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옥분 "광복 70주년, 우리의 아픈 역사 노래하고 싶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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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옥분 "광복 70주년, 우리의 아픈 역사 노래하고 싶었죠"

새앨범 '광복 70주년' 발표…위안부 피해자 위로한 '봉선화' 수록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광복 70주년인 올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8명이 세상을 떠났다. 정부에 등록된 군 위안부 피해자 238명 가운데 생존자는 47명으로 줄었다.

"등록된 피해자 수가 238명이지, 아픔을 갖고 가정을 꾸린 분도 있을 것이고 이미 외롭게 떠나간 분들도 계실 겁니다. 꽃처럼 아름답던 청춘을 잃어버린 그분들의 한과 설움을 헤아릴 수나 있을까요." 

 

포크 가수 남궁옥분(57)이 최근 발표한 새 앨범 '광복 70주년'에는 '봉선화'란 곡이 있다. 위안부 피해자의 다큐멘터리를 보고 썼다는 이 곡에는 '일본군 위안부를 위한 노래'란 부제가 붙었다.  

 

'비를 기다려 울던 세월/ 하늘 두고 하소연했지/ 그 하늘 바뀌어도 낯선 바람/ 누굴 위해 불었던가/ 잊으려도 지우려도/ 죽어서도 죽지 못하네/ 아픔도 슬픔도 없는 곳에/ 단 하루는 욕심인가~.'('봉선화') 

 

이 앨범은 남궁옥분이 사비를 털어 지난 5월 무료로 출시했지만 광복 70돌을 맞는 15일을 앞두고 주목받았다. 그는 지난해 싱글을 냈지만 신곡이 담긴 앨범을 낸 건 1993년 정규 앨범 이후 22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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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옥분은 14일 전화 인터뷰에서 "제가 의식 있는 뮤지션이란 게 아니라, 정말 소박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대한민국의 아픈 역사를 한 번쯤은 노래하고 싶었다"며 "직접 경험하진 않았지만 일제 강점기와 분단을 거친 부모 세대를 통해 시대의 아픔을 알고 나를 사랑하자는 메시지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사랑사랑 누가 말했나' 등 대중적인 포크 음악을 부르며 1980년대 큰 사랑을 받은 남궁옥분과 다른 결의 음악이어서 의외지만 사실 이 앨범은 10여 년 전에 완성됐다고 한다.  

 

그는 "평소 글 쓰는 걸 좋아해 이한열 열사가 세상을 떠났을 때의 감정을 쓴 시도 있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때뿐 아니라 배우 최진실, 이은주 씨의 부고를 듣고도 글을 썼다"며 "메모 노트가 쌓이면서 수록곡들도 차곡차곡 완성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세상이 내놓기까지 시간이 걸린 건, "무슨 자격으로 이런 노래를 내지?'란 생각에서 비로소 '내가 이걸 왜 안 냈지?'란 당위성을 찾았기 때문이다. 그는 명상 수련을 통해 스스로 그만큼 강해졌다는 말도 덧붙였다.

 

"의사도 전공이 있잖아요. 제 전공은 세상 속에서 노래하는 사람이지, 민중 가수도 아니고 의식 있고 사명감으로 노래한 사람도 아니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이젠 누군가에게 희망 되는 노래 하나만 만들자는 소박한 마음을 갖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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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곡 전곡을 작사·작곡한 앨범에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한 맺힌 삶부터 분단된 조국의 아픔까지 오롯이 새겨져 있다.

 

분단의 비극을 노래한 '금

강산'은 김일성 주석이 사망한 후 만든 노래로 "육로를 개방해 금강산까지 걸어가자는 염원을 담았다"고 한다. 당시 완성된 노래가 슬퍼 경쾌하게 다시 편곡했다. 

 

아픔을 토로하는데 그치지 않고 희망적인 메시지도 전한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와 '함께'에선 이 땅을 사랑하고 아름다운 세상과 평화를 위해 나아가자며 힘을 북돋는다. 특히 '함께'는 광복 60주년 8월 15일 밤 이문세, 김세환, 최백호, 유익종, 박학기, 변진섭, 김범룡, 추가열 등과 함께 부른 곡을 10년 만에 실었다.  

 

나라 사랑뿐 아니라 '나를 사랑하자'는 곡도 넣었다. '아리랑'은 명상을 통해 삶의 지향점을 가려는 의지가 생긴 때 쓴 개인적인 의식의 곡이라고 한다. "'아리랑'을 한과 슬픔의 정서로만 여기는데 우리 민족은 즐거울 때도 아리랑을 불렀다"며 "나를 찾았다는 기쁨의 아리랑"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이번 앨범을 통해 음악적인 방황과 고민을 끝내고 수구초심(首丘初心)이 됐다고 강조했다. 여고생 시절 포크 음악 동아리 '참새를 태운 잠수함' 시절로 돌아가 음악에 끌려 다니지 않고 자신의 색깔을 찾아가겠다는 것이다.

 

그는 "음반제작자에 의해 저한테 맞지 않은 노래를 부른 때도 있었고 음악 지향점 때문에 고민하던 시기도 20년 정도 지내왔다"며 "이 앨범으로 그간의 숙제를 마쳤고 음악적인 고민에서도 해방됐으니 다시 시작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발걸음은 빠르다. 9월에는 2CD로 된 리메이크 앨범이 나온다.

 

그간 새 앨범이 없다는 이유로 음악 무대를 제외하고는 지상파와 종편 등 예능 프로그램 섭외도 거절했던 그는 "가수로서 입지가 다져진 다음에 뭔가를 하고 싶었다"며 "이제 차근차근 내 음악 인생을 다시 풀어갈 수 있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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