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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위기> "은행 못 믿어"…명품에 투자하는 그리스인들

기사입력 2015.07.09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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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금손실·화폐가치 하락 우려에 "차라리 샤넬백 사두는 게…"


     

    (서울=연합뉴스) 백나리 기자 = 은행을 믿지 못할 처지에 내몰린 그리스 시민들이 차라리 명품을 사들이며 재산 지키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국제채권단과의 협상이 진행 중이기는 하지만 예금 손실이나 드라크마화 도입에 따른 화폐가치 하락이 없을 것이라고는 보장할 수 없는 만큼 환금성 높은 명품을 사두는 게 낫다는 판단에서다. 


    변호사 소피아 마르코울라키스(48)는 명품 가방을 살지 고민 중이다. 그전 같으면 명품 가방을 사치로만 여겨 사본 적이 없지만 자칫 은행에 넣어둔 예금을 날릴 수도 있다는 걱정이 들었다. 

    그는 "돈의 가치가 떨어지는 게 느껴진다"면서 "돈이 이제 숫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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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행 앞에 줄선 그리스인들(AP=연합뉴스)

    식당 종업원으로 일하는 크리스 다코(25)는 최고 품질의 비싼 신발을 사기로 했다.


    매일 현금으로 봉급을 받아 예금해온 그는 "내 돈을 가져가게 두느니 내가 쓰겠다"고 말했다. 


    이들 사례에서 보듯 그리스 시민이 돈이 많아 명품을 사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리스 인구의 44%는 빈곤 상태고 은행 영업이 중단된 이후로는 줄잡아 4∼5만 명이 직장을 잃거나 월급을 받지 못한다는 보도도 나왔다. 


    상당수가 공과금을 내거나 생필품을 사지 못하는 형편이지만 그나마 있는 돈이 휴지조각이 될지 모른다는 걱정에 명품구입이라는 고육지책까지 나오는 것이다.


    부유층은 국내 은행에 넣어둔 예금을 외국 계좌로 옮겨 자산 방어에 나섰다.

      

    유로뱅크에서 자산 투자를 담당했던 코타스 테오도로포울로스는 "그리스에서 인출된 돈 40%는 외국 은행으로 이동했다"고 말했다. 


    아테네 부촌인 콜로나키 지역에는 롤렉스 등 명품시계와 보석을 팔러 나온 시민들도 있었다. 한 보석상 주인은 지난주에 골드바 등을 찾는 전화를 20∼30통 받았다고 전했다.


    보석상 주인은 신용거래의 불확실성이 너무 커 현금만 받을 생각이라고 말했지만 고객들이 그만큼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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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품 브랜드 샤넬 로고(서울=연합뉴스)

    na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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