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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념과 뚝심으로 이룬 임기택의 꿈 '세계 해양 대통령'

기사입력 2015.07.02 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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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357682124159.jpg국제해사기구 사무총장에 임기택 당선(서울=연합뉴스) '세계 해양 대통령'이라 불리는 국제해사기구(IMO) 사무총장 선거에서 한국인 최초로 임기택 부산항만공사 사장이 당선됐다. 선거는 40개 이사국이 참여해 과반수 득표한 후보자가 나올 때까지 반복해서 투표하며 최저 득표자를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임 사무총장은 투표가 계속될수록 지지표를 늘려 최종 당선됐다. 2015.6.30 << 연합뉴스 DB >> photo@yna.co.kr

    (부산=연합뉴스) 이종민 기자 = 임기택 부산항만공사 사장이 뒤늦은 출마라는 불리를 극복하고 '세계 해양 대통령'으로 불리는 국제해사기구(IMO) 사무총장에 당선된 비결은 무엇일까?


    그를 아는 사람들은 '악조건'에 굴복하지 않고 이겨내고 오히려 '기회'로 만드는 그의 '집념'과 '뚝심'을 꼽는다. 


    그가 IMO 사무총장 선거에 관심을 두게 된 결정적인 일은 지난 2월께 서울로 가는 KTX 안에서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KTX 안에서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장관을 우연히 만났다.


    "임 사장을 여기서 만나네. 요즘 어떻게 지내요"라는 오 전 장관의 말에 임 사장은 "장관님 덕분에 잘 지내고 있습니다"고 의례적인 인사말을 했다.


    서로 인사말을 끝내고 각자 좌석으로 돌아설 때쯤 오 전 장관은 "IMO 선거에 한번 나가보지, 내가 볼 때 임 사장이 적격인데…." 


    그는 1일 "당시 오 전 장관을 만나지 않았다면 IMO 사무총장 후보에 출마할 생각은 아마 하지 못했을 것이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현 일본인 IMO 사무총장이 개인 사정을 이유로 연임 포기 의사를 밝히자 덴마크, 키프로스 등 다른 나라 후보들이 지난해 말부터 투표권이 있는 이사국을 공략하고 있었지만 임 사장은 오 장관을 만난 뒤 한 달쯤 뒤인 지난 3월 24일에야 뒤늦게 출마를 선언했다.


    당시에는 덴마크의 안드레아스 노르드세쓰 해사청장 등이 크게 앞서 가고 키프로스의 크리소스토모우 해양청 상선국장이 뒤쫓는 상황이었다.


    14357682102854.jpg임기택 IMO 사무총장 당선자(부산=연합뉴스) 국제해사기구(IMO) 사무총장에 당선된 임기택 부산항만공사 사장. 사진은 중앙해양안전심판원 시절의 당선자 모습. 2015.6.30 ljm703@yna.co.kr

    그가 다른 나라 후보들보다 한참 늦게 출마를 선언하자 외교부에서는 처음에 부정적인 반응이 나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 국제기구 수장에 출마하려면 전년도에 이미 관련 국가를 상대로 이른바 '주고받기' 외교가 이뤄져야 하는데 임 사장의 출마선언이 갑작스럽게 이뤄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초기의 불리한 상황과 부정적인 기류는 그의 뚝심과 집념 앞에서는 오래가지 못했다. 


    그는 3월 31일 후보등록 후 4월 7일 방글라데시를 시작으로 투표권을 가진 40개 이사국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들어갔다. 


    그는 6월 초까지 대륙별로 이사국을 방문하며 맞춤형 공약으로 득표활동을 벌였다.


    이때 그의 체력과 뚝심을 보고 수행 직원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고 한다.


    여기에다 유기준 해수부 장관을 비롯해 정부 차원에서 선거 운동에 적극적으로 힘을 보태면서 선거일을 1주 앞둔 시점에서는 덴마크 후보와 '박빙 대결'로 끌고 가는 저력을 보였다.


    그의 이런 집념과 뚝심은 지방대 출신, 비행정고시 출신이라는 '단점'과 '열등감'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는 게 주변의 분석이다. 


    그는 마산중·고와 한국해양대 항해학과를 졸업했다.


    14357682046714.jpg임기택 IMO 사무총장 당선자(부산=연합뉴스) 국제해사기구(IMO) 사무총장에 당선된 임기택 부산항만공사 사장. 2015.6.30 ljm703@yna.co.kr

    졸업 후 6년간 항해사로 배를 탄 뒤 1984년 우연한 기회에 '선박기술 사무관 특채 시험공고'를 보고 응시해 합격, 공직에 입문했다. 


    그러나 고시 출신이 아니라는 이유로 공직생활을 하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던 모양이다.


    그는 해수부 사무관 근무 시절을 회상할 때면 "고시 출신이 아니어서 끌어주고 밀어주는 선후배가 없어 사무실 간이침대에서 잠을 청하며 일을 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자갈밭에서 꽃을 피우는 심정으로 미친 듯이 일했다"고 말하곤 한다.


    그는 항해학과 출신이지만 연세대에서 행정학 석사학위(1990)를 받고, 이듬해 세계해사대학(WMU) 해사안전행정학과에서도 석사학위를 받았다.


    뚝심에다 유창한 영국식 영어 구사능력 또한 이번 박빙의 선거구도에서 진가를 발휘했다는 후문이다. 

    임 당선인은 IMO와 아주 특별한 인연이 있다. 


    해양수산부 과장과 국장 시절 3년씩 6년간 영국 IMO에 파견돼 IMO 담당 외교관단 의장, 기국협약준수전문위원회(FSI) 의장, 아태지역 항만통제위원회 의장 등을 역임했다.


    영국에서의 이런 인연으로 그는 원어민처럼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게 됐고 이때 쌓은 인적 네트워크가 선거 당일 탈락 표를 흡수해 막판 뒤집기에 성공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됐다. 


    임 당선인을 잘 아는 부산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그가 처음 출마를 선언했을 때 주변 상황이 좋지 않아 반신반의했다"며 "그러나 30년 넘게 한길을 걸으며 어려움을 극복해온 그의 집념을 봐왔기 때문에 좋은 결과를 얻을 것으로 믿었다"고 말했다.


    ljm70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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