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지원 "올드해도, 제 모습 그대로의 '성인 힙합'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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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지원 "올드해도, 제 모습 그대로의 '성인 힙합'이죠"

미니앨범 '트라우마' 발표…"젝스키스 재결성, 좋은 시기 볼뿐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그냥 올드(Old)해요."

힙합 가수 은지원(37)은 생일인 8일 내놓은 미니앨범 '트라우마'를 이렇게 '쿨' 하게 소개했다. 2012년 싱글 이후 2년 반 만에 내는 신곡이자 2009년 5집 이후 6년 만의 앨범인데도 거창한 포장을 하지 않았다.

 

직접 작사·작곡·프로듀싱에 참여했지만 보통 가수들이 '전작과 다른 시도를 했다', '새로운 장르가 담겼다'고 소개하는 것과 다른 모습이다.  

 

최근 종로구 수송동에서 인터뷰한 은지원은 "요즘 젊은 친구들의 음악 스타일도 해봤는데 안 맞는 것 같았다"며 "그래서 내가 잘하는 걸 했다. 수록곡이 전반적으로 내 나이에 맞는 '성인 힙합'이다. 그렇다고 '19금'이란 소린 아니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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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로서 오랜 공백기도 힙합 트렌드의 변화와 연결선 상에 있었다.

 

"제가 들었던 힙합과 다른 지금의 트렌드에 공감대가 없었고 이 흐름에 끼어들어 잘해낼 자신도 없었어요. 어린 친구들이 너무 잘 하니까 못 끼어들겠더라고요. 하하."

 

그래서 "잘하는 걸 했다"는 그는 미국의 웨스트 코스트 힙합을 좋아하던 음악 취향을 고수했다. 자칫 지금의 음악팬들에겐 '촌스러운' 사운드로 들릴 수 있지만 '이런 비트가 그리웠다'는 평도 있다.

 

첫 트랙 '왓 유 아'(What U Are)에선 '올드 스쿨 힙합'의 문법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1990년대 초 미국 서부에서 태어난 지-펑크(G-funk) 스타일로, 드럼을 이용한 브레이크 비트와 묵직한 베이스 선율에 리드미컬한 랩 플로우(흐름)가 흘러나온다.

 

"힙합으로 치면 제가 앞으로도 추구하고 싶은 장르예요. 지-펑크스타일이나 재즈 힙합을 하고 싶은 생각이 있어요." 

 

은지원은 어린 시절부터 자라온 환경을 회상하며 이 곡의 랩 가사를 썼다. "가사의 대상이 이성 같지만 사실 음악이다. 뻔하고 형식적인 말일 수 있는데 음악 때문에 지금껏 버텨온 것 같고 할 줄 아는 것도 이것밖에 없었던 것 같다"고 강조했다.

 

타이틀곡 '트라우마'에선 랩 대신 노래를 했다.  

 

그는 "내가 멜로디를 만들다 보니 부르고 싶었다"며 "젝스키스 시절 보컬도 하지 않았나"라고 웃었다.  

보사노바와 힙합 리듬이 조화된 '익스큐즈'(Excuse)와 알앤비(R&B) 장르의 '소울메이트'(Soulmate) 등 전반적으로 수록곡들은 가볍게 리듬을 탈 수 있는 곡들이다.

 

그는 "이번 앨범을 작업하며 전작을 죽 들었는데 내 노래는 자면서 못 듣겠더라"며 "그래서 편안하게 들을 음악을 하고 싶었다. 감수성이 풍부해졌는지 눈물이 많아졌고 편안한 음악이 좋아진다. 요즘 몇몇 후배들이 고함치듯 랩하는 걸 보면서 '왜 어린 애들이 화가 많지?'란 느낌이 들 때도 있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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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인터뷰에서 그는 유독 "요즘 젊은 친구들이", "이제 나이가 들어서"란 말을 반복했는데 어느덧 그룹 젝스키스로 데뷔한 지 18년이다. 지금의 후배 그룹들에겐 '아이돌 조상'인 셈.

 

1997년 데뷔한 젝스키스는 1990년대 그룹 H.O.T와 쌍벽을 이루며 1세대 아이돌 그룹 시대를 이끌었다.  

 

"사실 그때 전 아이돌 그룹을 할 생각이 없었어요. 강성훈과 둘이 듀엣을 하는 줄 알았거든요. 물론 젝스키스는 제 인생의 큰 기회가 됐죠." 

 

수년째 소문이 돈 젝스키스 재결성에 대해선 "참여 의사가 있고 멤버들이 좋은 시기를 보고 있지만 아직 결정된 건 없다"고 말했다.  

 

당시 소녀 팬들의 우상이던 그는 2000년 젝스키스 해체 이듬해 솔로로 나서며 힙합 뮤지션으로 전향해 관심을 모았다. 박근혜 대통령의 5촌 조카란 '프로필'도 화제가 됐다.

 

2007~2012년 KBS 2TV '1박 2일'에 출연하면서부터는 철부지 캐릭터의 '은초딩'이란 별명이 붙어 '대세' 예능인으로 떠올랐다. 그 사이 여성 래퍼 길미와 힙합그룹 '클로버'로도 활동했지만 방송인의 이미지에 치우쳤다.  

 

지금 그는 단발성 출연 외에 고정 MC를 맡는 예능 프로그램은 없다. 방송을 한 템포 쉬며 본업으로 돌아왔지만 이번 앨범으로 가요 프로그램에 출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의외다.

 

그는 "퍼포먼스를 해야 하는데 많은 후배 앞에서 하려니 쑥스럽다"며 "안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고 뮤직비디오에서 보여주려 한다"고 말했다.  

 

대신 오프라인에서 팬들과 만날 계획이다. 7일 홍대에서 팬클럽 '원카인' 창단식 겸 생일파티를 열었고 콘서트를 추진할 계획이다.

 

그는 이제 더 이상 시간을 흘려보내지 않을 생각이라고 했다.

 

"제 프로듀싱 팀도 있고 몰래 음악 작업을 많이 했지만, 확실하지 않으면 섣불리 못 내겠단 생각에 시간만 흘러 아까워요. 이젠 꾸미지 않고 제 모습 그대로의 음악이 나오는 것 같아요. 가장 자연스러운 옷을 입은 것 같죠. 타이거JK 형과도 우리 힙합을 공감하는 세대를 위한 작업을 해보고 싶어요." 

 

음악하길 잘 했느냐고 묻자 또 그다운 간결한 답변이 돌아왔다.

 

그는 "'잘 했다, 못 했다'란 생각은 이제 무뎌졌다"며 "하지만 이거 하나는 확실하다. '음악 아니면 안될 것 같은' 느낌"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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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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