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동이 범죄소굴이냐"…영화 '청년경찰'에 중국동포들 격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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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문화

"대림동이 범죄소굴이냐"…영화 '청년경찰'에 중국동포들 격분

대책위 결성해 '바로 알리기' 캠페인…법적 대응도 추진키로
 

(서울=연합뉴스)  인기리에 상영 중인 영화 '청년경찰'에 중국동포를 비하하는 장면이 많이 등장한다며 중국동포들이 조직적인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재한동포총연합회, 중국동포한마음협회, CK여성위원회, 귀한중국동포권익증진위원회 등 국내 중국동포 단체들은 지난 23일과 24일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서남권글로벌센터와 재한동포총연합회 사무실에서 잇따라 긴급대책회의를 열어 '중국동포, 다문화,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한국 영화 바로 세우기 범국민대책위원회'를 결성했다.


이들 단체는 김숙자 재한동포총연합회 이사장이 관련 동포단체들을 결속시켜 공동대책위원장 체제를 구성하기로 하고 추진위원장과 집행위원장에는 곽재석 한국이주동포정책개발연구원장과 박옥선 귀한중국동포권익증진위원장을 각각 선임했다.


대책위는 25일 오후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중국동포 이미지를 범죄자로 낙인찍고 대림동 등 중국동포 밀집 지역 상권을 어렵게 만드는 영화 제작과 상영을 방관할 수 없다고 판단해 대책위를 결성해 대응하기로 했다"면서 "28일 오후 3시 영화 '청년경찰' 배경으로 등장하는 대림역 12번 출구 앞에서 지역단체·시민단체 등과 함께 중국동포와 지역 주민·상인들의 입장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대림동 중국동포타운 바로 알리기 홍보 캠페인'을 펼칠 예정"이라고 밝혔다.


페이스북이나 카카오톡 등 SNS에는 '청년경찰'을 보고 인격 모독을 느끼고 깊은 상처를 받았다는 중국동포들의 글이 많이 올라오고 있다. 또 "조선족들은 당장 중국으로 추방해야 한다"는 등 막말이 담긴 영화 감상평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일부 언론에서도 이 영화가 중국동포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고 내국인과 중국동포 간의 갈등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동포 밀집 거주지역을 우범지대로 묘사하는 영화(범죄도시)가 오는 추석 연휴 기간을 겨냥해 또 개봉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중국동포와 이들 지역의 상인 등의 불만과 불안감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곽재석 추진위원장은 "이대로 가다간 영화를 본 많은 내국인이 중국동포를 악랄한 범죄인으로 인식하게 되고, 대림동과 같은 중국동포 집거지를 조직폭력배 범죄소굴로 인식하게 될 것"이라며 "기자회견과 홍보 캠페인을 통해 영화와 실제가 다르다는 사실을 알리는 동시에 영화제작사 등을 상대로 상영금지 가처분신청을 내고 수정과 사과 등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영화제작사 무비락의 김재중 대표는 "영화 속의 가장 악인은 사회 상위계층인 병원 원장이고 중국동포는 범죄의 사각지대에 노출돼 있다는 설정으로 만든 것"이라고 설명한 뒤 "다소 무섭게 여겨질 수 있는 대목은 의도한 것이 아니며 혹시라도 중국동포들이 불편함을 느꼈다면 사과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대표는 "영화사나 제작진은 중국동포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지 않으며 김주환 감독은 전작인 독립영화 '안내견'에서 중국동포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보여줬다"고 덧붙였다.


김주환 감독, 박서준·강하늘 주연의 '청년경찰'은 두 경찰대생이 한밤중 목격한 납치사건에 휘말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액션 코미디 영화로 지난 9일 개봉해 24일 현재 누적 관객 430만여 명을 불러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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