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묘하고 다채로운 조선 편병(扁甁)의 세계
  • 해당된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묘하고 다채로운 조선 편병(扁甁)의 세계

14363159263098.jpg

 

물레질을 해서 한 번에 굽부터 주둥이까지 병(甁)을 만든 뒤 양쪽 면을 두드리거나 눌러준다. 혹은 물레 위에서 넓적한 원반 모양을 빚고 모서리 부분을 더욱 도드라지게 한 다음 주둥이와 굽을 붙인다.

앞뒷면이 편평한 자기인 편병을 만드는 방법이다. 편병은 고려시대에도 존재했지만 조선시대에 들어서면서 급격히 늘어났다.

 

그렇다면 조선시대에 편병이 급증한 원인은 무엇일까.


조선은 성리학을 통치이념으로 삼아 예법을 중시했고, 그에 따라 새로운 기물(器物)이 만들어졌다. 편병뿐만 아니라 항아리를 옆으로 눕힌 뒤 불룩한 지점에 주둥이를 붙인 장군이라는 기형(器形)도 유행했다. 

편병의 원형은 중국에서 발견된다. 중국 전국시대에 제기로 쓰였던 청동기와 명대의 도자기 중에 편병이 있다. 다만 중국의 편병은 조선의 편병보다 화려하고 장식이 많다.


편병 가운데 국보는 단 2점뿐이다. 그중 하나가 서울 호림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제179호인 분청사기 박지연화어문(剝地蓮花魚文) 편병이다.


이 편병은 15세기 작품으로 높이는 22.7㎝, 주둥이의 지름은 4.8㎝다.


전반적인 생김새가 풍만한 느낌을 주고, 편평한 면에는 활짝 핀 연꽃과 연못에서 노니는 물고기가 새겨졌다. 측면은 3단의 문양대로 구성되는데, 꽃과 연꽃잎 무늬가 있다.


분청사기 편병은 주로 모란 무늬가 들어갔고 간혹 태극이나 물고기, 풀이 조각되기도 했다.


편병은 분청사기뿐만 아니라 백자나 흑자로도 제작됐다.


백자 편병은 경기도 광주에 있는 관요에서 집중적으로 생산됐다. 전체가 한 덩어리인 분청사기 편병과 달리 몸통과 주둥이, 굽을 따로 만들어 결합시켰다.


초기에는 문양이 전혀 없어 단순했으나 17세기 이후 철화나 청화 기법을 사용해 대나무와 포도, 새와 풀, 산수를 그린 작품이 등장했다. 


흑갈색 유약을 바른 흑자 편병은 분청사기와 백자를 굽는 가마에서 부수적으로 생산됐는데, 백자 편병과는 차별화되는 조형미를 보여준다.  

 

호림박물관 신사 분관에서는 7일부터 분청사기 박지연화어문 편병을 비롯해 편병 70여점을 선보이는 '선과 면의 만남, 편병' 전을 연다. 


편병을 주제로 하는 전시가 거의 없을뿐더러 분청사기 편병, 백자 편병, 흑자 편병 등을 통해 조선의 도자사를 한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전시 공간은 분청사기 편병만 정리된 2층과 백자 편병, 흑자 편병이 대비를 이루는 3층으로 나뉜다. 


한편 호림박물관은 이번 전시에 맞춰 4층을 고려청자 위주로 재단장했다. 박물관이 소장한 진귀한 청자들을 만날 수 있다. 


전시 기간은 10월 31일까지다. 

 

출처:연합뉴스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