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손에 빵, 한손에 복음…세상 밀알 되는게 구세군 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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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화

"한손에 빵, 한손에 복음…세상 밀알 되는게 구세군 사명"

김필수 구세군 신임사령관 "한국교회 섬김·희생으로 소금역할 해야"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구세군에는 '한 손에 빵을, 한 손에 복음을'이라는 슬로건이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맡겨주신 '빵'과 '복음'으로 세상의 밀알이 되는 게 구세군의 미션입니다."


24일 서울 중구 정동 구세군 중앙회관에서 만난 김필수(61) 한국 구세군 신임 사령관은 "영혼의 구원과 사회복지 사업은 구세군을 이루는 두 개의 수레바퀴"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 사령관은 "리더가 된다는 것은 곧 자신의 행복과 권리와 자유를 내려놓고 남이 누릴 행복과 권리와 자유를 위해 헌신하는 것"이라며 막중한 책임감도 털어놨다.


그는 1985년 구세군 사관으로 임관해 구세군 봉천 영문(교회)과 안양 영문 담임 사관, 구세군사관학교(현 구세군사관대학원대학교) 교수와 부교장 등을 거쳐 지난 5일 구세군을 이끄는 사령관 자리에 올랐다.


구세군은 1865년 영국 런던에서 윌리엄 부스 목사에 의해 세워진 기독교의 한 교파다. '기독교선교회'란 이름으로 처음 활동을 시작했으나 이내 교단 명칭을 '세상을 구원하는 군대'란 뜻의 구세군으로 바꾸고 군대식 조직을 갖췄다.


실제 구세군에서는 군복, 군기, 계급 등 군대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김 사령관은 구세군의 장점으로 기동력, 헌신과 복종, 단결심, 추진력 등을 꼽았지만 "외형적으로는 군대 조직을 빌려 왔지만, 구세군엔 늘 인격적으로 상대방을 존중하는 정서가 있다"며 "구세군의 문화는 무조건적인 상명하복으로 대변되는 군사문화와는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그 예로 구세군 내 남녀평등의 문화를 들었다.


구세군 사관은 부부가 함께 직책을 가지고 공동사역을 하는 전통을 지녔다. 김필수 사령관의 부인 최선희 여성 사역 총재는 구세군 여성 사역 업무 전반을 맡고 있다.


김 사령관은 "구세군 창립자는 여성도 설교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초창기부터 강조했다"며 "구세군의 경우 남녀가 같은 교육, 같은 훈련을 받으며 남녀 모두 사관이 되어 사역하는 게 전통"이라고 소개했다. 여성도 '사모'가 아닌 '여사관'으로서 당당히 사역을 맡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한편 구세군이 태동한 데는 거리에 노숙자가 넘쳐나고 사회적 모순이 불거지던 산업혁명기의 암울한 시대적 배경이 있었다. 당대의 현실에 눈감지 않고 교회 문을 박차고 나와 가난한 이들을 돌보고 거리를 예배장소로 삼은 게 구세군이었다.


김 사령관은 침체기에 접어든 한국교회와 목회자의 자질 추락을 우려하며 "한국교회가 선한 영향력을 잃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제·교육·의료 등 각종 사회복지사업에 앞장섰던 교회의 모습을 되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교회는 안에만 갇혀 있습니다. 교회 바깥으로 나가서 사랑과 나눔으로 사회에 녹아들어야 하는데 한국교회는 외형만 불리는 데 급급했어요. 섬김과 희생으로 소금 역할을 해야 하는데 그 부분을 많이 놓쳤습니다."


물질주의, 성장주의, 교파주의, 이기주의에 빠진 탓에 한국교회가 생명력을 잃고 있다는 뼈아픈 지적이다.


김 사령관은 그러면서 "세상 가장 낮은 곳으로 내려가 상하고, 찢기고, 고통받는 자들의 눈물을 닦아줄 때 교회로서 신뢰를 회복하고 이 땅에 진정한 희망이 될 수 있다"며 "세상 가장 낮은 곳의 이웃들을 찾아가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돌보는 것이 구세군의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또 구세군을 생각하면 떠오는 게 '자선냄비'다. 많은 사람이 구세군을 종교단체가 아닌 복지단체로 오해하는 이유기도 하다.


그는 "지난 1928년부터 시작된 자선냄비 모금은 이제 하나의 국민운동이 됐다"면서 "지난해에도 거리모금을 통해 약 41억 원, 기업모금 52억 원, 기타모금 8억 원 등 총 101억 원을 모금했다"고 밝혔다.


이어 "놀라운 것은 자선냄비 모금이 시작된 이래로 한 해도 모금액이 줄어든 적이 없다는 사실"이라며 "그만큼 구세군 자선냄비는 시민의 사랑과 신뢰를 받고 있다"고 자부심도 드러냈다.


구세군은 자선냄비를 통해 모은 기금으로 다양한 사회복지 사업을 펼치고 있다. 노인복지, 아동복지, 노숙인 자활, 에이즈 치료, 알코올 중독 치료, 다문화 가정 지원 등 사회복지 전 분야를 아우르며 전국 150여 개 사회복지 시설을 운영 중이다.


김 사령관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단순히 먹이고 재워주는 형태가 아닌 차별화되고, 전문적인 사회복지가 필요하다"며 "구세군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사회복지와 구세군만이 할 수 있는 복지 사업을 선택해 질 높은 복지 사업을 펼치려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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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김필수 한국 구세군 신임 사령관이 24일 서울 중구 정동 구세군 중앙회관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6.6.24jin9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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