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대선, 치킨 팔아 자수성가한 후보의 박빙 당선이 ‘유혈사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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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 대선, 치킨 팔아 자수성가한 후보의 박빙 당선이 ‘유혈사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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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프리카 제1의 경제대국인 케냐가 대선 결과를 둘러싸고 혼란에 휩싸이고 있다. 사진출처 : KBS

 

지난 8월 9일(현지시간) 케냐 대선에서 현재 부통령인 윌리엄 루토가 장기간 야당 지도자였던 라일라 오딩가를 누르고 박빙 승부 끝에 1.64%p 차이로 당선됐다. 대선 투표일 이후 거의 일주일이 되도록 결과 발표가 지연되자, 선거 이후 폭력 사태 등 케냐의 고질적인 선거 후유증이 다시 재발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국민들 사이에서 증폭되었다.

 

대선에 다섯 번째 도전했지만 이번에도 간발의 차로 패배한 오딩가는 16일,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법정 투쟁을 선언했다. 선관위원 7명 중 4명은 오딩가의 불복 결정에 지지를 표한 상황. 오딩가 후보는 2007년 대선에서도 선거 무효화를 주장했는데, 당시 대선 결과를 둘러싼 갈등이 유혈사태로 번지면서 1200명 이상 숨졌다. 2017년 대선 때도 오딩가의 불복 선언 이후 재선거를 실시하는 과정에서 폭력 사태가 발생해 수십 명이 사망했다. 이처럼 선거 후 유혈사태를 경험한 국민들 사이에 비극이 되풀이될까 노심초사하고 있는 상황.

 

실제로 이번 대선 이후 오딩가 후보의 텃밭인 나이로비 빈민가에서 오딩가 지지자들이 부부젤라를 불고 타이어에 불을 붙이며 시위를 벌였고 이를 경찰이 최루탄으로 진압하는 등 폭력 시위는 있었지만 과거와 같은 대규모 소요사태는 발생하지 않고 있다. 현지를 취재한 KBS 글로벌통신원에 따르면, 평소보다 거리에 차량의 이동량이 줄고 선거 이후 무력충돌을 경험한 시민들이 외출을 자제하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고 한다.

 

이번 대선에서는 치킨을 팔아 자수성가 했다는 등 서민적 배경을 내세운 루토 당선자의 이미지 차별화가 유권자의 '반(反)엘리트 정서'를 자극했다. 초대 부통령 아들로 이른바 정치 귀족 출신인 오딩가 후보와의 차별점을 부각시킨 것이다.

 

한편 중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재설정할지가 이번 대선의 주요 쟁점으로 부상했는데, 루토가 반(反) 중국 행보를 보인 것도 승리의 주요 요인 중 하나로 평가된다. 중국은 케냐 채권을 세계은행 다음으로 가장 많이 보유하는 등 케냐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루토는 자국에 수십억 달러의 국가부채를 안긴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를 비판하며 불법 체류 중국인 추방 등 강경한 반중(反中) 행보를 약속했다. 기존 케냐 정부는 중국의 대규모 사업과 관련해 만연한 부패에서 자유롭지 못했기에 케냐 국민들은 루토의 행보에 환영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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