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팬엔터 박영석 회장 "제2의 겨울연가 나와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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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팬엔터 박영석 회장 "제2의 겨울연가 나와야죠"

'겨울연가' 제작사 회장 "배우에 기댄 한류는 한계…국내서 성공 후 해외를 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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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하는 박영석 팬엔터 대표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박영석 팬엔터테인먼트 대표가 지난달 13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팬 엔터테인먼트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5.5.4 ksujin@yna.co.kr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겨울연가'가 일본에서 터지면서 2005년부터 회사 통장에 엔화가 마구 들어왔어요. 너무 기분이 좋아서 그 돈은 찾지 않았어요. 은행에 그대로 나뒀죠. 생전 처음 경험하는 일이기도 하고, 다른 데도 아닌 일본에서 우리 드라마가 히트했다고 생각하니 한일 대결에서 이긴 것도 같고…. 그때의 감동은 잊지 못합니다."
 

아마도 지금껏 수백 번은 회고했을 '그때 그 시절의 감동'이다.

 

하지만, 감격의 순간은 몇 번이고 다시 떠올려도 지루하지 않다. 말하는 사람도, 듣는 우리도.

 

구수한 언변의 박영석(58) 팬엔터테인먼트 회장과 함께 타임머신을 타고 13년 전으로 돌아간 2시간 가까운 여행은 다시 봐도 재미있는 명작영화를 보는 느낌이었다.

 

2002년 드라마 '겨울연가'를 만들어 한국은 물론 바다 건너 일본 열도를 열광시켰던 박 회장을 최근 상암동 팬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만났다.

 

올해 한일 수교 50주년을 맞아 일본과의 교류에 이정표를 세운 대중문화계 대표 인사를 인터뷰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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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하는 박영석 팬엔터 대표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박영석 팬엔터테인먼트 대표가 지난달 13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팬 엔터테인먼트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5.5.4 ksujin@yna.co.kr
 

한일 대중문화 교류는 '겨울연가'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전까지는 한국이 일본 대중문화를 향해 굳게 빗장을 걸어 잠갔음에도 일본 가요와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이 음성적으로 한국의 젊은 층을 사로잡고 있었다. '일류'의 일방통행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겨울연가'가 일본에 상륙해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며 한류의 시작을 선언한 것이다.

 

"2002년 1월 KBS 2TV에서 월화극으로 '겨울연가'를 시작할 당시 SBS에서는 시청률 40%짜리 사극 '여인천하'를 방송 중이었고, MBC도 사극 '상도'를 편성했어요. 주변에서는 '겨울연가'가 이들과 상대가 안 될 것이라고 했죠. 게다가 KBS는 1년간 월화극을 한편도 성공하게 하지 못하고 있던 위기였어요. 저는 청소년들의 방학인 1월에 '겨울연가'가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런 확신으로 방송 전부터 드라마 사상 유례없는 광고 마케팅을 펼쳤어요. '겨울연가'를 마치 한 명의 가수로 생각해 음반이 나오기 전 홍보를 하듯 '겨울연가' 뮤직비디오를 제작해 방송 한달 반 전부터 대대적으로 케이블채널에 틀었고, 신문 전면광고, 버스 광고를 했습니다. 다들 저보고 '미친놈'이라고 했어요. 그 당시만 해도 드라마는 방송사에서 예고편만 틀어줘도 홍보가 되는 시대였기에 별도로 광고를 할 필요가 없었는데 제가 3억 원을 투입해 광고를 했습니다."

 

뭐든지 성공한 것에는 '특별한 스토리'가 있다. '죽음의 조'로 평가됐던 대진표에 합류한 '겨울연가'는 한달 만에 '상도'는 물론, '여인천하'의 시청률마저 잡는 파란을 일으켰다.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충분히 예열을 한 데다, 배용준과 최지우의 애틋하고 순수한 사랑이야기, 눈과 귀를 사로잡는 음악과 영상미, 감각 있는 패션 앙상블 등이 두루 어우러져 시너지 효과를 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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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NHK 위성채널에서 방송했는데 곧바로 반응이 왔어요. 그러자 2004년 NHK 지상파채널에서 방송하면서 그야말로 일본 전역에서 터진 겁니다. 일본에서 '겨울연가' OST 음반은 200만 장, 한 세트에 34만 원짜리였던 DVD는 45만 세트가 판매됐어요. '겨울연가' 파친코 게임기기도 65만대 가량 팔려나갔죠. 당시 한 파친코 가게에 들어갔는데 수십 대의 겨울연가 게임기가 두줄로 쫙 늘어섰더라고요. 일본인들이 열광하면서 그 게임기를 이용하는 것을 눈으로 보는 기분이 정말 묘했어요. 뭔가 산업적으로 큰 수출을 한 것도 같고…. 배우들은 자기 얼굴이 파친코 게임기에 나오는 것을 싫어했지만 그만큼 인기였습니다.(웃음)"

