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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카는 여행중'…추석연휴 귀성길 대신 해외로

기사입력 2015.09.26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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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공항 출국자수 역대 최대…2030세대 "추석은 나를 위해 푹 쉬는 날"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외국계 회사에 다니는 이경민(35·여) 씨는 추석 연휴 첫날인 26일 3박4일 일정으로 일본 나고야(名古屋)로 여행을 떠났다.


    추석 연휴에 예약이 밀릴 것에 대비해 6개월 전부터 여행을 준비했다.

     

    아직 결혼하지 않은 이씨는 "부모님은 이미 벌초를 다녀오셨고, 추석 연휴에 두 분끼리 따로 여행을 떠나신다"며 "오빠는 올케 언니네 친정에서 추석을 보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회사원 최민정(33·여·가명) 씨는 친구들과 함께 셋이서 전날인 25일 오후 늦게 동남아로 떠났다.  


    직장 생활 6년 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풀 겸해서 부모에게 양해를 구하고 해외여행을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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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씨는 "한국에 있으면 뉴스를 봐야 하고 메일을 확인해서 처리해야 할 일도 생긴다"며 "해외여행을 간다고 회사에 말하고 떠나니, 정말 일로부터 해방되는 느낌을 받았다"며 해외로 나간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명절에 여행을 가는 대신 주말에 부모님과 보내고 더 잘 챙기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원 서모(33)씨는 현재 프랑스에서 새신부와 신혼의 행복을 만끽하고 있다. 이달 20일에 결혼하고서 추석 연휴를 끼고 신혼여행을 떠났다.


    서씨는 "단 한 번인 신혼여행을 최대한 길게 보내고 싶어서 일부러 결혼식을 추석 전주로 잡았다"며 "나처럼 명절을 껴서 신혼여행을 가려는 부부가 많았는지 결혼식장 예약이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20∼30대를 중심으로 젊은 세대가 바다 건너로 '대이동'함에 따라 추석 연휴 해외여행객이 크게 늘고 있다.  


    26일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25∼29일 닷새간 인천공항을 통해 해외로 나간가는 여객수는 모두 35만8천649명, 일평균 7만1천730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천공항으로 출국하는 여객은 금요일인 25일 7만8천778명에서 연휴 첫날인 26일 8만1천781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감소한다.  


    입국자 수는 25일 5만9천42명에서 점점 늘기 시작해 연휴 마지막 날인 29일에 8만4천1명으로 최대치를 기록한다.  


    추석 연휴를 맞아 25일이나 26일에 출발해 3박4일로 해외여행을 떠나는 여행객들이 많다는 추론이 나온다.  


    여행업계에 따르면 엔화 약세와 맞물려 단기간 일본으로 여행을 떠나는 이들이 대폭 늘었다.  


    모두투어 관계자는 "패키지 기준으로만 보면 지난해 추석 연휴 때보다 올해 해외여행 수요가 15% 내외로 늘었다"며 "일본은 전년 동기대비 50%나 급증했다"고 말했다.


    연차휴가를 붙여 장기 여행을 떠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연차를 붙여 연휴를 최대한 활용하려는 이들은 장거리 여행을 택한다"며 "이번 추석 연휴에 일주일에서 열흘 기간으로 유럽에 가는 이들이 늘었다"고 말했다.  


    추석 연휴에 해외 여행객이 늘어난 것은 기본적으로 연중 해외여행객 수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올해 중동호흡기증후군으로 인해 잠시 타격을 받았지만 해외여객 수 자체가 연초부터 지난해에 비교해 10% 이상 늘었다"며 "이런 여객 증가 추세가 추석연휴에도 이어진 셈"이라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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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추석 연휴를 '온 가족이 모이는 날'이기보다는 '푹 쉴 수 있는 연휴'로 여기는 인식이 퍼진 것도 일조했다.  


    일본으로 여행을 떠난 이씨는 "친척들에게는 추석이 아니더라도 종종 연락드린다"며 "결혼한 친구들은 추석 때 바쁠 것이고, 결혼 안 한 친구들은 나처럼 여행을 가거나 다른 일을 하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고 말했다.  


    동남아로 친구들과 여행간 최씨는 "예전에야 교통이 불편하고 경제적으로도 어려워 쉽게 고향에 내려가지 못해 명절이 중요했지만, 지금은 수시로 찾아뵐 수 있으니 꼭 명절을 쇠야 하는 분위기는 아닌 듯 싶다"고 달라진 세태를 설명했다.


    귀성길 대신 일본행을 택한 회사원 윤모(27)씨는 "다른 때 제대로 휴가를 챙길 수 없는 만큼 추석 연휴를 이용해 해외로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은 장기 휴가에 대한 부담감이 많이 줄었고, 학생들도 체험학습 등으로 연휴 끼고 여행가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명절 연휴 해외 여행객들이 늘어난 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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