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꽃비 "평소 거짓말 못해서 연기 더 재미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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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꽃비 "평소 거짓말 못해서 연기 더 재미있었어요"

14455641688255.jpg병적인 거짓말 다룬 영화 '거짓말' 주연배우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영화 '거짓말'(감독 김동명)의 주인공 아영은 예쁜 옷을 입고 부동산에서 고급 아파트를 구경하고 백화점에서 대형 전자제품을 주문한다.


아영은 직장 동료들에게 곧 결혼할 부자 남자친구가 있다고도 말하기도 하고 곧 주문할 것처럼 수입차 매장에서 차를 고르기도 한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거짓말이다. 피부관리사인 아영은 적은 월급을 받으며 알코올 중독자 언니, 취직이 안 되는 동생과 함께 좁은 집에서 어렵게 살아간다.


그는 자신이 지어낸 거짓을 진짜라고 믿고 거짓된 말과 행동을 이어가는 리플리 증후군 또는 공상허언증 환자다.


그런 아영에게 순정적인 남자 태호(전신환)가 청혼할 때 즈음 아영의 거짓말이 흔들리기 시작하고 주변의 의심도 커진다.


아영 역을 맡아 극을 처음부터 끝까지 끌고 가는 배우 김꽃비는 22일 중구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열린 시사회 후 기자간담회에서 "평소 거짓말을 잘 못해서 연기하기가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김꽃비는 "어렸을 때 친구들이 흔히 하는, 책이나 학용품 산다고 부모님한테 거짓말하고 돈 타내는 일도 하지 못했다"며 "아영이를 연기하면서 뻔뻔하게 거짓말을 해봐서 재미있었다"고 설명했다.


김꽃비는 다만 "아영이 왜 그렇게 거짓말을 하고 싶은지, 왜 그렇게 허세를 부리고 싶은 것인지에 대해서는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영화에서 아영이 조금씩 하는 거짓말들은 대단한 것들이 아니다. 남들에게 사소한 불편을 줄 수는 있지만 큰 해를 가하는 것도 아니다.


"내 남자친구가 부자"라고 동료들에게 자랑하고 판매원이 사은품을 내밀자 콧대를 세우고 "됐어요"라고 거절하는 정도의 허영심이다.


김동명 감독은 "나 역시 백화점을 가면 (아영처럼) 거들먹거리는 심리가 올라온다. 그 부분을 관객이 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태호가 정말 순박한 사람인지도 생각해봐야 한다"며 "주변에는 너무나 많은 거짓이 있기에 거짓말이라는 소재가 태호의 모습으로 둔갑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거짓말은 점점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아영처럼 병적 수준에 다다르면서 아영이 거짓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거짓이 아영의 삶을 움직이는 것이 된다.


김 감독은 아영과 거짓의 관계를 '동반자'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는 "아영의 거짓말은 이미 거짓말 자체가 돼버려 그 거짓말 속에 아영이 기생하는 형국"이라며 "이미 영원한 동반자가 있는데 태호와의 관계가 무슨 소용이겠느냐"고 말했다.


태호 역을 연기한 전신환도 "나 역시 이런 상황에는 이 정도 거짓말을 해도 되겠지 싶었던 것들이 있는데 그것이 심해지고 습관이 되면 무서워질 수 있겠구나 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태호도 아영을 위해 거짓말을 하지만 그러다가 아영처럼 될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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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작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대명컬처웨이브상을 받았다.


29일 개봉. 98분. 청소년 관람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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