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여름날의 축제를 앞둔 녹색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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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여름날의 축제를 앞둔 녹색 도시

(광주=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싱그러운 초록빛 물결이 넘실거린다. 그윽한 예술의 향기가 퍼져 나간다. 국립공원인 무등산과 다양한 문화 시설을 품고 있는 광주는 남도에서 으뜸인 고장이다.

찬란한 빛고을이 올여름에는 세계에서 날아온 젊은이들로 한껏 달아오른다. 7월 3일부터 대학생들의 스포츠 제전인 유니버시아드가 열리기 때문이다. 대규모 축제를 고대하고 있는 광주의 매력을 찾아 길을 나섰다.


◇ 무등산, 눈길을 앗아가는 기암괴석의 경연장

'광주의 진산'으로 일컬어지는 무등산은 광주는 물론 화순과 담양에도 걸쳐 있다.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인 수달과 삵이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이자 다채로운 경관을 보유한 명산이다.


환경적, 자연사적 가치가 뛰어나 3년 전 24년 만에 새로운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지금까지는 우리나라의 마지막 국립공원이다.


무등산에서 가장 유다른 경관은 단연 서석대(瑞石臺)와 입석대(立石臺)의 주상절리다. 기둥 모양의 암석인 주상절리는 지표 위로 분출된 용암이 급격히 식으면서 만들어지는 지형으로 대개는 바닷가에서 발견된다.


국내에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주상절리는 네 곳인데, 무등산을 제외하면 제주도, 포항, 경주 등 해안이나 바다와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정으로 공들여 깎아낸 듯한 기다란 암석들이 한데 무리 지어 있는 무등산 주상절리는 내륙에 있을뿐더러 해발 1천m가 넘는 고지대에 생성됐다는 점에서도 유별나다. 또 돌기둥의 둘레가 6∼7m, 높이가 10m에 이를 만큼 크다는 사실도 인상적이다.


광주에서 서석대와 입석대를 친견하기 위한 등산로는 두 가지가 있다. 기점에 편의시설이 많고 교통이 좋은 증심사 코스와 상점은 적지만 한적하고 조용한 원효사 코스다.


양쪽 모두 난도가 적당해서 오르기 버겁지는 않다. 다만 호젓하게 걷고 싶다면 원효사에서 출발하는 편이 낫다.


원효사에서 서석대까지 이어지는 4.12㎞는 무등산 옛길 2구간이다. 2009년부터 개방된 무등산 옛길은 선조들이 다니던 경로로 한동안 이용되지 않았다고 한다.


수지사에서 충장사를 거쳐 원효사에 이르는 1구간과 장원삼거리에서 담양 가사문학관까지 연결된 3구간도 있으나, 서석대로 향하는 여로는 2구간뿐이다.


옛길 2구간의 초반부는 나무가 우거진 평탄한 숲길이다. 임진왜란 때 의병들이 칼과 창을 제작했다는 주검동 계곡과 널따란 반석인 치마바위가 있을 뿐, 별다른 볼거리가 없다. 하지만 활엽수와 삼나무가 뿜어내는 피톤치드가 많아 심신의 피로를 풀 수 있다.


산길은 서석대를 500m 정도 남긴 지점에서 급변한다. 경사가 가파른 돌계단이 눈앞을 가로막는다. 육상 선수가 스퍼트를 하듯 숨을 헐떡거리며 걸음을 떼야 한다.


이윽고 서석대에 다다르면 황홀한 풍경이 고통을 보상한다. 중봉 인근에 펼쳐진 초원 너머로 광주 시내가 굽어보이고, 뒤로는 웅장한 주상절리가 버티고 있다.


아쉽게도 무등산의 정상인 천왕봉에는 군부대가 있어서 갈 수 없다. 2011년 45년 만에 개방된 이후 1년에 서너 차례 출입이 허용된다. 서석대 못지않은 위용을 뽐내는 입석대를 거치면 탁 트인 경치를 바라보며 하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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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등산의 산수를 껴안은 의재미술관


통일신라시대에 창건된 사찰인 증심사 아래에는 의재미술관이 있다. 2001년에 건축문화대상을 받은 미술관 건물은 콘크리트와 유리, 나무로 마감됐다. 미술관에 들어서면 커다란 유리창을 통해 햇살과 녹음이 비친다.


미술관의 명칭인 의재(毅齋)는 남종화의 대가인 허백련의 호다. 1891년 진도에서 출생한 그는 서양화 대신 동양화의 분파인 남종화에 매달렸다.


1938년 광주에 정착한 뒤에는 증심사 뒤쪽의 차밭을 관리하고 춘설헌이란 화실을 지어 머물렀다. 미술관 주변에는 차밭과 춘설헌 외에도 의재의 묘소와 허백련이 차를 마시며 담소를 즐겼다는 관풍대 등이 있다.


올해 의재미술관은 '날이 밝는 것도 모르고 봄잠을 잔다'는 의미의 '춘면불각효'(春眠不覺曉) 전을 열고 있다.


미술관이 소장한 의재와 그의 동생인 목재 허행련의 회화 중 주제에 맞는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성하에 들르면 시나브로 춘몽에 빠져들게 되는 미술품과 마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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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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