 

이후 '겨울연가'는 더빙판, 자막판을 오가며 수차례 일본에서 재방송됐다. 드라마의 주 촬영지였던 춘천시와 남이섬에는 일본 관광객이 쇄도했고 배용준과 최지우는 각각 '욘사마', '지우히메'라는 애칭과 함께 특급 한류스타로 떠올랐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004년 추정으로 '겨울연가'가 유발한 경제적 파급 효과를 관광유발 수입 8천400억원, 배용준 화보 200억원, 배용준 달력 100억원 등 3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잘 알려진 이야기지만 '겨울연가'의 출발은 드라마 자체보다는 OST 판매에 대한 기대였다. 박 회장은 본인 자신이 음반을 낸 가수 출신이자, 1988년 이상우의 음반을 시작으로 가요 제작자로 활동해온 인물이다. '겨울연가'를 제작할 당시 싸이와 이정현 등이 팬엔터테인먼트에 소속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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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엔터테인먼트 박영석 대표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박영석 팬엔터테인먼트 대표가 지난달 13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팬 엔터테인먼트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5.5.4 ksujin@yna.co.kr
 

"솔직히 제가 '겨울연가'를 일본을 겨냥해 만들었겠습니까? '겨울연가'가 성공하고 나니 여기저기에서 일본에서 성공한 노하우에 대해 알려달라고 했지만 그런 거 없어요.(웃음) 그냥 국내에서 될만한 드라마를 만들고자 했던 거죠. 게다가 사실은 드라마를 만든 것도 드라마의 성공보다는 OST 판매를 기대했어요. 당시 가요 CD 판매량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고, 반대로 MP3 음원 판매가 올라오고 있었죠. 싸이의 CD도 얼마 안 나갔어요. 그런데 드라마 OST만이 여전히 CD로 팔리고 있었죠. 결국 '겨울연가' OST도 70만 장이 팔렸습니다."

 

20억을 투자한 '겨울연가'가 그 10배를 훌쩍 넘어서는 수익을 내면서 그때까지 가요 제작자였던 박 회장은 본격적으로 드라마 제작에 뛰어들고 2006년에는 팬엔터테인먼트를 코스닥에 직상장한다.

 

그가 지금껏 제작한 드라마는 '여름향기' '장미빛 인생' '소문난 칠공주' '신의 저울' '태양의 여자' '찬란한 유산' '해를 품은 달' '적도의 남자' '각시탈' '백년의 유산' '마마' '전설의 마녀'와 최근의 '킬미힐미'까지 성공작이 즐비하다.

 

"한국을 무시하고 일본만 겨냥하는 드라마는 절대로 성공하지 못합니다. 한국에서 성공시킨 후 해외를 바라봐야죠. 그사이 몇몇 한류스타의 반짝 효과에 기대서 내용은 충실하지 못한 드라마들이 많이 만들어졌어요. 최근 한일 관계가 경색되면서 정치적인 부분 때문에 타격을 받기도 했지만 한류 드라마 자체의 경쟁력이 떨어진 것도 사실이에요. 분명한 것은 한국에서 성공한 작품이 해외에서도 성공할 확률이 높다는 겁니다. 얄팍한 상술에서 벗어나 국내 시청자에게 사랑받는 작품을 만들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아베 정권과 함께 일본의 우경화, 역사왜곡이 강화되면서 안타깝게도 한국과 일본의 관계는 수교 50년을 맞은 현재 가장 얼어붙어 있다. 자연히 한류에도 타격이 크다.

 

하지만 박 회장은 최근작 '킬미힐미'로 다시 한 번 일본 시장에 반향을 일으켜보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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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석 팬엔터테인먼트 대표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박영석 팬엔터테인먼트 대표가 지난달 13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팬 엔터테인먼트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5.5.4 ksujin@yna.co.kr
 

"정치와 문화는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아무리 정치권에서 나서도 문화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좋은 콘텐츠만 만들어낸다면 일본 시장에서는 여전히 승산이 있습니다." 

 

이의 일환으로 박 회장은 '겨울연가2'의 제작 계획을 밝혔다. '겨울연가'의 작가가 현재 시놉시스 작업 중이다.  

 

"국내는 물론이고 일본과 중국 시청자도 사로잡을 수 있는 '겨울연가2'를 만들어보겠습니다. 오래전부터 1편을 방송한 지 10년쯤 지나면 2편을 만들어보자고 했는데 이제 때가 된 것 같아요. '겨울연가'가 여러 가지 면에서 의미가 있는 만큼 2편을 통해 그때의 영광을 되살리고 추억하려고요." 

 

박 회장은 "꼭 '겨울연가2'가 아니어도 제2의 '겨울연가'가 나올 때가 됐다. 기록은 깨지기 마련이며, 한국 드라마의 힘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 많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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