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어디까지 가봤니.. 올림픽 국립공원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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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어디까지 가봤니.. 올림픽 국립공원①

허리케인 리지에서 설봉과 마주하다
허리케인 리지에서 설봉과 마주하다 (클랠럼 카운티<미국 워싱턴주>=연합뉴스) 박창기 기자 = 미국 올림픽 국립공원의 허리케인 리지에서 여행자가 눈 덮인 봉우리를 바라보고 있다. 허리케인 리지에는 방문자 센터, 식사를 할 수 있는 탁자와 의자가 있다. changki@yna.co.kr
 

(포트 앤젤레스<미국 워싱턴주>=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모든 지명에는 사연이 있다. 그 지역의 언어와 문화를 알면 의미를 유추할 수 있다.

 

그런데 미국 서부 워싱턴주 '올림픽 반도'는 난제였다. 현지에 도착해 몇몇 사람에게 물어도 뚜렷한 답을 듣지 못했다.

 

처음에는 4년마다 개최되는 스포츠 제전인 올림픽과 연관돼 있을 것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올림픽 반도와 인근 시애틀에서는 올림픽이 열린 적이 없다.

 

사실 올림픽 반도는 올림픽 산맥에서 명칭이 유래했다. 산맥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의 이름이 올림푸스 산이다. 그리스에서 가장 높은 산이자 '신들의 거처'라고 일컬어지는 산과 같다.

 

1778년 올림픽 반도에 다다른 영국인 탐험가가 올림푸스 산이라고 명명했다는데, 그가 어떤 연유에서 산명을 지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워싱턴주와 그리스에 있는 동명의 산 사이에는 유사한 점이 많다. 우선 최고 높이가 올림픽 반도의 산은 2천432m이고, 그리스의 산은 2천919m다. 두 산 모두 고원이 아니라 해안가에 자리해서 더욱 장엄하게 느껴진다.

 

또 꼭대기에는 1년 중 9개월 이상은 눈이 남아 있다. 바다에서 바라보면 설봉이 압도적인 면모를 풍긴다.

한가로이 풀을 뜯는 검은꼬리사슴
한가로이 풀을 뜯는 검은꼬리사슴 (클랠럼 카운티<미국 워싱턴주>=연합뉴스) 박창기 기자 = 미국 올림픽 국립공원의 허리케인 리지 방문자 센터 북쪽에는 사슴이 노니는 목초지가 있다.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 태평양이 한눈에 들어온다. changki@yna.co.kr
 

올림픽 반도에는 올림푸스 산을 비롯해 고도가 2천m 전후인 산봉이 10개가 넘는다. 뾰족한 봉우리들이 어깨를 맞대고 늘어서 있는 광경을 감상하려면 국립공원 내의 허리케인 리지(Hurricane Ridge)로 향해야 한다.

해발 1천755m의 허리케인 리지는 항구 마을인 포트 앤젤레스(Port Angeles)에서 구불거리는 도로를 1시간 정도 달리면 닿는다.

 

허리케인 리지는 겨울에는 태풍 같은 칼바람이 몰아치지만, 여름에는 평온하고 고요하다. 방문자 센터가 있는 전망대 주변에는 간단한 식사를 할 수 있는 탁자와 의자도 준비돼 있다.

 

잔설이 덮인 산맥은 한눈에 온전히 담을 수 없다. 고개를 좌우로 돌려야 산세를 가늠할 수 있다.

 

한여름에는 빙하도 볼 수 있다. 올림푸스 산에는 블루(Blue) 빙하, 화이트(White) 빙하 등이 있다. 빙하에서 녹은 물은 북쪽과 서쪽으로 흐르며 강과 시내를 만든다.

 

산 쪽을 향한 전망대의 뒤편은 넓은 목초지다. 따뜻한 계절에는 들꽃이 만발하고 검은꼬리사슴이 뛰어다닌다. 사슴은 유럽 알프스의 소처럼 동계에는 낮은 지대에서 생활하다 날이 풀리면 고지로 이동한다.

 

초지에는 산책로가 마련돼 있는데, 전망대와 달리 푸른 바다를 내려다볼 수 있다.

워싱턴주의 역사를 대변하는 사적
워싱턴주의 역사를 대변하는 사적(포트 타운센드<미국 워싱턴주>=연합뉴스) 박창기 기자 = 올림픽 반도 북동쪽에 위치한 포트 타운센드의 포트 워든 주립공원에는 19세기 후반에 건설된 등대가 있다. 미국 해안 경비대가 사용했던 등대는 역사를 말해주는 문화유산이 됐다. changki@yna.co.kr
 

올림픽 반도는 남쪽을 제외한 삼면이 바다다. 동쪽은 시애틀과 마주하고, 북쪽은 캐나다와 가깝다. 19세기에 형성된 자그마한 마을들은 북쪽에 위치한다.

 

태평양과 맞닿은 서쪽 해변은 전역이 국립공원이나 원주민 보호 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개발이 진행되지 않아 태곳적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서부 해안은 연어가 알을 낳기 위해 돌아오는 통로이기도 하다. 연어는 상류로 올라가 산란한 뒤 생을 마감한다. 죽은 물고기는 온대우림의 '젖을 주는 나무'처럼 다른 동물의 먹이가 된다.

 

아쉽게도 반도 서쪽에는 자동차로 접근할 수 있는 해변이 한정돼 있다. 리알토(Rialto) 해변 북쪽의 30㎞ 길이의 해안에는 도로가 없다. 하지만 배낭을 메고 산책로를 걸으면 조용한 해변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서정적인 풍광의 루비 해변
서정적인 풍광의 루비 해변 (제퍼슨 카운티<미국 워싱턴주>=연합뉴스) 박창기 기자 = 미국 워싱턴주 올림픽 반도 서부에 위치한 루비 해변의 모습. 태평양의 광활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changki@yna.co.kr
 

리알토 해변 남쪽의 루비(Ruby) 해변은 올림픽 반도에서 가장 잘 알려진 바닷가 명소다. 보석 '루비'의 색깔인 붉은색은 전혀 찾아볼 수 없고, 회색 자갈과 바위만 보인다. 파도가 꽤나 강해서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이 시원해진다.

루비 해변이 색다른 이유는 강물에 떠내려 온 나무가 곳곳에서 나뒹굴고 있기 때문이다. 쪼개지고 갈라진 앙상한 유목(流木)이 한쪽에 쌓여 있다.

석양이 깔린 퀴놀트 호수
석양이 깔린 퀴놀트 호수 (퀴놀트<미국 워싱턴주>=연합뉴스) 박창기 기자 = 미국 워싱턴주 퀴놀트 호수에 어스름이 내려앉았다. 사람들이 뒤집어 놓은 보트 너머로 잔잔한 호수가 보인다. changk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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