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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소희 "가장 대중적인 국악 들려 드릴게요"

기사입력 2015.05.01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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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션으로 거듭난 '국악소녀'…밴드 결성해 첫 음반·콘서트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전통도 필요하지만, 현대인의 감성에 맞는 국악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국악과 서양음악을 잘 조합해 국악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흥미를 느낄 수 있는 가장 대중적인 국악을 들려 드릴게요."

    '국악소녀' 송소희(18)가 뮤지션으로 돌아왔다. 자신의 이름을 내건 '송소희 밴드', 그리고 첫 음반과 함께.

    송소희는 7세이던 2004년 전국시조경창대회에서 대상을 받으면서 '국악 신동'으로 불리다 2008년 KBS 전국노래자랑 연말결선에서 대상을 차지하며 세상에 이름을 알렸다.


    16세이던 2013년에는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구성진 민요 가락을 뽑는 깜찍한 모습으로 TV 광고에 등장해 스타덤에 올랐다. 이후 '국악소녀'로 불리며 방송과 공연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왔지만 정작 그만의 음악을 들려줄 기회는 별로 없었다.


    그러다 지난해 9월 '송소희 밴드'를 결성했다. 이형성(베이스·프로듀서), 이동수(드럼), 진홍석(피아노), 이지성(일렉기타), 김승택(해금), 여승헌(대금·소금) 등 양악기와 국악기 연주자 6명이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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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스에이치파운데이션 제공>>

    지난달에는 국악과 양악을 접목한 크로스오버 미니앨범 '뉴 송'(NEW SONG)을 내놨다. 펑크, 발라드, 블루스, 록 등의 멜로디와 송소희의 국악 발성이 포개진 민요와 신곡 등 5곡을 담았다. 송소희가 선곡하고 이형성이 편곡과 작곡을 맡았다.


    이 음악을 들고 전국 투어에도 나선다. 1∼2일 국립극장을 시작으로 이달 말까지 이어진다.


    '송소희 밴드'의 본격 데뷔 무대를 하루 앞둔 지난달 30일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 연습실에서 만난 송소희는 TV에서 본 앳된 고3 소녀의 모습 그대로였다. 하지만, 국악과 음악적 방향에 대한 생각만큼은 오래 곱씹은 듯 무르익어 있었다.

     

    "국악 대중화가 늦어진 이유는 변화하는 현대인의 감성에 맞도록 노력하지도 않으면서 '우리 음악이니까' 하며 무작정 강요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한때 내가 국악을 사랑하고 열심히 한다고 사람들이 들어주기는 할까? 회의감을 느낀 적이 있어요. 하지만, 이제는 어떤 음악이든 좋으면 당연히 듣게 돼 있으니 묵묵히 제 할 일을 하자고 생각해요. 결국, 국악인들의 몫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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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스에이치파운데이션 제공>>

    5살에 홍성의 한 국악원에서 처음 국악을 접했을 때부터 치면 14년차 국악인이지만 자신의 의지와 신념을 갖고 국악과 만난 것은 2년 전부터다.


    "사실 고1 전까지는 어른들이 시켜서 했어요. 뭔지도 모르면서 '무형문화재가 되고 싶어요'라고 말하면서요."


    그럼에도, 지금까지 국악의 길에 들어선 것을 후회한 적은 없다.


    "운명이죠. 그래서 그런지 어느 순간 국악을 더 잘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침 그즈음 광고를 찍게 됐죠. 그랬더니 국악을 안 듣던 사람들도 관심을 두고 공연을 보러 오더라고요. 이때다 싶었죠. 사람들이 관심이 있을 때 국악을 좀 더 알려야겠다고요. 생소한 국악을 무조건 알리려고든다고 사람들이 들어주지 않으니 먼저 국악 하는 사람에 대해 궁금해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방송에 열심히 나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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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스에이치파운데이션 제공>>

    하지만, 방송이나 그동안의 협연 무대는 그의 음악적 색채를 표현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정해진 콘셉트에 맞춰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내 음악을 하는 데 함께 할 동지들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래서 밴드를 결성했죠. 음반도 그동안은 '지금은 너무 미숙하니 좀 더 완성됐을 때 내자'는 생각이었죠. 그런데 어느 순간, '완성되는 사람은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 현재의 능력 안에서 해보자, 큰 공부가 될 것이라는 쪽으로 바뀌었죠."


    이렇게 해서 나온 첫 음반에는 팝의 멜로디가 어우러진 민요 '군밤Funky', '달맞이 꽃', '매화향기', 타이틀곡이자 신곡인 '아침의 노래', 송소희가 작사에 참여해 아버지를 향한 마음을 표현한 '지금처럼만'이 담겼다. 


    송소희는 각 멜로디의 특성에 맞춰 경기민요 발성을 순화시키면서 펑키하게 리듬을 타거나 로커처럼 내지르는 등 국악과 팝의 발성을 오간다.


    "밴드는 국악과 양악을 조화시키려 노력하는데 보컬 혼자 전통을 고집하고서는 같이 갈 수 없죠. 하지만, 이게 국악의 정체성을 흐린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오히려 전통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죠." 


    그는 "제가 서양음악을 듣고, 배우고, 한다고 서양음악으로 전향하려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서양음악을 배우는 것은 국악을 좀 더 잘 표현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송소희 밴드'와 함께 세계에 국악을 알리겠다는 꿈도 꾸고 있다. 중고등학교는 인문계를 다녔으니 대학에서는 국악을 깊이 공부할 계획이다.


    "'국악인 송소희' 보다는 '국악을 하는 음악인 송소희'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제 음악을 듣고 난 분들이 국악에 조금이라도 마음을 열게 된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습니다."


    k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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