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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민준 바통 이은 '용팔이', 사라진 20% 사냥하다

기사입력 2015.08.23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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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적 상황·만화같은 전개·시원한 액션과 속도감 조화
    주원의 화려한 원맨쇼에 '미녀' 김태희에 대한 호기심도 한몫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외계인 도민준은 지난해 2월 자기 별로 떠나면서 시청률 20%도 가져가 버렸다.


    그사이 숱한 도전자가 미니시리즈 드라마 링에 올라 시청률 사냥에 나섰지만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그런데 사채에 몰려 불법 왕진을 다니던 의사 용팔이가 해냈다. 시청률 20% 사냥에 성공했다. 그것도 단 6회 만이다.  


    완벽한 스펙에 시공을 넘나드는 초능력을 가진 외계인을 대신해 말 타고 달려올 자 누가 있을까 했더니, 동생을 살리기 위해 돈의 노예가 된 운동신경 빼어나고 수술 솜씨 끝내주는 외과의가 그 주인공이 됐다.

     

    SBS TV 수목극 '용팔이'의 초반 성공은 드라마의 내용이나 완성도를 떠나 시청률 20%를 달성했다는 점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시청률이 집을 나가버린 지 오래된 상황에서, 특히 지상파의 시청률이 곤두박질 친 상황에서 주중 미니시리즈가 지금도 시청률 20%를 넘어설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은 방송가에 그 어떤 값비싼 영양제보다 큰 활력소가 됐다.


    또한, 2중, 3중 복잡하게 꼬인 패륜 가족사나 악녀 이야기로 시청률을 올리는 여느 막장 드라마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 전개로 이런 결과를 거둔 점 역시 방점을 찍는다.  


    여기에 주원의 현란한 원맨쇼와 '미녀' 김태희에 대한 시청자의 호기심이 가세하면서 '용팔이'는 방송가의 긴 시청률 가뭄을 해갈시켜준 고마운 콘텐츠가 됐다.


    ◇ 1년 반 동안 사라졌던 주중 시청률 20% 

    '별에서 온 그대' 이후 지난 1년 반 TV 미니시리즈 드라마는 주중은 물론, 주말에도 20% 벽을 넘지 못했다. 심지어 주중 미니시리즈는 15%를 넘은 적도 없다.


    2013년 12월18일 15.6%로 출발한 '별에서 온 그대'(21부작)는 방송 4회 만에 20%를 돌파했으며, 2014년 2월27일 전국 28.1%, 수도권 29.6%의 자체 최고 시청률로 종영했다.  


    '용팔이' 전까지 올해 방송된 주중 미니시리즈 드라마 최고 성적은 MBC TV 월화극 '빛나거나 미치거나'(24부작)의 전국 14.3%, 수도권 16.4%였다.


    주말인 금~토 밤에 방송된 김수현 주연 KBS 2TV '프로듀사'(12부작)가 10.1%에서 출발해 17.7%로 종영하며 인기를 얻었지만 역시 20%는 넘을 수 없는 벽이었다.


    또 MBC TV 월화극 '기황후'가 지난해 4월 28.7%로 종영했지만, 이 드라마는 51부작 연속극이자 사극으로 일반 미니시리즈 드라마와 비교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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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년 반 '킬미 힐미' '착하지 않은 여자들' '괜찮아 사랑이야' 등의 미니시리즈 드라마가 온라인에서 큰 화제를 모으는 등 시청자의 사랑을 받았지만 시청률은 10% 안팎을 오갈 뿐이었다.  


    톱스타 현빈과 한지민이 주연한 '하이드 지킬, 나'가 4.3%로 막을 내리는 등 청춘스타들이 주연을 맡아도 시청률이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방송가에는 시청률 10%가 미니시리즈 드라마 인기의 척도로 거론됐다.


    하지만 '용팔이'가 보란듯이 6회 만에 20%를 넘어서면서 드라마가 경쟁력만 있다면 집 나간 시청률은 얼마든지 다시 돌아올 수 있음을 증명했다.


    ◇ 극단적인 상황·시원한 액션·속도감의 시너지

    '용팔이'는 만화같은 이야기다. 극단적인 상황과 전개가 이어진다. 그래서 황당한데 그 황당함을 이야기로 메우며 남녀노소를 TV 앞에 끌어모았다.

