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쪼개고 붙이고… M&A 바람 거세다(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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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쪼개고 붙이고… M&A 바람 거세다(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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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한화 초대형 빅딜…4개사 매각·인수 (서울=연합뉴스) 최재구 임헌정 기자 = 삼성그룹과 한화그룹이 26일 삼성의 석유화학·방위산업 부문 4개 계열사의 매각·인수를 통해 사업부문 '빅딜'을 단행했다.
 

(서울=연합뉴스) 산업팀 = 재계에 인수합병(M&A)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삼성그룹이 화학·방산 부문 4개 계열사를 한화그룹에 2조원 규모로 매각키로 한 것은 10대 그룹내에 포진한 재벌간의 자율적 M&A의 새로운 모델로 꼽힌다.

 

그러나 이번 사례에 앞서 경기침체속에 부실을 털어내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기업들이 이미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합종연횡에 분주하게 뛰고 있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진행 중인 동부그룹은 현재 동부발전당진, 동부특수강, 동부하이텍[000990]을 매물로 내놓은 상태다.

 

동부발전당진은 지난 9월 삼탄이 인수하려다 송전선로 이슈가 불거지면서 무산됐으며, 이후 SK가스[018670]가 산업은행과 공동 인수하는 조건으로 인수 작업을 진행 중이다.

 

동부특수강은 지난달 실시한 매각 본입찰에서 현대제철[004020]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현대제철은 주식매매계약을 거쳐 내년 1월까지 인수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현대제철은 당진 등지에서 만든 특수강 원재료를 동부특수강의 생산시설을 활용해 가공하는 수직계열화를 통해 사업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계획을 세워놓은 상태다.

 

동부하이텍은 현대자동차[005380] 부회장이 1대 주주로서 대표이사를 맡은 자동차용 반도체 회사 아이에이[038880]가 참여한 IA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구조조정 작업이 막바지인 현대그룹은 현대증권[003450], 현대자산운용, 현대저축은행 등 금융 계열사와 남산 반얀트리 호텔 매각을 남겨 놓은 상태다.

 

당초 지난달 말로 잡혔던 현대증권 매각 본입찰은 내년 초로 연기됐다.

 

포스코[005490]도 그룹 구조조정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3월 권오준 회장이 취임한 이후 철강 본연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재무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경영 방침을 세우면서 비핵심 사업 분야에 대한 매각 작업을 진행 중이다. 

 

우선 광양 액화천연가스(LNG)터미널 일부 지분과 제철 부산물 처리 업체인 포스화인, 남미 조림사업 업체인 포스코-우루과이 등 3개 자회사가 매물로 나왔다. 이미 각각에 대한 매각 자문사가 선정돼 있다. 

 

아울러 포스코는 스테인리스 특수강 생산 전문업체인 포스코특수강을 세아 그룹에 넘기기로 하고 매각 협상을 진행 중이다. 연말까지 매각 작업을 마무리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려 있다. 

 

KT[030200]가 구조조정 차원에서 내놓은 렌터카 운영업체인 kt렌탈은 올 하반기 최대 M&A 매물로 꼽힌다. 

 

KT가 이달 20일까지 인수의향서를 받은 결과 SK네트웍스[001740]와 한국타이어[161390], GS리테일[007070], 효성[004800], SFA 등 대기업을 포함해 20개 가까운 업체가 의향서를 냈다. 이에따라 kt렌탈의 몸값은 8천억 원대까지 뛴 것으로 전해졌다.

 

대기업들이 렌터카업체 인수에 앞다퉈 뛰어든 이유는 최근 국내 렌터카 시장의 평균 성장률이 12.3%에 달해 앞으로도 성장성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조선업계에서는 조선경기 침체에 따른 경영 악화로 KDB산업은행, 수출입은행과 각각 자율협약을 맺고 있는 STX조선해양과 성동조선해양의 합병설이 거론되고 있다.

 

두 회사 채권은행이 세계 조선업계 장기 불황을 극복하고, 출혈 수주경쟁을 줄이면서 건조원가를 절감하기 위해 합병을 검토하고 있다는 풍문이 꾸준히 돌고 있으나 별다른 진척은 없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건설업계에서도 최근 부동산 경기 회복세에 힘입어 법정관리 중인 건설사들의 매각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올해 10월 법정관리 중이던 동양건설산업을 아파트 시행 전문회사인 EG건설(이지건설)이 160억원에 인수하며 M&A가 성사됐다.

 

시공능력평가 19위로 건설부문 M&A 시장의 '대어(大魚)'로 꼽히는 쌍용건설도 지난달 13일 제 3자 배정방식의 유상증자 등 인수자 유치를 위한 공고를 내고 매각 절차를 진행 중이다. 

 

시장에서는 인수 금액을 2천억∼3천억원 수준으로 추산하고 있다. 쌍용건설은 국내 주택사업과 해외 고급건축 부문에서 여전히 강점을 보유해 국내 기업은 물론 해외 건설사와 투자회사들도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8월 법정관리에서 졸업한 극동건설도 신한은행 등 채권단이 매각주간사 선정에 들어갈 방침이다. 극동건설의 매각 대금은 약 700억원 선으로 점쳐진다.

 

시공능력평가 50위의 남광토건[001260]은 6월에 이어 지난달 매각이 유찰되며 고전하고 있다.  

 

현재 법정관리 중인 LIG건설도 지난해 8월과 올해 초 두 차례 유찰에 이어 세 번째 매각을 진행 중이다. LIG건설은 이번에도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법원의 파산 압박이 거셀 것으로 예상해 인수자 물색에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최근 재계에 불고 있는 M&A 바람에 대해 국내 기업들이 전환점에 와있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기존 체제에만 안주해서는 대내외 환경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에서라는 것이다.  

 

이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우리나라 주요 대기업들은 현재 전환점에 와있으며, 장기적인 발전방향을 고려했을 때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대내외 환경이 바뀌는 상황에서 새로운 시도를 한다는 것 자체가 긍정적인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박지순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글로벌 경쟁 체제하에서 과거의 문어발식 확장과 같은 양적 팽창만해서는 살아남기 어렵다"며 "기업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M&A를 해 질적인 사업재편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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