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의 무대' 한라산, 철쭉ㆍ단풍ㆍ눈꽃을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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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의 무대' 한라산, 철쭉ㆍ단풍ㆍ눈꽃을 즐긴다

29일 단풍 절정…사계절 독특한 아름다움 뽐내며 등반객 '유혹'
2000년대 들어 웰빙바람 타고 산행 급증, 작년 125만명 넘어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울긋불긋 색동옷으로 갈아입은 한라산을 보러 많은 등산객이 몰리고 있다.


육지보다 다소 늦은 오는 29일께 한라산 단풍이 절정을 이룰 것이란 예측이 나오면서 이번 주말을 시작으로 많은 도민과 관광객들은 삼삼오오 모여 오색 단풍길을 걸으며 산행을 즐긴다.


가을은 물론 봄·여름·겨울 할 것 없이 한라산은 독특한 아름다움을 뽐내며 계절마다 축제의 무대로 변신한다.

14771791381098.jpg'위용' 드러낸 한라산 백록담[연합뉴스 자료사진]


◇ 축제의 무대 한라산


우리나라 최남단 제주섬 한가운데 1천950m 높이로 우뚝 솟은 남한 최고봉 한라산의 봄은 천천히 느리게 온다.


해발 1천400m 이상에서 자라는 한라산 산철쭉은 보통 5월 말에서 6월 초 만개하는데 이때쯤 어김없이 한라산 일원에서 한라산 철쭉제가 열린다.


만세동산, 윗세오름, 장구목, 방아오름, 선작지왓, 돈내코 넓은드르 등 산 곳곳에 활짝 핀 산철쭉은 한라산의 다양한 지형과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한다.

14771791320968.jpg화사하게 피어난 한라산 산철쭉[연합뉴스 자료사진]

한라산 최대 군락지로 손꼽히는 해발 1천600m의 선작지왓과 윗세오름 서북쪽의 만세동산 일대 산철쭉은 강풍과 한파에 적응하느라 수형이 거북 모양으로 납작 엎드린 고산지역의 앙증맞은 모습으로 등산객을 맞는다.


한라산 철쭉제는 1967년 5월 21일 제1회 행사를 개최한 뒤 어느덧 올해 50회째를 맞았다.


여름이 되면 시원한 계곡과 나무 그늘 안으로 무더위에 지친 사람들을 초대한다.

 

남한 최고봉 높이가 부담스러운 사람들은 한라산이 품은 360여 개의 오름을 오르며 더위를 피한다.


한라산 백록담까지는 온종일 걸어 오른 뒤 내려와야 하지만 오름등반은 남녀노소 누구나 반나절이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 때문에 2000년을 전후해 오름 열풍이 제주는 물론 전국에 불면서 직장인 동호회, 청소년 오름 축제, 오름 사랑 마라톤 대회, 오름 야영 캠프 등이 잇따라 만들어지기도 했다.

14771791407041.jpg붉게 물든 한라산 단풍[연합뉴스 자료사진]

가을 한라산은 노랗고 빨간 울긋불긋 색동옷으로 곱게 갈아입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


오는 29일이면 산 전체의 80% 이상이 단풍으로 물들어 절정을 이룰 전망이다. 최고의 단풍 명소로는 용진각 계곡과 왕관릉, Y계곡, 영실기암, 탐라계곡 등이 꼽힌다.


특히 영실기암 단풍은 500여 개의 기암괴석 사이로 울긋불긋 물들어 한라산 가을 단풍의 백미로 꼽힌다. 마치 아름다운 한 폭의 병풍이 눈 앞에 펼쳐진 듯하다.


관음사 탐방로의 뾰족 솟은 삼각봉 주변으로 물든 단풍도 손꼽히는 절경을 자아낸다.


새하얀 설국으로 변한 겨울 한라산은 그야말로 겨울왕국이 따로 없을 정도다.


웅장한 백록담과 안개 사이로 보이는 한라산 기암절벽 모두가 흑백이 조화로운 동양화를 걸어놓은 듯 황홀한 설경을 보여준다.


매서운 찬바람을 이겨낸 구상나무는 하얀 솜 옷을 걸쳐 크리스마스트리를 연상케 하며 등반객들을 유혹한다.

