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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커지는 핵·미사일 능력에 美의회 추가제재 '고삐'

기사입력 2015.05.21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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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국회의사당(EPA=연합뉴스 자료사진)
    하원 국방수권법 이어 상원서도 "북한 테러지원국 재지정" 목소리
    케리 "추가제재 논의중"…다음달 한미정상회담서 대북 강경메시지 예상

    (워싱턴=연합뉴스) 노효동 특파원 = 북한을 향한 미국 의회의 기류가 갈수록 강경해지고 있다.

     

    작년 말 소니 픽처스 해킹 사건의 여파에다가, 최근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뚜렷이 증강되는 신호가 감지되면서 상·하원 곳곳에서 대북 제재론이 고개를 내밀고 있는 것이다.

     

    가장 두드러진 움직임은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의 코리 가드너(공화·콜로라도) 연방 상원의원이 19일(현지시간) 발의한 대북 제재 강화 촉구 결의안이다.

    이는 단순히 대북 강경파 일개 의원의 안이 아니라 상원 공화당 내부의 대북 강경 기류를 포괄적으로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게 외교소식통들의 설명이다.

     

    지난해 11월 중간선거를 통해 하원에 이어 상원을 장악한 공화당이 역점 입법추진 과제의 하나로 대북 제재 강화를 선정한 데 따른 후속 움직임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결의안은 ▲1987년 대한항공 858기 격추사건 ▲2010년 천안함·연평도 사건 ▲3차에 걸친 핵실험 ▲시리아·리비아에 대한 핵기술 이전 ▲지난해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를 통해 드러난 북한인권 실태 등 대북 제재 강화의 논거가 될 수 있는 '트랙 레코드'를 장황하게 열거하고 있다.

     

    이는 하원 공화당의 입법 흐름과도 정확히 궤를 같이한다. 하원 외교위는 새로운 114대 회기의 우선 입법과제로 대북 제재 강화 입법을 선정했다. 이에 따라 에드 로이스(공화·캘리포니아) 위원장은 곧바로 북한과 불법으로 거래하는 제3국 기업과 개인으로 제재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의 대북 제재 강화법안(H.R. 757)을 발의했고 2월 말 전체회의에서 이를 통과시켰다.

     

    한 외교소식통은 "대북 제재 강화는 상·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이 새로운 114대 회기(2015∼2016)에 추진할 정책 어젠다의 하나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공화당의 이 같은 행보는 '전략적 인내' 기조로 대변되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정책을 '외교실정'으로 몰아세우려는 정치공세의 일환이자 일각에서 제기되는 대북 대화론을 차단하려는 포석으로 볼 수 있다.

     

    가드너 의원이 결의안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양자 대화나 6자회담 재개 등 북한과 대화재개에 나서는 것을 경고한다"며 노골적으로 대북대화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공화당의 대북 제재 강화 움직임 속에서 가장 두드러진 대목은 테러지원국 재지정이다. 하원이 지난주 통과시킨 내년도 국방수권법안에서 북한을 테러지원국의 범주에 포함한 데 이어 가드너 상원의원이 발의안 이번 결의안에도 테러지원국 재지정이 대북 제재의 옵션으로 지목된 것이다.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재지정 문제는 이미 작년 12월 말 소니 픽처스 해킹사건에 따른 후속대응 조치의 일환으로 거론됐다가, 행정부 차원에서 이미 '보류'된 사안이다.

     

    테러지원국 재지정이 현실적으로 응징 효과가 크지 않은데다 국무장관이 지정한 요건들을 현실적으로 충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여기에 북한과의 '외교적 다리'를 완전히 불태울 필요는 없다는 전략적 고려도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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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리 가드너 미 연방의원 (AP=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러나 공화당이 입법적 차원에서 이를 다시 거론하고 나선 것은 실현가능성보다는 대북 압박의 상징성을 높이려는 차원으로 볼 수 있다.

     

    현실적으로 테러지원국 지정 권한을 맡은 국무부가 현 시점에서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쪽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한 외교소식통은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하려면 물리적 폭력이 수반되고 인명에 대한 위해가 있어야 하며 이를 지속적으로 지원했다는 증거가 있어야 하는데, 북한에 이를 적용하기는 쉽지 않고 외교적으로도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공화당이 추가 제재 옵션으로 거론하는 몇 가지 카드들은 구체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공화당이 현재 북한의 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 KN-08의 지속적 개발과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발사 성공, 핵 타격수단의 '소형화'·'다종화' 주장 등을 미국에 대한 '직접적 위협'으로 보고 행정부에 구체적인 제재 조치를 하라고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특히 북한 김정은 정권의 금융자산을 겨냥한 조준 제재와 개인·법인에 대한 특별제재대상 지정 조치는 소관부처인 미국 재무부가 '결심'하기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행동에 옮길 수 있다는 게 외교소식통들의 설명이다.

     

    지난달 한·미 합동훈련 종료 이후 북한과의 탐색적 대화 가능성을 모색하던 미국 국무부의 운신도 좁아지고 있다. 유엔 안보리를 통한 다자 제재와 함께 양자 제재의 고삐를 더욱 죌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케리 미국 국무장관도 지난 18일 방한 때 "국제사회는 북한의 여러 악행에 계속 초점을 맞춰야 하고, 압력을 더욱 가중시켜 북한의 행동을 변화시켜야 할 것"이라면서, 제재 강화방안에 대해 "지금 다 의논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 회계감사원(GAO)이 지난 1월 포괄적 대북 제재를 골자로 하는 행정명령 '13687'호를 높이 평가하면서 대북 제재의 유연성이 커졌다고 강조한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한 외교소식통은 "추가 제재 카드가 당장 현실화될지는 미지수이지만, 공화당이 이끄는 의회가 지속적으로 압박을 가한다면 오바마 행정부로서도 일정하게 '화답'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결국 미국의 행보는 북한이 남북·북미 관계와 6자회담을 주축으로 하는 한반도 주변정세에 얼마나 유연하게 대응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다음 달 중순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를 계기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북한에 손을 내밀기 보다, 대북 강경 메시지를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이 워싱턴 외교가에서 높아지고 있다.  

    rh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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