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물, 숲이 어우러진 괴산 산막이옛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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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산과 물, 숲이 어우러진 괴산 산막이옛길

(괴산=연합뉴스) 이창호 기자 = 걷기 좋은 계절이다. 깊은 골을 따라 흐르는 자연 그대로의 계곡이 많은 충북 괴산에는 사계절 아름다운 명품길이 있다. 제주도의 올레길 만큼이나 아름다운‘산막이옛길’이다.

산막이옛길은 충북 괴산군 칠성면 외사리 사오랑마을에서 산골 오지인 산막이마을까지 이어진 십 리 길을 말한다. 구불구불한 산길은 1957년에 괴산댐이 건설됨에 따라 대부분 물에 잠겨 없어지고, 일부만 남아 있었다. 산막이는 산의 마지막, 산이 막혔다는 뜻이다.

14423780349250.jpg아슬아슬 걷는 재미, 괴산 산막이 옛길(괴산=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괴산군은 4년 전 호수 가장자리에 나무받침(데크)을 설치해 4㎞의 벼랑길을 그대로 복원해 놓았다. 특히 환경 훼손을 최소화하고 살아 있는 자연미를 그대로 보여 주기 위해 친환경 공법으로 나무받침 길을 만들었고, 트레킹 코스 곳곳에 자연이 빚은 비경에다 '스토리텔링'을 더했다.


산막이옛길은 2011년 개장 첫해 88만1천195 명에서 2012년 130만2천775 명, 2013년 140만2천252 명에 이어 지난해 150만 명을 넘는 사람이 찾아 제주의 올레길 못지않은 명품 길로 떠올랐다.


산막이옛길 주차장 입구에서 주차료 2천원을 내고 식당과 기념품점을 지나 산막이옛길로 들어섰다. 맨 먼저 사랑을 상징하는 연리지(連理枝)와 갖가지 모양의 돌조각들이 도열해 있는 고인돌 쉼터가 반긴다. 이곳에서 50m가량 올라가면 작은 골짜기에 아슬아슬한 밧줄로 연결한 ‘소나무 출렁다리’가 있다. 나무 위를 걷는 출렁다리는 아기자기한 재미를 더한다.


출렁다리 우회도로에는 정사목(情事木)이 있는데 이름대로 남자 소나무와 여자 소나무가 ‘사랑’을 나누는 자세로 자라고 있다. 팻말에는 ‘지구 상에서 유일한 사랑 나누는 소나무’라고 적혀 있는데 1천 년에 한 번, 10억 주에 한 그루 정도 나올 수 있는 음양수라고 한다. 이처럼 산막이옛길은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산책로 곳곳에 이야깃거리를 숨겨 놓았다.

 

14423780390486.jpg산길과 뱃길이 어우러진 산막이옛길(괴산=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출렁다리를 건너면 야생동물이 지나다니면서 목을 축였다는 노루샘이다. 노루샘에 서면 산책길과 등잔봉 등산로 중 택일해야 한다. 2시간 걸리는 2.9㎞ 등산길과 3시간 걸리는 4.4㎞의 등산길은 가파르고 환상적이지만 그 대신 숨이 차오르는 것을 각오해야 한다.


산책 코스로 들어서면 연꽃을 심어놓은 연화담과 세상의 근심 걱정을 모두 잊는다는 망세루가 이어진다. 망세루는 호수 양쪽을 모두 볼 수 있을 만큼 전망이 좋다. 일상의 시름을 잠시 잊고 다시 걷다 보면 호랑이굴과 매바위와 여우비 바위굴, ‘옷 벗은 미녀 참나무’를 거쳐 '앉은뱅이 약수'에 닿는다. 옛날에 장애가 있는 사람이 이곳의 물을 마시고 벌떡 일어났다는 전설을 생각하며 목을 축일 수 있다.


넓은 쉼터를 마련해 놓은 호수 전망대는 마치 공원의 야외카페 같다. 괴산댐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호수 전망대는 주변의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지역 예술인들의 시를 감상할 수 있어, 사색하기에 좋은 곳이다. 그윽한 솔향이 기분을 상쾌하게 해줘 걷는 내내 발걸음이 가볍다.

