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압도하는 최시원의 존재감…'그녀는 예뻤다'의 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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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문화

주인공 압도하는 최시원의 존재감…'그녀는 예뻤다'의 묘미

'드라마의 제왕' '무한도전' 거쳐 코미디 재능 만개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아는 사람은 알았다. 그가 얼마나 웃긴 캐릭터인지를.

하루아침에 돌변한 게 결코 아니다. 그는 원래부터 웃겼다. 끊임없이 웃음을 추구했고, 탐구했고, 실험했다.


헌헌장부 외모에, 세계를 들썩이게 하는 K팝 스타라는 점에 쉽게 묻혀버리곤 했던 것이지 코미디와 개그에 대한 그의 사랑은 식을 줄 몰랐다.


그리고 마침내 과녁을 적중해 '텐 텐 텐'을 외치고 있다. 10점 만점이다.


MBC TV '그녀는 예뻤다'의 최시원(28)이 그동안 갈고 닦아온 코미디 실력을 제대로 보여주며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화면에 등장하는 모든 순간이 개그의 연속인데, 단 한순간도 어색하지 않다.

 

'무한도전'의 '식스맨' 프로젝트에 도전했을 때도 알아봤지만, '그녀는 예뻤다'의 최시원을 보고 있노라면 물이 올라도 제대로 올랐다.


게다가 코미디에만 머물지 않는다. 중반으로 접어든 이 드라마에서 그는 진지한 감정 연기도 자연스럽게 소화해내고 있다.


바야흐로 이제 때를 만났는데, 그는 이 드라마를 끝으로 다음달 의무경찰로 입대한다. 군 복무를 마치면 그는 더 멋진 연기를 보여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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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춘 쿠키' 최시원, 원래 웃겼다


'그녀는 예뻤다'에서 그가 연기하는 김신혁은 '똘기자'라는 별명이 참 잘 어울리는 캐릭터다. 패션지 기자인데, 주인공 김혜진(황정음 분)을 호시탐탐 골려먹지 못해 안달이 난 그는 영락없는 '똘기자'다.

 

최시원이 펼치는 장난기 넘치는 연기는 할리우드 슬랩스틱 코미디의 달인 짐 캐리 저리 가라다. 오만가지 강렬한 표정에 현란한 '송충이 눈썹 연기', 랩을 하듯 빠르면서도 정확한 속사포 대사 처리, 장난치는 데 인생을 건 것 같은 태도를 보고 있으면 웃지 않고는 못 배긴다.


그리고 이어서 감탄하게 된다. 천연덕스럽게 능글맞은 '아저씨 개그'를 끊임없이 펼치는 그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정말 잘한다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최시원의 이 같은 코믹연기는 그동안 그가 한눈 팔지 않고 끈질기게 웃음을 연마해온 덕분이다.

 

인터넷에 '포춘 쿠키'를 치면 연관검색어로 최시원이 바로 뜬다. 바싹한 튀김 과자 안에 행운의 말이 들어있는 중국 포춘 쿠키가 왜 최시원과 연관이 있을까. 백문이 불여일견. 최시원이 스스로를 희화화한 '포춘 쿠키 최시원' 사진 한장만 봐도 그에게 유머 감각의 피가 철철 흐르고 있음을 단번에 확인할 수 있다.


그는 드라마에서도 웃겼다. 지난 2007년 MBC TV 2부작 '향단전'을 시작으로, 2010년 SBS TV '오 마이 레이디'와 2012년 SBS TV '드라마의 제왕'을 봤다면 최시원이 연기를 시작한 순간부터 지난 8년간 꾸준히 코미디를 파고 들었음을 알 것이다.


'오 마이 레이디'의 성민우와 '드라마의 제왕'의 강현민은 둘 다 '발연기'를 하는데 슈퍼스타인 배우였다. 한마디로 겉으로는 폼을 잔뜩 잡지만 뒤로 돌아서는 허당이고 약점이 많은 우스꽝스러운 캐릭터. 이 둘을 최시원은 2년이라는 시간차를 두고 연기하면서 진화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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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마이 레이디'의 성민우는 아직 연기 신인인 최시원에 맞게 성격이 까칠한 면이 강조됐다면, '드라마의 제왕'의 강현민은 제대로 망가지는 캐릭터였다. '우헤헤헤' '이히히히' 같은 해괴하고 방정맞은 웃음소리를 내는 무식하고 속물적인 인물로, 이 캐릭터를 연기하며 최시원은 반듯한 핸섬가이의 이미지를 와장창 깨뜨렸다.

드라마 '아테나'나 '포세이돈'에서 보여준, 제복 입은 각 잡힌 액션 배우의 모습과도 전혀 달랐고 무대 위에서 한류 팬들을 사로잡는 카리스마 넘치는 K팝 가수도 아니었다.

이러한 캐릭터를 거쳤기에 그는 지금 '그녀는 예뻤다'에서 시청자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똘기자'로 변신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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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정음-최시원 커플에 대한 지지 이어져

문제(?)는 최시원이 이처럼 너무 잘하다보니 '그녀는 예뻤다'의 남자 주인공인 박서준을 압도한다는 점이다.

로맨틱 코미디의 공식대로라면 시청자는 여주인공인 김혜진이 남자 주인공인 지성준(박서준)과 맺어지길 응원해야하는데, 8회까지 방송된 현재 대다수의 시청자가 최시원이 연기하는 김신혁과 김혜진이 맺어지길 바라고 있다는 점이다.

기본적으로 '신들린 코믹 연기'를 펼치고 있는 황정음과 최시원의 앙상블이 절묘해 드라마의 인기를 견인한 데다, 그사이 상대적으로 박서준은 캐릭터의 매력을 별반 보여주지 못한 탓이다.

모르긴 몰라도 최시원의 연기력과 그에 대한 시청자의 호응은 제작진의 예상을 한참 뛰어넘었을 듯 하다. 조연으로서 드라마에 양념만 쳐주면 됐을 역할인데, 최시원은 기대 이상의 호연을 펼치며 황정음과 함께 화제의 중심에 섰다.

김혜진을 "잭슨~"이라며 능청맞게 부르고, 유치한 장난을 쳐놓고 '핥핥핥' 숨 넘어갈 듯 포복절도하는 '똘기자' 김신혁과 그에 매번 당하면서 이를 가는 김혜진의 콤비 플레이에 대한 시청자의 지지가 이어지면서 최시원의 존재감도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그녀는 예뻤다'의 백미가 황정음이라면 최시원은 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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