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코치 세러 머레이 : 언니 같은 코치, 국가대표를 사로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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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문화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코치 세러 머레이 : 언니 같은 코치, 국가대표를 사로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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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


“전 커피를 너무 좋아해요! 인터뷰할 때 커피숍에서 한다는 말을 듣고 너무 좋았다니까요~!” 감독, 코치를 생각하면 보통 중후한 나이에 엄격한 이미지를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그녀는 조금 달랐다. 금발에 앳된 얼굴, 기분 좋은 미소, 발랄한 말투. 선수들 사이에서 ‘언니 같은 코치’로 불리는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 코치, 세러 머레이를 만나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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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웃고 유쾌한 모습은 천상 26살 아가씨인 세러 머레이 코치 ⓒ김수현

 

 

Q. 뛰어난 실력을 인정받아 국가대표 코치직으로 오게 되었는데 어떻게 한국과 연이 닿았나.


백지선 감독이(現 아이스하키 남자 국가대표팀 감독) 코치법에 대해 조언을 얻기 위해서 아빠를 만났다.(세러 머레이의 아버지는 앤디 머레이로 세인트루이스 블루스 아이스하키 감독 10시즌 재직 및 캐나다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사령탑 등 아이스하키계의 명장이다). ‘아이들은 뭐하냐‘라는 일상적인 대화를 하다가 오빠들과 내가 아이스하키 선수로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고 마침 내가 코치 자격증도 있었기에 백감독이 아빠에게 나를 코치를 시켜보는 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이후에 아빠가 내게 그 제안에 대해서 말하자마자 일말의 고민도 없이 하겠다고 했다.  


Q. 아버지에게는 아직 어린 딸인데 타국에서 코치를 한다고 하니 걱정이 많으시겠다.


그렇더라. 백감독이 잘 돌보겠다고 말했다(웃음).


Q. 어떻게 보면 상대적으로 어린 나이에 중요한 책임을 맡는 자리에 앉았다. 코치 제의가 들어왔을 때 부담은 없었나.


전혀. 너무나도 환상적이었다. 국가대표팀을 코치하는 것은 매우 좋은 기회고 모두가 꿈꾸는 일이기도 하기에 정말 행복한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그런데 제안을 받아들이고 난 후에는 조금씩 걱정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아시아 문화에서는 나이가 중요한데 내 나이가 어리니까 혹시 무시당하지는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고 해야 할 많은 일들에 대해서 걱정했었다. 근데 막상 와보니 모두가 너무나 많은 도움을 주시고 친절히 대해줘서 행복한 마음으로 잘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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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선수들과 세러 머레이 코치 ⓒ대한아이스하키협회

 

 

Q.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 팀 선수들을 만나보니 어땠나.

 

사실 선수들을 만나기 전에 높은 기대를 하지 않았다. 한국에 오기 전에 ‘한국에서는 하키를 하고 12살이 넘으면 누구나 하키대표팀에 들어갈 수 있다‘는 말도 들었다. 그래서 그냥 마음을 내려놓고 왔다. 그런데 막상 선수들을 만나보니 너무 놀랐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훌륭한 실력을 가지고 있었고 하키를 사랑하는 마음이 정말 크다는 것이 느껴진다. 하루 종일 학교 수업을 들은 후 밤늦게까지 하키연습을 한다. 헌신 그 자체다. 열심히 즐기면서 운동하는 모습도 감동이었다.


Q. ‘언니 리더쉽’으로 유명하다. 선수들에게 언니처럼 대하는 코치인가?


그렇다. 우리 팀은 앞으로 가야할 길이 멀다. 그래서 더더욱 이 모든 과정을 즐기면서 가는 것이 중요하다. 선수들이 연습을 하면서 지치고 힘들어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올림픽은 아직 멀리 있고 우리가 해야 할 과정은 많다. 우리는 지금 일어나는 순간순간의 일들에 집중해야 한다. 열심히 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더불어 즐기고 좋아하는 것도 그 못지않게 중요한 것 같다. 기존에는 엄격했다고 들었는데,  나는 코치 방식에 변화를 줘서 언니처럼 다가가려고 하고 있다.


