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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간 마포대교서 50여명 자살 막은 젊은 경찰관

기사입력 2015.04.17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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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마포경찰서 용강지구대 김치열 순경(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자살다리'라는 오명이 붙은 서울 마포대교에서 1년간 수십 명의 자살을 막은 젊은 경찰관이 있다. 지난해 4월4일 임용돼 이제 경찰관 생활을 갓 1년 넘긴 마포경찰서 용강지구대 김치열(36) 순경이다.

    17일 마포경찰서에 따르면 김 순경이 용강지구대에 배치된 이후 최근까지 마포대교에서 구한 인원은 50여 명에 이른다. 그만큼 긴박하고 때로는 목숨까지 걸어야 할 만큼 위험한 상황도 심심찮게 연출된다고 한다.

     

    9일 오후 11시께 마포대교를 순찰하던 김 순경에게 '경기도에서 남학생이 한강 다리로 자살을 기도하러 갔다'는 지령이 왔다. 주변을 둘러보던 김 순경의 눈에 한 학생이 들어왔다. 맨발이던 그 학생은 순찰차를 보더니 쏜살같이 내달렸다.

     

    바로 순찰차에서 내린 김 순경은 800m가량을 전력질주, 학생이 난간 아래로 뛰어내리던 찰나 다리를 가까스로 붙잡을 수 있었다. 

     

    운동부 소속이라는 이 학생은 "제가 100m를 11초에 뛰는데 아저씨 정말 빠르네요"라며 혀를 내둘렀다고 한다. 김 순경의 100m 기록은 13초대다. 그는 "위급한 순간이 닥치니 초인적인 힘이 발휘되더라"고 말했다. 

     

    지난달 17일 오전 4시30분께는 마포대교 한가운데 난간으로 뛰어내리려던 학생을 발견하고는 차량이 질주하는 편도 5차선로를 가로질러가 자살을 막기도 했다.

     

    처음부터 자살기도자 구조에 큰 관심이 있던 것은 아니었지만, 초임지에서부터 수많은 상황을 겪다 보니 일에 대한 애정과 함께 일종의 '노하우'도 생겼다.

     

    김 순경은 "자살하려는 사람은 정면이 아니라 땅을 보고 걷고, 걸음걸이에서 '다리를 건너가겠다'는 목적의식이 보이지 않는다"며 "그러다 보니 마포대교를 순찰할 때는 지나치는 사람의 얼굴을 자세히 뜯어보는 버릇이 생겼다"고 말했다.

     

    늦깎이로 경찰에 입문해 3형제의 아버지이기도 한 김 순경은 "자살기도자 구조가 위험한 탓에 가족의 걱정이 많지만 내 생명만큼 다른 사람의 생명도 소중하다"며 "남의 목숨을 구할 때마다 내가 정말 경찰관임을 느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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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l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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