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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 없는 나무' 남호연 "어눌한 목소리가 신의 한 수"

기사입력 2015.07.12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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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366842591250.jpg'웃찾사' 개그맨 남호연(서울=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SBS 개그 프로그램 '웃음을 찾는 사람들'에서 '뿌리 없는 나무' 코너에 출연중인 개그맨 남호연이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연합뉴스 사옥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5.7.12 xanadu@yna.co.kr
    세태 풍자 개그로 꾸준한 인기…"오직 개그만이 제 길"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왕에게는 고민이 하나 있다.

    변성기가 오지 않은 어눌한 목소리 때문에 군주로서 위엄은 고사하고, 어딘가 모자란 사람 취급을 받는 것이다.

    핫바지처럼 보이던 왕은 절용과 애민을 몸소 실천해 '무대' 아래 백성의 환호를 끌어내곤 한다.  

    SBS TV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 '웃음을 찾는 사람들'(이하 웃찾사)의 인기 코너 '뿌리 없는 나무'에 등장하는 가상의 왕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뿌리 없는 나무' 1주년을 한 달여 앞두고 어느덧 왕으로 뿌리내린 개그맨 남호연(30)을 최근 서울 광화문에서 인터뷰했다.  

    "요즘 뉴스란 뉴스는 다 봐요. 지상파 방송사 8시 뉴스는 꼭 챙겨보고 특히 머리기사는 더 열심히 보고요. 사람들이 어떤 일에 가장 관심이 많은지 알려고 인터넷에서 화제인 뉴스들도 잘 챙겨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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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뿌리 없는 나무'는 요즘 세태를 은유하면서 일요일 밤 우리 속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코너다.  

    목소리 때문에 구중궁궐 안에서도 은근한 놀림감이 되던 왕은 도성 밖 역병 소식을 비밀에 부치자는 병조판서에게 "비밀로 할 것을 비밀로 해야지, 그러니까 백성이 더 불안에 떤다는 걸 모르느냐"라면서 혼쭐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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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웃찾사' 개그맨 남호연(서울=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SBS 개그 프로그램 '웃음을 찾는 사람들'에서 '뿌리 없는 나무' 코너에 출연중인 개그맨 남호연이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연합뉴스 사옥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5.7.12 xanadu@yna.co.kr

    대학 등록금으로 정문도 고치고 땅을 샀다고 자랑하는 중전에게는 "효녀 심청이가 아빠 빚보증 세우는 소리 하고 있다"라고 일갈한다. 


    남호연은 "어눌한 목소리가 (코너 성공에) '신의 한 수'였던 것 같다"면서 "우리에게 익숙한 대로 왕이 근엄한 목소리로 호통친다고 하면 먹혔겠느냐"고 설명했다.

     

    "말투가 그러다 보니 사람들에게 친근감 있게 다가간 것 같아요. 코너 초반부에만 해도 바보처럼 보이던 왕이 후반부에서 속시원히 꾸짖는 모습을 다들 좋아하는 것 같아요."


    '뿌리 없는 나무'가 인기를 얻을수록 매주 세태를 적절히 풍자하는 개그를 짜는 일은 녹록지 않다. 자칫하면 까다로운 시청자들로부터 역풍을 맞기도 쉽다.

     

    남호연은 "우리가 교양 프로그램이 아닌 이상 웃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라면서 "메시지 전달에만 치중해서도 안 되기에 논의를 많이 한다"라고 강조했다.


    '뿌리 없는 나무'는 같은 프로그램에서 베테랑 개그맨 강성범이 진행하는 'LTE뉴스', 같은 시간대 방송되는 KBS 2TV '개그콘서트'의 '민상토론'과 함께 풍자 개그 코너로 자주 언급된다.

     

    "'LTE뉴스'는 짧게 짚고 넘어가는 촌철살인 개그에요. 우리는 그 짧은 한 문장의 뉴스를 가지고 극을 만들되, (특정 문제에 대해) 어사무사하고 두루뭉술하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좀 다른 것 같아요." 


    남호연은 "'민상토론'이 우리와 주제가 같다고 해서 우리가 더 세게 나가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라면서 "가령 메르스 사태는 개그를 떠나서 전 시청자들이 공감하는 부분도 있고, 하고 싶은 말도 있는 주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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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웃찾사' 개그맨 남호연(서울=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SBS 개그 프로그램 '웃음을 찾는 사람들'에서 '뿌리 없는 나무' 코너에 출연중인 개그맨 남호연이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연합뉴스 사옥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5.7.12 xanadu@yna.co.kr

    곤룡표와 익선관을 벗은 남호연은 나이에 비해 앳된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벌써 올해로 데뷔 12년째다.  


    어릴 적부터 아픈 부모님 때문에 국가로부터 적지 않은 도움을 받으며 컸다는 남호연은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려고 개그맨이 돼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


    "가정 형편이 넉넉한 것도 아니고 공부를 잘하지도 못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 TV코미디를 보니 정말 재미있는 거에요. 제가 받은 도움들을 갚으려면 개그맨이 되는 길이 딱 맞겠다고 생각했고 초등학생 때 이후로 다른 꿈을 꿔본 적도 없어요."


    그는 '웃찾사' 시청률이 30%에 육박할 정도로 TV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들이 황금기를 맞았던 2004년 '웃찾사'에 합류했다. 


    "정말 햇병아리 시절이었다"라고 당시를 회고한 남호연은 한참 망설인 다음 "그때를 돌아보면 좀 더 열심히 할 걸, 왜 그렇게 게을렀을까 하고 생각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피곤하다는 이유로 1년에 한 코너 정도만 맡았던 남호연은 자신의 20대를 함께 했던, 안락한 둥지인 '웃찾사'가 폐지되자 큰 충격을 받았다. 그는 이후 보다 치열하게 살기로 마음가짐을 새롭게 먹었다고 했다.   


    "저한테는 오직 개그밖에 없어요. 개그맨이 천직이라 믿고요. 장대한 목표를 세우고 싶지는 않아요. 그냥 남호연 코너라고 하면 다들 찾아서 봐주고, 저를 떠올렸을 때 재미있는 개그맨이라고 기억하는 날이 왔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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