봄에 철쭉제가 열리듯 겨울에는 만설제가 1974년 1월 13일 처음 열린 뒤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조국의 평화통일과 산악인들의 무사 산행을 기원하는데 도내 산악인은 물론 다른 지역에서도 많은 산악인이 찾아올 정도다.

14771791465210.jpg만개한 한라산 눈꽃[연합뉴스 자료사진]

◇ 한라산 등반패턴의 변화

한라산은 연간 등반객 수가 꾸준히 상승 추세를 보이며 내국인은 물론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월별로 보면 산철쭉이 피기 시작하는 5월이 전체 등반객의 20% 내외를 차지하며 가장 많았고, 이어 4월·8월·10월 순으로 많은 등반객이 한라산을 찾는다.


5월은 철쭉 상춘인파와 학생들의 수학여행이 몰리기 때문이며, 4월은 진달래, 8월은 여름 휴가철, 10월은 단풍관광객이 몰리는 것과 비례한다.


한라산 연간 등반객 추이를 살펴보면 반짝 생겨났다가 사라진 축제와 그해 사건·사고, 이벤트, 등반로의 폐쇄 등 온갖 풍파와 맞닿아 있다.


한라산 연간 등반객은 1981년 처음으로 10만명을 넘어선 이후 1987년 20만명, 1992년 42만명을 거쳐 1994년 50만명을 넘어섰다.


1990년대 중반 통일 의지를 담아 '한라에서 백두까지'라는 이름으로 각종 단체에서 한라산 백록담·백두산 천지의 물과 흙을 합치는 '합수합토제(合水合土祭)' 행사가 붐을 이뤘다.

14771791349114.jpg백두산.한라산 물과 흙 합쳐 통일기원[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러다 1996년부터 1999년까지는 50만명에 미치지 못하며 소강상태를 보이기도 했다.


급증하는 등반객으로 한라산 훼손이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자 1994년 7월부터 1999년 2월까지 윗세오름에서 한라산 정상에 이르는 남벽코스와 돈내코 코스 전구간 등에 대한 자연휴식년제를 실시했기 때문이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 등 악재가 겹친 것도 한 이유다.


그사이 제주 관광 비수기인 겨울철 한라산의 눈꽃을 관광 상품화하며 관광객의 발길을 끌기 위해 1997년 눈꽃축제가 열렸으나 변화무쌍한 한라산의 날씨에 따라 축제 분위기가 달라지는 구조적인 문제점이 노출되면서 5차례 만에 폐지되기도 했다.

 

그러다 2000년 들어 건강에 대한 관심과 웰빙바람, 오름에 대한 재조명 등 다시 한라산 등반에 불이 붙으면서 2005년 70만명, 2010년 114만명, 2013년 120만명, 2015년 125만명 고지를 넘어서는 등 급격한 증가추세를 보였다.


2000년 1월 1일 0시 0분 0초에 한라산 정상에서 새천년 횃불 200개를 점화하는 '새 천년의 빛 한라에서 백두까지' 행사를 하는 것을 시작으로, 2002년 월드컵 성공 기원 철쭉제,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성화채화 행사가 연이어 이어졌다.

14771791434677.jpg전국체전 밝힐 성화[연합뉴스 자료사진]

전국체전의 성화채화 행사도 한라산 백록담에서 열리는 등 백록담은 남한 최고봉이자 민족의 영산으로서 그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한라산은 이후에도 2002년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2007년 세계자연유, 2010년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받으면서 명실상부 세계인의 유산으로 거듭나며 그 위상을 드높였다.


2008년 물장오리습지, 2009년 1100고지 습지, 2015년 숨은물벵디 습지가 차례로 람사르습지로 인정받으면서 한라산국립공원은 유네스코 3관왕과 람사르습지를 동시에 보유한 세계 유일의 '국제 4대 보호지역'이 됐다.


또 2000년대 말 올레길 열풍과 함께 한라산 등반 역시 붐을 이루면서 2010년 처음으로 연간 등반객 100만 시대를 열게 됐다.


2013년 120만명 넘는 사람들이 오르며 가파른 상승 곡선을 보이던 연간 등반객 수는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사고로 추모분위기가 전국에 확산하면서 잠시 주춤했으나 이듬해 다시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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