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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힘받은 힐러리 "나의 첫 임기 위한 선거"…대세론 재시동

기사입력 2015.10.24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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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456501400062.jpg버지니아주 고도 알렉산드리아서 '정치적 동지' 매콜리프 주지사와 함께 유세
    시민 1천명 넘게 모이고 경찰 경비 삼엄…'이메일'·'벵가지' 선방 자신감 과시
    오바마·빌 클린턴 행정부와 차별화 시도

    (알렉산드리아<미 버지니아주>=연합뉴스) 노효동 특파원 = "나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3기 대통령에 출마하는 게 아닙니다. 빌 클린턴 행정부의 3기 대통령에 나서는 것도 아닙니다. 이것은 바로 나의 첫 임기를 위한 출마입니다."


    2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인근에 있는 버지니아 주의 고도(古都)인 알렉산드리아에서 대중유세에 나선 미국 민주당의 유력 대선주자 힐러리 클린턴의 목소리에는 전례 없이 힘이 넘쳐났다.


    지난 수개월간 발목을 잡아온 '이메일 스캔들'의 수렁에서 벗어나 다시금 대세론에 시동을 걸겠다는 강한 의지가 연설 곳곳에서 묻어났다.


    가장 중요한 시험대로 꼽혔던 민주당 첫 TV토론(13일)과 미국 하원 벵가지특위 청문회(22일)를 '성공적으로' 돌파했다는 자신감이 작용한 듯한 분위기였다.


    특히 전날 장장 11시간에 걸친 마라톤 청문회를 '상처 없이' 선방했다고 평가되는데다가, 전국적으로 소액 정치기부금이 급격히 쏠리기 시작하고 첫 경선지인 아이오와 주에서 1위를 탈환했다는 '낭보'가 전해진 것이 큰 힘이 됐다는 된 듯한 분위기였다. AFP 통신은 "조 바이든 부통령까지 불출마를 선언한 이번 주는 힐러리에게는 대단한 한 주였다"고 평가했다.


    이날 낮 1시20분께 따사로운 가을햇볕이 내리쬐는 가운데 18세기풍 올드타운의 한복판에서 개최된 이번 유세는 마치 클린턴 후보가 다시 '대선 출정식'에 나선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뜨거운 열기와 에너지로 충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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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린턴 후보가 '정치적 동지'로 불리는 테리 매콜리프 버지니아 주지사와 함께 알렉산드리아 마켓 스퀘어 광장 앞에서 가설된 유세장에 모습을 나타내자 1천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 군중들 사이에서는 우뢰와 같은 환호와 함성이 터져나왔다.

     

    "힐러리, 힐러리", "마담 프레지던트"(여성대통령)를 연호하는 지지자들의 머리 위로는 클린턴 후보의 모습을 한 컷이라도 촬영해보려는 휴대폰들과 함께 "나는 클린턴을 믿는다", "이번엔 여성대통령이 나올 차례" 등이 쓰인 피켓과 구호 판들이 넘실거렸다.


    통로 주변에 늘어선 지지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연단에 오른 클린턴 후보는 매콜리프 주지사와 함께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환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오랜 정치적 후원자이자 친구사이인 매콜리프 주지사는 클린턴 후보를 껴안는 모습까지 연출하며 친밀감을 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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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콜리프 주지사는 클린턴 후보를 "11시간에 걸쳐 청문회에서 증언한 전사"라고 소개하면서 "이 버지니아는 클린턴의 영역"이라고 천명했다. 이는 이날 버지니아 유세가 클린턴 후보의 대선 레이스에서 갖는 전략적 중요성을 그대로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버지니아 주는 내년 2월 프라이머리와 코커스가 진행되는 초기경선 4개 주(아이오와·뉴햄프셔·네바다·사우스 캐롤라이나)에 이어 가장 대표적인 스윙 스테이트(경합주)로 꼽힌다. 다시 말해 한국의 수도권처럼 미국 전역의 여론 흐름을 집약해서 보여주는 '바로미터 지역구'라는 얘기다. 2012년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버지니아에서 얻은 50.8%의 득표율은 전국 득표율(50.6%)과 거의 일치한다.