Q. 평창동계올림픽까지 3년이 조금 넘는 시간이 남았다. 목표 성적은 무엇인가.


올림픽에만 초점을 둔다면 너무 강력한 상대가 많다. 캐나다, 미국을 상대로 해야 하니 말이다. 처음부터 올림픽 우승이라는 너무 큰 목표를 잡고 그것만 바라보고 달리면 선수들이 지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매년 한 단계 한 단계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잡고 있다. 매순간에 집중할 것이다. 월드챔피언십에서 해마다 더 나은 기록을 세워서 궁극적으로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 목표다. 목표는 우승이다. 할 수 있다!(웃음)


Q.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 팀의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팀워크다. 팀워크가 너무 좋다. 사실 초등학교 6학년부터 31살까지 선수들의 나이 차이가 엄청 난다. 하지만 이런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서로 매우 잘 지낸다. 하키에서는 개인플레이도 중요하지만 팀워크도 매우 중요하다. 이 부분이 한국 팀의 강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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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이 배운 모든 것을 전하고 싶다는 그녀 ⓒ대한아이스하키협회


 

Q. 아버지(앤디 머레이)가 유명 감독이라 인터뷰 때마다 언급될 것 같다. 그 점이 불편하지는 않나?


좋다고 생각한다. 사실 코치진은 나이가 어릴수록 신뢰성이 필요하다. 나는 앤디 머레이 딸로 자라왔고 어린 나이 때부터 그에게 아이스하키에 관한 모든 코치를 받아왔다. 그는 내 인생에 있어서 모든 게임의 코치를 해줬다. 밥 먹을 때를 제외하고는 늘 집에서 하키 얘기만 하고 사는 정도였다(웃음). 그래서 그의 코치 방식이 내게 녹아 있다. 그래서 나이가 어려도 나에게 코치를 믿고 맡겨주시는 것 같다. 그래서 아빠는 내게 늘 고마운 존재다.


Q. 하키 선수를 하는데도 아버지의 영향이 컸을 것 같다.

어렸을 때 아빠는 코치였고 오빠 둘은 선수였다. 그래서 내가 자발적으로 하고 싶은 것보다는 가족의 기대로 하키를 시작했다고 할 수 있다. 내가 선택할 여지는 없었던 것 같다. 사실 선생님이 좀 더 되고 싶었다. 그래서 성인이 될 때까지 하키를 미친 듯이 사랑하고 그랬던 건 아닌 것 같은데 크면 클수록 하키가 점점 더 좋아지는 것 같다.


Q. 감독 일을 하면서 아버지에게 도움을 받는 부분이 상당할 것 같다. 주로 어떤 조언을 해주시나.


아빠에게 늘 많은 코치 법을 배운다. 이번 해에 아빠가 내게 가르친 것은 인내심을 가지라는 것이었다. 한국에 처음 왔을 때 모든 것을 당장 한번에 바꾸고 싶어 했던 것 같다. 당장 나아져야 하고 당장 결과가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이건 사실 불가능이지 않나. 그래서 생각을 바꿨다. 아빠의 말처럼 인내심을 가지고 과정 하나하나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유동적으로 생각하려고 했다. 내가 원하는 방식이 아니더라도 한국의 하키 문화이니까 내가 생각하는 것과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하고 다른 방식을 찾아보려고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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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키는 그녀에게 인생의 동반자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 

 

 

Q. 여자 아이스하키 명문인 미국 미네소타대의 전성기를 이끈 주역으로 알고 있다. 전성기 때 자랑을 좀 한다면. (웃음)


(부끄럽다며 손을 저었다) 그런 얘기는 들은 적이 없다. 내가 뛰어난 게 아니라 대학 때 너무나도 좋은 팀을 만나서 좋은 결과들을 많이 얻었던 것 같다. 내가 마치 그 팀의 영웅처럼 혼자 뛰어나고 그런 것은 아니었다. 너무 좋은 사람들이 많았고 그 팀에 속해서 행운을 함께할 수 있었다. 놀라운 팀과 함께해서 내셔널 챔피언십(national championship)에서 2학년과 4학년 때 두 번이나 우승했다. 자주 겪을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정말 큰 성취였다.


