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서도 '존경받는 부자'를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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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서도 '존경받는 부자'를 만나고 싶다


(서울=연합뉴스) 사우디 아라비아의 알왈리드 빈 탈랄 왕자가 개인 재산 전부를 기부하겠다고 밝힌 소식이 전 세계에 신선한 충격파를 던지고 있다. 무려 320억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36조원에 달하는 거금이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의 세계 부자 순위에서 삼성 이건희 회장이 113억달러로 110위를 기록했지만 그는 이 회장에 한참 앞선 34위에 올라 있다. 세계 최고의 억만장자 중 한 명인 그가 개인 재산 전부를 기부하겠다고 깜짝 발표를 했으니 놀라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그는 "사람은 전성기 때 극적인 결정을 내려야 한다"며 "자선 사업은 30여년 전부터 시작했던 개인적 의무이자 내 이슬람 신앙의 본질적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의 발표가 라마단 기간 자카트(자선행위)의 일환으로 나온 것이라고 하니 이번 결정에 종교적 신념이 강하게 작용했음은 분명해 보인다. 이 천문학적인 돈은 알 왈리드 자선단체에 기부돼 문화적 이질감 해소와 여성인권 향상, 그리고 재난 구조에 쓰일 예정이라고 한다.


 혹자는 그가 자신의 재산을 과소평가했다고 포브스를 상대로 소송을 내는가 하면, 예멘 시아파 반군을 공습한 조종사들에게 벤틀리 100대를 선물하겠다고 말하는 등 잦은 구설에 휘말린 점을 들어 그의 진정성을 의심하기도 한다. 또 그가 어떤 방식으로 그 많은 돈을 기부하게 될지 의구심을 갖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그는 이미 2000년 이후 35억달러를 이 재단에 기부한 바 있고, 포시즌을 비롯한 호텔체인과 시티그룹, 트위터, 애플 등의 지분을 보유한 세계적 투자회사 킹덤 홀딩스의 회장 자리는 그대로 보유할 것으로 알려져 그의 기부 약속은 지켜질 것이라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사람을 감동시키는 선행 소식은 메마른 사회에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한다. 1990년 어느 날 우리 사회를 깜짝 놀라게 했던 김밥할머니의 전 재산 기부가 대표적인 예다. 한평생 대전역 앞에서 김밥을 팔아 모은 현금 1억원과 부동산 50억원 상당을 충남대학교에 기탁하면서 "돈 없는 아이들이 공부 못 하는 일이 없도록 해 달라"고 당부했던 할머니의 말은 기부 문화에 익숙지 않았던 우리 사회에 엄청난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이후 간간이 의미 있는 기부 소식이 들리긴 했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 극상류층의 부에 대한 의식은 나눔보다는 대물림에 쏠려 있는 것이 현실이다.


 어떻게든 상속 증여세를 줄여보고자 갖은 편법을 쓰고 심지어 불법적인 방법까지 동원하는가 하면, 그 과정에서 형제지간 또는 부모 자식 간에 법정 다툼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래서 자녀 2명을 옆에 세운 채 모든 개인 재산을 기부하겠다고 발표한 이 사우디 왕자의 모습은 신선하면서도 우리 사회와는 너무 괴리가 커 당혹스럽기까지 하다. 그는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가 설립한 자선단체 '빌 앤드 멜린다 게이츠 재단'에 감명받아 기부를 결심했다고 한다.


 세계 최고 부자인 빌 게이츠는 자신의 재산 95%를 기부하기로 서약한 바 있다. 좋은 생각도 전염되는 모양이다. 언제쯤 우리는 빌 게이츠, 알 왈리드 왕자, 워런 버핏 같은 기부왕들로부터 전염된 존경받는 부자를 만나게 될지 부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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