    특히 버지니아 주는 '슈퍼 화요일'로 불리는 내년 3월1일 12개 주와 함께 경선을 치르기 때문에 이곳 표심의 향배가 갖는 의미는 매우 크다.


    공교롭게도 버지니아 주는 클린턴 후보가 2007년 경선패배 이후 5년만에 정치 복귀를 선언한 장소이기도 하다. 정확히 2년 전인 2013년 10월 말 버지니아 주 폴스처치에서 당시 매콜리프 주지사 후보의 유세를 지원하는 명목으로 대중연설에 나선 것이다.


    이 같은 전략적 중요성을 반영하듯 클린턴 후보는 버지니아 주 유세에 몰린 지지자들을 향해 "우리는 지금 매우 엄중한 선택의 순간을 맞고 있다"며 "오바마 대통령이 이뤄낸 진전 위에서 새로운 일을 구축해나가느냐, 아니면 공화당에 정권을 넘겨 우리가 힘겹게 마련해온 모든 것을 망가뜨릴 기회를 주느냐의 기로에 서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유세에서 클린턴 후보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업적을 계승해나가면서도 자신만의 독특한 색깔을 갖는 정책을 추구하겠다며 차별화 의지를 분명히 선보였다.


    클린턴 후보는 우선 오바마 행정부에 대해 "대공황 이후 최악의 금융위기 속에서 정권을 출범시킨 오바마 행정부는 오랜 과정을 거쳐 우리 경제를 살려내고 월스트리트를 개혁하며 '오바마 케어'를 통해 1천800만 명이 넘는 미국인들을 도왔다"고 평가했다.


    클린턴 후보는 그러나 국가경제의 버팀목인 중산층 경제가 완전히 무너진 상태라며 ▲소득불균형 해소 ▲여성임금 향상 ▲학자금 융자 개혁 ▲유상 가족휴가 장려 ▲육아지원 확대를 주요 공약으로 제시했다.

    또 총기규제와 이민개혁 관련 법안을 반드시 의회에서 통과시키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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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린턴 후보는 "나를 둘러싸고 많은 얘기가 나오지만, 중도에 포기한다는 말은 나오지 않고 있다"며 "나는 중산층을 돕고 소득을 높이며 중소기업들을 위해 싸워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클린턴 후보는 이날 유세에서 자신의 이념적 정체성을 "일이 되도록 만드는 진보"라고 주장했다. 이는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버니 샌더스 후보를 지지하는 진보층을 겨냥한 것임은 물론이다. 클린턴 후보는 "나는 공통분모를 찾을 줄도 알면서 내가 서 있어야 할 곳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유세장에서 만난 지지자들은 클린턴 후보가 내년 대선에 승리할 것이라는 강한 기대감을 보였다.


    80세의 여성인 아이다 브로스키는 "힐러리만큼 세상에서 가장 호감도 높은 사람이 어디 있느냐"며 "힐러리는 잘 갖춰졌고 매우 밝다"고 평가하고 "여성 대통령을 갖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알렉산드리아에 거주하는 25세의 킬라 잉글먼은 "나는 늘 힐러리의 지지자였다"고 소개하고서 "최근에 여러 가지 공격을 받고 있지만, 이번에는 확실히 대통령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49세의 타코마 웨인은 "이번에는 뭔가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고 기대를 표시했다.


    이날 유세장에서 클린턴 후보에 대한 신변 경호는 마치 현직 대통령에 대한 경호를 방불케 하듯 매우 삼엄했다. 유세장 주변 300m 근방에 100여 명이 넘는 경찰관들과 순찰차가 촘촘히 배치되고 지지자들과 취재진은 마치 공항검색대를 통과하는 것과 같은 수준의 보안검색 절차를 밟아야 했다. 클린턴 후보는 이날 오전에는 워싱턴D.C에서 열린 여성 리더십 포럼에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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