Q. 조금 단순한 질문일 수도 있는데 하키가 왜 좋나.


하키로 인해서 많은 것을 경험해왔고 경험하고 있다. 하키 덕분에 대학교에서 장학금도 받아봤고, 스위스에서 선수로 뛰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 이 기회도 얻었다. 나한테 하키는 동반자 같은 존재다. 점점 많은 경험을 하면서 이 운동의 매력에 더 빠지는 것 같다. 그리고 운동을 워낙 좋아한다. 게다가 하키는 정해진 틀에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방향이 변하고 정말 빨리 움직여야 하는 스포츠이지 않나. 그래서 더 매력적인 것 같다.


Q. 키가 서양 선수 치고는 작은 편이다. 남들보다 더 많은 노력이 필요했을 것 같은데.


나는 운동을 열심히 해서 강해져야 했다. 아니면 더 큰 선수들한테 밀리니까. 그래서 그들과의 힘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운동을 정말 열심히 했다. 요즘도 늘 선수들이 운동할 때 같이 운동하는데 선수들이 볼 때마다 놀란다. 어떻게 그렇게 까지 운동 하냐며(웃음). 한국 선수들도 작은 편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내가 더 도움이 될 수 있는 것 같다.


Q. 코치하는 시간 이외에는 주로 어떤 활동을 하며 보내나.


코치 시간 이외에는 한국에 대해서 많이 배우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축제나 행사도 많이 가고 한국어도 배우고 있다. 얼마 전엔 청계천 등불축제도 다녀왔다. 너무 아름다웠다.


Q. 한국 생활은 어떤가.


주말마다 놀러 다닌다(웃음). 창덕궁, 창경궁, 인사동, 광장시장 등등 많은 곳을 가봤다. 한국 음식도 많이 먹었다. 육회 빈대떡 다 먹어봤다.


Q. 개인적으로 한국에서 좋아하는 장소가 있다면.


기념품을 파는 관광지보다는 광장시장 같은 곳이 좋다. 사람들이 정말 바쁘게 움직이고 나열된 음식 앞에서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먹는 모습도 보기 좋았다. 나는 그런 활발한 생기가 도는 곳이 좋다.



Q. 마지막으로 아이스하키 선수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열심히 하고 포기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정말 다양한 기회들이 많다. 캐나다나 유럽으로 진출할 기회도 많고 열심히만 한다면 길은 무수히 열려있다. 그리고 열심히 해서 우리 팀으로 와줬으면 좋겠다. 선수가 부족하다(웃음).



“나는 이 지원과 훈련, 프로그램들이 올림픽이 끝난 이후 멈춰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올림픽이 끝나도 그와 상관없이 하키가 계속 발전해나가야 한다. 더 많은 팀과 기회가 만들어져야 하고 코치도 함께 발전해야 한다.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꾸준한 지원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인터뷰를 마칠 때 쯤 세라 머레이 코치가 조심스레 한 말이다.


평창동계올림픽이 3년 앞으로 다가왔다. 백지선 감독과 세라 머레이 코치 등 평창 동계 올림픽을 위한 명장 영입도 본격화 되고 있고 지원도 늘고 있다. 하지만 세라 머레이 코치의 말대로 가장 중요한 것은 지속성이다. 평창동계올림픽이 끝나고 난 후에도 지금과 변함없는 지원과 투자가 있어야 한다. 평창동계올림픽이 마지막 종착지가 아닌 우리나라 동계 스포츠 종목 발전의 출발지가 되기를 바라며 유쾌했던 그녀와의 인터뷰를 여기서 마친다.

문화체육관광부 김수현 대학생기자    출처 / 도란도란문화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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