 

14423780418372.jpg산막이옛길 고공전망대(괴산=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느티나무 고목 위에 만들어 놓은 괴음정을 지나면 고공전망대가 나온다. 호수 위로 난간을 설치하고 바닥에 강화유리를 깐 고공전망대의 맨 끝에 서면 살짝 오금이 저려 온다. 하지만 발 밑으로 새파란 호수를 내려다보면 마치 호수 위에 떠 있는 것 같은 짜릿함을 느낀다. 인천에서 온 탐방객은 “스릴을 느끼게 하는 전망대뿐만 아니라 고개를 돌리는 곳마다 풍경이 빼어난 숲길이 있어 몸과 마음이 다 재충전되는 것 같다”고 말한다.


이어 ‘마흔 고개’라고 이름 붙인 40계단을 타박타박 오르면 시원한 바람이 가슴까지 맑게 한다. 다래숲 동굴, 진달래 동산, 가재연못, 물레방아, 산딸기길 등을 느릿느릿 걷다 보면 어느새 산막이마을과 선착장이 눈에 들어온다. 산막이마을의 끝머리에는 조선 중기의 문신이며 학자인 노수신(1515~1590)이 귀양살이하던 수월정(水月亭)이 복원돼 있다.


산막이마을에서 배를 타고 출발지인 주차장으로 되돌아 나올 수도 있고, 온 길을 되짚어갈 수도 있다. 등산을 좋아하거나 시간이 허락된다면 산막이옛길을 둘러싼 천장봉과 등잔봉을 오르는 것도 좋다. 1코스는 산막이마을∼천장봉(해발 437m)∼한반도 전망대∼등잔봉(해발 450m)∼노루샘까지 4.4㎞이며, 2코스는 진달래 동산∼천장봉∼한반도 전망대∼등잔봉∼노루샘을 잇는 2.9㎞이다.

 

14423780473037.jpg천장봉 한반도 전망대(괴산=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천장봉에서 등잔봉까지는 호젓한 능선 길인데 풍경이 장쾌하다. 천장봉을 조금 지나면 한반도 전망대다. 괴산호 한가운데 자리 잡은 한반도 지형이 한눈에 들어온다. 능선 길을 가는 내내 오른쪽으로 괴산 호수가 그림처럼 펼쳐진다.


산막이옛길을 걸을 때는 설레발 놓으며 앞서가는 발걸음을 성큼성큼 따라가지 말고 다양한 이야기를 품고 있는 나무와 대화하며 느릿느릿 걸어보자. 지친 몸과 마음이 시나브로 치유되는 나를 만나게 될 것이다.


◇ 대야산 자연휴양림

우리나라 100대 명산에 드는 대야산(931m)과 둔덕산(970m)이 만나는 곳에 자리 잡고 있는 대야산 자연휴양림은 2009년 5월 문을 열어 시설이 깨끗하다. 다른 휴양림과 달리 객실 앞까지 차량 진입이 가능하다.


14423780520501.jpg대야산 자연휴양림괴산 산막이옛길 부근에 있는 대야산 자연휴양림

지난해 문을 연 제2산림문화휴양관에는 학천정, 용추, 월영대, 물봉선등 주변의 명소와 식물 이름이 붙어 있다. 기존의 제1산림문화휴양관의 방에는 갈참나무, 조리대, 졸참나무처럼 휴양림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나무 명칭이 부여됐다. 대야산자연휴양림은 야영을 할 수 있는 캠핑장이 없지만 캐빈이 있다.


캐빈은 취사와 샤워시설 없이 숙박만 가능한 통나무집을 일컫는다. 따라서 침구와 식기를 따로 준비해야 한다. 캐빈은 소음을 방지하고 난방 효과를 높이기 위해 이중창으로 설계됐다. 제1산림문화휴양관 뒤편 등산로는 둔덕산 정상까지 이어진다. 산정까지 거리는 2㎞로, 1시간이면 충분히 오를 수 있다.


산림청은 9월부터 주중은 기존대로 선착순 예약이지만 주말(금·토)과 법정공휴일 이용은 추첨제로 전환했다. 국립자연휴양림관리소는 매월 4일 오전 9시부터 9일 오후 6시까지 다음달 사용분에 대해 홈페이지(www.huyang.go.kr)에서 추첨 신청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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