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원 "영화는 '함께하는 느낌', 드라마는 '주인의식' 생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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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문화

주원 "영화는 '함께하는 느낌', 드라마는 '주인의식' 생겨"

'용팔이' 대박에 '그놈이다' 개봉…"30대 앞둔 시점에 꼭 필요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선보이는 '용팔이'로 시청률 20%를 넘기며 흥행 대박을 낸 배우 주원(28)이 시골 동네 청년으로 힘을 쭉 빼고 돌아왔다.


28일 개봉하는 스릴러 영화 '그놈이다'(감독 윤준형)에서 주원은 재개발을 앞둔 부둣가 마을에서 가진 것이라고는 빼앗길 위기에 처한 집 한 칸과 여동생뿐인 청년 장우 역할을 맡았다.


장우는 소중한 여동생을 잃고도 아무런 손을 쓰지 못한다. 동생의 장례식을 먼발치에서 한숨만 쉬며 바라보고 범인을 눈앞에서 번번이 놓친다.


21일 종로구 삼청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주원은 후줄근한 모습으로 허탈한 눈물을 삼키는 이 역할이 자신에게 꼭 필요했고, 꼭 하고 싶었다고 했다.


"정말 하고 싶었어요. 처음 어머니께 '라면만 먹고 살아도 좋다'며 배우가 되겠다고 말씀드렸던 때부터 세웠던 계획이 있어요. 20대에는 할 수 있는 한 많은 것을 해보자, 그렇게 해서 색깔이 정해졌다면 30대에는 변화를 줘서 제가 봐도 멋있고 섹시한 선배들 같은 배우가 되자. 그러려면 지금 장우 같은 역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30대로 넘어가는 시점에 꼭 도전하고 싶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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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바닥까지 긁어내는 감정부터 맨몸으로 사방을 뛰어다니는 액션까지 두루 꺼내 보여야 하는 장우는 이제 '청년'에서 '남자'로 건너가기로 결심한 배우에게 최적의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주원은 그 선택을 실행에 제대로 옮겼다.


'그놈이다'의 제작진은 가장 인상 깊은 장면으로 장우가 여동생을 죽인 범인을 확신하고 눈앞에 두고도 잡지 못하는 상황에 놓여 오열하는 유치장 장면을 꼽는다.


"감정적인 연기는 솔직하게 했어요. 죽은 동생을 껴안고 우는 장면을 찍을 때는 엄청나게 혼란스러웠던 기억이 나요. 슬펐다가, 화도 났다가, 꿈인가 생시인가, 복잡한 느낌이 실제로 들었고요. 유치장 신을 찍을 때도 솔직한 감정으로 꾸미지 않고 했어요. 태어나서 그렇게 울어본 적이 없어요. 억울하고 분통 터지는 느낌을 연기로나마 느꼈거든요."


액션 연기도 그렇다. 육체적으로 더 힘든 연기는 신출귀몰한 영웅 역할을 해야 했던 드라마 '각시탈' 때였지만, 감정이 뒤섞인 맨몸 액션을 해야 했던 이번 영화가 더 힘들었던 기억으로 남았다고 한다.


"영화에 '한방'이 되는 액션은 없어요. 감독님이 저를 캐스팅한 이유가 장우가 강한 남자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하시더라고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남자가 오직 동생을 위해 뛰어다니는 거죠. 그래서 이 액션은 많이 힘들었어요. 몸보다 정신적으로 감정이 들어간 액션이었으니까요."


'그놈이다'는 주원에게 "좋은 작품을 만들겠다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모든 사람이 한 방향을 바라보고 가는" 영화배우로서 생각을 넓혀준 작품이다.


한 소속사 식구지만, 함께한 작업은 이번이 처음인 배우 유해진(민약국 역)도 그 점을 일깨워준 선배다.

"이 영화만 5년 동안 준비한 감독님은 다른 얘기를 하면 기분이 상할 수도 있는데 해진 형은 얘기를 해요. 그런데 내 캐릭터와 유해진을 위한 것이 아니고 작품이 이렇게 하면 더 잘되지 않을까 하는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정말 작품을 사랑하는 사람이구나, 극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줄도 알고 욕심을 낼 줄도 알고. 존경스러워요. 저도 작품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20대에는 '멋있어 보여야 하는데' 같은 이런저런 걱정이 있었다면 그런 걸 버리고 작품이 잘 된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죠."


영화가 배우 주원에게 "함께한다는 느낌을 안기는" 무대라면, 드라마는 "배우로서 책임감과 주인의식이 생기는" 무대다.


그는 '제빵왕 김탁구'를 시작으로 최근 '용팔이'까지, TV드라마로 줄줄이 히트를 쳤다.


"드라마는 제게 '모두를 신경 써야 하는 곳'이에요. 감독님도, 스태프도, 다른 배우들도, 보조출연자도 모두 중요하죠. 책임감과 주인의식이 많이 생겼어요. 드라마는 환경이 빡빡해서 모두 바쁘니까. 이 작품은 내 작품이고 내가 모두를 신경 써야 한다, 주연배우인 나를 모두 챙겨주니 내 여유를 다른 사람한테 풀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생각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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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는 영화와 드라마 외에 하나의 무대가 더 있다. "에너지를 모두 쏟아부을 수 있는" 뮤지컬이다. 작년에도 '고스트'에서 주연을 맡았다.


"정말 소중한 곳이에요. 공연을 하다 보면 무대하고 관객석이 분리되면서 내가 실제 공간에 있다는 느낌을 받아요. 그게 짜릿해요. 관객이 연예인, 배우가 아니라 사람으로 나를 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거든요. 있는 그대로 캐릭터와 나를 보여줄 수 있는 무대가 정말 좋아요."


아직 차기작을 결정하지 못한 그에게 지금 가장 큰 욕심은 이 영화의 흥행이다. 드라마와 달리 그는 영화로는 이렇다 할 흥행작을 내지 못했다.


"전에 드라마 촬영을 하느라 영화 홍보를 못했어요. 이번에는 무대인사도 적극적으로 하고 홍보도 많이 하고 싶어요. 영화가 잘 되면 어떤 기분일까 정말 궁금해요. 기분이 정말 좋겠죠? 그 경험을 빨리 해보고 싶어요. 저도 드라마가 잘 됐고 해진 형도 잘 되고 있고 유영이(이유영)도 요즘 '핫'하고 혜영이(류혜영)도 '응답하라 1988'에 나오고… 배우들 기운이 좋으니 그 기운이 영화까지 왔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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