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즈 방한 70만 명① 새로운 관광산업으로 떠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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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즈 방한 70만 명① 새로운 관광산업으로 떠오르다

 

제주의 중국인 크루즈 관광객.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바다 위의 호텔로 불리는 크루즈가 한국에 기항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2008년 7만 명 수준이던 크루즈 입국자는 지난해 69만 명으로 급증했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크루즈를 타고 한국을 방문한 여행자의 수가 45만 명이었다.

외국인 크루즈 여행자는 1∼2년 내에 연간 1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크루즈 방한 관광객의 증가 원인과 현황, 과제를 정리했다.

◇ 5년 사이에 급속하게 증가한 크루즈 방한 여행자

크루즈는 특별한 선박이다. 운송이 목적인 여객선과 달리 크루즈는 관광과 휴양에 초점을 맞춘 완성된 여행 상품이다. 세계관광기구(UNWTO)는 크루즈에 대해 "최단 시간에 다양한 경험을 즐길 수 있는 21세기 최고의 관광 상품"이라고 밝혔다.

한국은 불과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크루즈와는 거리가 먼 곳이었다. 크루즈를 타러 가는 여행자도, 크루즈를 통해 입국하는 사람도 많지 않았다.

완만한 증가세를 그리던 크루즈 선박의 한국 기항은 2년 전부터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010년 147회, 15만4천 명이던 크루즈 입항 횟수와 입국자는 2012년 223회, 27만8천 명으로 증가했고, 지난해는 433회, 69만9천 명을 기록했다.

전체 입국자에서 크루즈 탑승객이 차지하는 비중도 2008년 1.0%에서 2010년 1.8%, 2012년 2.5%, 2013년 5.7%로 커졌다.

크루즈 입국 횟수와 방문자 증가는 중국인의 해외여행 바람과 맞물려 일어났다. 나라 밖으로 여행을 떠나는 중국인이 많아지면서 크루즈 선사들이 중국을 모항으로 하는 노선을 마련했고, 지리적으로 가까운 한국이 영향을 받은 것이다.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크루즈를 통한 입국자는 대부분 중국인"이라며 "비자 문제가 해결되면 크루즈로 한국에 들어오는 중국인 여행자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수년 전부터 좋지 않은 중일 관계도 크루즈 입국자 증가의 원인이 됐다. 중국 내에 일본 여행을 꺼리는 분위기가 퍼지면서 많은 선사들이 한국과 중국, 일본을 순회하던 노선 중 상당수를 한국과 중국을 오가는 노선으로 변경했다.

이미 중국에서는 여행사나 기업체가 선박을 통째로 빌리는 경우도 있을 만큼 크루즈 여행이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 기항 노선을 많이 운항하는 선사인 로얄캐리비안 크루즈의 한국사무소 관계자는 "한중 노선에는 아시아에서 가장 큰 14만t급 배가 다니고 있다"며 "다른 지역의 크루즈 선박에 견줘 시설이나 선내 프로그램이 뒤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현재 크루즈가 정기적으로 들어오는 항구는 부산, 인천, 제주, 여수 등 네 곳이다. 그중 크루즈 관광객 증가의 견인차 역할을 하는 도시는 제주다.

제주는 중국인이 비자를 받지 않아도 입국이 가능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2012년까지는 부산항에 들어가는 크루즈가 가장 많았으나, 지난해는 제주가 1위로 올라섰다.

올해는 대략 제주항에 약 250회, 부산항에 135회, 인천항에 105회, 여수항과 목포항에 10회 크루즈가 입항해 외국인 90만 명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주도에 입항한 크루즈 선박. <<연합뉴스 자료사진>>

◇ 크루즈 입국자의 여행 행태, 이렇게 다르다!

한국관광공사가 매년 실시하는 '외래 크루즈 관광객 실태 조사'에 따르면 사용하는 언어에 따라 크루즈 여행의 행태는 확연히 구분된다. 지난해 5월부터 10월까지 2천785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조사를 통해 언어권별로 크루즈 입국자를 비교했다.

2013년 크루즈 여행자의 한국 체류 시간은 중국인이 7.1시간으로 가장 길었다. 일본인 여행자는 6.4시간, 영어권 여행자는 5시간이었다.

여행 목적에도 차이가 있었다. 중국과 일본 여행자는 크루즈 여행을 택한 이유로 '편리하고 여유 있는 휴식'을 중시한 반면, 영어권 여행자는 '기항지에서의 문화 관광 체험'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중국인과 일본인은 크루즈 여행 자체가 기항지 관광보다 중요하다고 여기는 셈이다.

크루즈 여행의 동반 인원수와 동반자를 살펴보면 중국인 여행자의 특성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중국인은 크루즈 여행을 할 때 주로 단체로 움직였다. 크루즈 여행의 동반 인원수가 3인 이상이라고 답한 사람의 비율이 중국인은 65.6%인 반면, 일본인과 영어권 여행자는 각각 27.4%와 21.4%였다. 중국은 기업체의 포상 관광이 많고, 3인 이상의 크루즈 관광객은 비자 없이 상륙 신청을 할 수 있어서 단체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

또 배우자나 연인이 동반자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일본인, 영어권 여행자와 달리 중국인의 동반자는 부모나 자녀가 35.6%, 친구와 동료가 31.2%였다.

중국인 여행자가 큰손이라는 사실은 크루즈 입국자 조사에서도 확인됐다. 크루즈 입국자가 한국에서 쓴 평균 쇼핑 비용은 중국인이 912달러, 일본인이 367달러, 영어권 여행자가 163달러였다.

쇼핑 장소에서도 중국인은 면세점과 백화점을 선호하는 반면, 영어권 여행자는 전통 시장이나 항만 기념품점을 많이 들렀다. 또 중국인 중에는 화장품과 향수를 구입한 사람이 73.7%에 달했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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