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예전엔 이렇지 않았거든요"…MBC '그녀는 예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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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문화

"제가 예전엔 이렇지 않았거든요"…MBC '그녀는 예뻤다'

유쾌·발랄한 '로코'…황정음의 처절한 '못난이' 연기 매력폭발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오 나의 귀신님' 퇴장 후 한동안 식욕을 잃었던 당신이라면 걱정마시라. '그녀는 예뻤다'가 침샘을 마구마구 자극하며 군침이 돌게 한다.


지난 16일 시작한 MBC TV 새 수목극 '그녀는 예뻤다'가 유쾌하고 발랄한 로맨틱 코미디의 정석을 보여주며 2회 만에 안방극장을 휘어잡았다.


외계인도, 귀신도, 다중인격도 안 나온다. 땅에 발붙이고 정신적으로 멀쩡한 사람들만 나온다. 소재도 새롭지 않다. '86서울아시안게임' 때부터(혹은 그 이전부터) 익숙하게 보아온 '신분 숨기기' 혹은 '가면 놀이'다.


그런데 새롭고 웃기다. 타이틀롤을 맡은 황정음의 물불 안 가리는 코믹 연기, K팝스타 최시원의 개그가 폭소를 터뜨리게 한다.


남자 주인공 박서준은 날이 갈수록 '훈훈함'을 더하고, 극에 양념을 치는 모든 출연진 하나하나의 조화가 기대 이상이다.  


아직은 '용팔이'에 밀려 시청률은 낮지만, 이미 한국과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그녀는 예뻤다'가 단연 화제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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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쁘다'가 아닌, '예뻤다'가 끌어올리는 공감도


주인공 김혜진(황정음 분)은 과거에 예뻤다. 그러나 지금은 '저주받은 악성 곱슬머리'에 안면 홍조가 한껏 발현되면서 누구나의 눈에 '폭탄'으로 보이는 얼굴이다.


이 지점은 여성 시청자들의 공감도를 강하게 끌어올린다.


빅뱅은 "베이비 베이비 지금처럼만 아름다워 줄래 넌 시간이 지나도 내가 설렐 수 있게~ 베이베 베이비 넌 시들지 마 이기적인 날 위해 그 모습 그대로 넌 그대로 여야만 해"라고 감미롭게도 노래하지만, 사실 이 가사처럼 '폭력'적인 것도 없다.


온갖 화장품 광고가 '시간을 거스르는' 미모를 보장한다고 꾀지만, 세월 앞에, 지난한 삶 앞에 '그 모습 그대로'를 간직하고 살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자들은 뭔가 중요한 일을 앞두면 "그때까지 살 좀 빼고" 혹은 "관리 좀 받고"라는 말을 한다. 그러다 결국 실패하고는 "제가 예전에는 이렇지 않았거든요"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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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진도 과거에는 확실이 예뻤다. 초등학교 시절 '전교에서 제일 예쁜데 집도 부자인데다 공부까지 잘하고'가 김혜진이라는 인물에 붙은 설명이다. '재주는 또 왜 그렇게 많은지 각종 대회에서 상을 휩쓰는 걸로도 모자라 성격마저 심하게 좋아 얄미워할 수조차 없는 애'라는 부연이 뒤따른다.


하지만 잘 살던 집안이 망하고, 먹고 사느라 스펙도 쌓지 못한 채 나이를 먹으면서 '당연히' 외모도, 실력도 가꾸지 못했다.  


그런데 글쎄, 15년 전 헤어졌던 초등학교 시절 첫사랑 지성준(박서준)이 갑자기 나타난 것이다. 심지어 과거에는 볼품 없는 뚱보였던 지성준은 이보다 근사할 수 없는 '훈남'이 됐다.  


그런 지성준 앞에 도저히 나설 수 없는 김혜진의 심정에 대한 공감도를 설문한다면 아마도 순식간에 폭발적인 '동조'가 이뤄질 것이다.


◇ '가면 놀이'가 안겨주는 흥미진진한 스릴 

우마 서먼 주연 할리우드 영화 '고양이와 개에 관한 진실'(1996)이나, 제라르 드파르디외 주연 프랑스 영화 '시라노'(1990)를 비롯해 못생긴 외모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 앞에 나서지 못하고 '대역'을 내세우는 이야기는 '클래식'이다.


김혜진 역시 차마 지성준의 '환상'을 깨고 싶지 않아 자신의 절친이자 '9등신 미녀' 하리(고준희)에게 자신의 대타를 부탁한다.


이러한 설정은 웬만하면 히트를 치는 '남장 여자' 소재와 함께 흥미진진한 스릴을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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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를 앞에 두고도 몰라보는 답답하고 안타까운 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그녀는 예뻤다'는 좌충우돌 본격적인 코미디를 가미해 슬픔보다는 황당하고 웃긴 에피소드를 잇달아 배치하며 '유쾌지수'를 높인다.

지성준 앞에 나서지 못하는 김혜진의 상황은 애처롭고, 김혜진을 알아보기는 커녕 심하게 면박을 주고 벌레보듯 하는 지성준의 '한 치 앞도 모르는 경거망동'에 혀를 차게 되지만, 그 둘이 '본의 아니게' 계속해서 얽히면서 벌어지는 기막힌 상황들은 깔깔 웃게 만든다.  


과연 김혜진의 정체는 언제 드러나게 될것인지, 그때 과연 지성준의 반응과 태도는 어떠할지라는 명확한 목표 지점을 향해 달리기 시작한 '그녀는 예뻤다'는 1~2회에서 보여준 속도감과 짜임새를 유지한다면 괜찮은 작품이자 상품으로 탄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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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못난이' 황정음, 이렇게 사랑스러울줄이야

올초 MBC TV '킬미힐미'에서 7개의 다중인격 환자를 상대하며 주눅 들지 않는 맷집을 과시했던 황정음은 이번에는 자신이 주인공인 드라마에서 마음껏 연기력을 폭발시키고 있다.  


상대의 연기를 받아주는 데서 그치지 않고, '왕년에 예뻤던 그녀'로서 극을 끌어가면서 매순간 기대 이상의 유연성을 발휘하고 있다.


'폭탄녀'로 분장한 것에 전혀 개의치 않는 것은 물론이고, 짐 캐리 식의 과장된 슬랩스틱 코미디를 펼치는 데 있어 단 한순간도 주저함이 없는 황정음의 '혼신'을 다한 망가지는 연기는 시청자의 엔돌핀을 분출시킨다.


자신을 숨기고자 하는 강박관념에 바보 같은 짓을 이어가고, 그러다 점점 상황을 악화시키는 김혜진의 자충수 행진은 연기에 한껏 신이 난 황정음을 만나 화면을 장악한다. '못난이'의 처절한 향연이 정성스럽게 펼쳐진다.

 

'하트 투 하트'의 최강희, '미쓰 홍당무'의 공효진을 이어 망가질수록 더욱더 사랑스러워지는 여배우의 대열에 황정음은 자신있게 자신의 이름을 올리게 됐다.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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