     

    일단 돈에 매수된 부패한 의료진이 재벌가 상속녀 한여진(김태희 분)을 인위적으로 혼수상태에 빠지게 해 수년째 외부와 차단된 격리 공간에 가둬두고 있고, 이제는 막다른 골목에 몰리자 한여진을 수술을 가장해 죽이려고 한다. (실제로 6회에서 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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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간호사가 정신착란을 일으켜 병원 한복판에서 병원장을 칼로 마구 찌르고, 모델처럼 생긴 가녀린 VIP병동 코디네이터가 난데없이 치마를 찢고 발차기를 하며 싸움의 기술을 보여주는가 하면 권총을 쏘아댄다. 조폭들간 싸움이나 경찰의 추격전도 심심치 않게 펼쳐진다.  


    돈이 필요한 외과의 김태현(주원)은 밤마다 조폭 불법 왕진을 다니던 중 경찰을 따돌리려 한강 다리 위에서 뛰어내리기도 한다.


    이 모든 이야기가 지난 1~6회 아우토반을 달리듯 시속 200㎞ 정도의 속도감으로 펼쳐졌다. 이야기가 말이 되고 안되고를 따질 겨를도 없었고, 만화 같은 상황들을 이어붙이는 작가의 솜씨가 시청자를 현혹시켰다.


    돈이면 뭐든 해결해주는 재벌가 소유 병원 VIP 병동에서 벌어지는 온갖 추한 일들과 간 이식 수술을 받지 않으면 곧 죽게 되는 여동생의 치료비를 위해 돈의 노예가 될 수밖에 없는 김태현의 처지는 극성을 최고치로 끌어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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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마디로 이야기는 상당히 세고 격하다. 의사들이 살인을 모의하는 등 범죄 행위를 하고 간호사가 혼수상태에 있는 환자를 폭행하고 희롱한다. 한류스타가 신인 배우를 때리고 성폭행해 죽을 지경까지 내몰고, 그 피해자가 복수심에 병원에 방사능을 유출하려고 한다. 재벌가 경영권을 둘러싸고 탐욕에 휩싸인 인간들이 펼치는 암투는 애교에 가까울 정도다.  


    하지만, 드라마는 적당한 코미디와 황당함을 사이사이 배치해놓아, 개연성을 따지게 하기보다는 한편의 '액션 만화'를 감상하는 듯한 기분이 들게 만든다.


    영화 '올드보이'에서 최민식이 펼친 롱테이크의 복도 장도리 액션을 연상하게 하는 육박전이나, 잠깐씩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한여진이 김태현과 대화하는 몽환적인 분위기의 장면을 보고 있노라면 머릿속에 있던 복잡한 생각들은 잊어버리게 된다.  


    ◇ 주원의 현란한 원맨쇼·김태희의 화려한 미모

    여기에 절박한 상황 속에서 액션과 의술을 시원시원하게 펼치는 주원의 연기와 2년 만에 안방극장에 돌아온 미녀 김태희에 대한 호기심이 어우러지면서 드라마는 화제성과 재미를 양손에 쥐게 됐다.  


    특히 출연하는 작품마다 연기력 논란을 달고 다닌 김태희에 대한 인터넷상의 갑론을박도 이 드라마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다. 4회까지는 혼수상태로 침대에 누워있는 연기만 펼친 김태희의 미모가 화제가 됐다면, 그가 눈을 뜨고 주원과 교감하는 5~6회에서는 김태희의 말 하나, 행동 하나가 관심의 대상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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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드라마 출연을 앞두고 살을 더 빼 기존의 인형 같은 이미지에서 한층 가녀린 이미지로 거듭난 김태희는 '잠자는 병실의 공주'부터 복수의 화신까지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앞서 김태희는 "4회까지는 누워있는 것만 보여 드리게 돼 나로서도 답답한데 5회부터 기대해달라. 많이 준비했다"고 밝혔다.


    '제빵왕 김탁구' '오작교 형제들' '각시탈' '7급 공무원' '굿닥터'까지 출연작마다 히트를 치다 지난해 '내일도 칸타빌레'로 쓴맛을 톡톡히 봤던 주원은 이번 '용팔이'로 다시한번 스타성과 연기력을 과시하며 명예를 회복했다.


    시청률이 20%를 돌파한 지난 20일 미디어데이를 통해 취재진을 만난 주원은 "역시 배우는 관심과 사랑을 먹고 자라는 직업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시청률이 높아 연일 이어지는 밤샘 촬영에도 힘이 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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