 상황에 따라 변경될 수 있다. 입장료는 없다.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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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보경 개인전: 로봇이 아닙니다’ 전시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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