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방언 "고은과 협연, 경계 허무는 제 음악 인생에 큰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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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방언 "고은과 협연, 경계 허무는 제 음악 인생에 큰 걸음"

14468594708088.jpg고은 시인과 공연한 음악가 양방언(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재일 음악가 양방언을 6일 연합뉴스에서 만났다. 그는 유네스코 창립 70주년과 대한민국 광복 70주년을 맞이해 지난 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열린 공연 '평화에 목마르다(Thirsting for peace)'에 고은 시인과 함께 참여했다. 그는 공연 마지막에 고은의 유네스코 헌정시 '그러나의 노래'에 곡을 붙여 시와 연주가 함께하는 이색적인 무대를 선보였다. 2015.11.7 xyz@yna.co.kr
1일 고은과 파리 유네스코본부에서 호흡…귀국해 지방 투어

(서울=연합뉴스) 한혜원 기자 = "고은 시인과 컬래버레이션(협업)을 성공적으로 끝낸 것은 제 음악 인생에 하나의 큰 걸음이 된 것 같아요. 시인과 저, 오케스트라가 같이 무대 위에서 뭔가를 만들어내고, 그것을 우리가 같이 느낄 수 있다는 게 행복했죠."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양방언(55)은 이달 1일 프랑스 파리에서 아주 특별한 경험을 했다. 유네스코 창설 70주년, 대한민국 광복 70주년을 기념해 파리 유네스코본부에서 한국 대표 시인인 고은과 협연한 것이다.


고은은 이때를 맞아 유네스코에 헌정하는 평화의 시 '그러나의 노래'를 썼다. 고은이 먼저 시를 낭독해 녹음한 음성에 맞춰 양방언은 연주곡을 만들었다. 음악은 195개 유네스코 회원국 대표단, 국제기구 관계자, 프랑스 문학계 인사 등 500여 명의 관객 앞에서 울려 퍼졌다.


지난 6일 서울 연합뉴스 사옥에서 만난 양방언은 그날의 기쁨이 생생한 듯했다.


"시 낭송에 맞춰 음악을 만든 것은 처음이었어요. 역시 어려움은 있었죠. 하지만 한국, 일본, 미국 등 여러 나라 현악주자들이 한 자리에서 연주한다는 게 관객에게도 와 닿지 않았을까 싶어요. 무엇이든 첫 시도를 할 때 중요한 것은 '길이 보이느냐, 안 보이느냐'예요. 빛이 보이면 계속 하고 싶잖아요. 이런 면에서 저도 새로운 길을 다시 인식했어요."


그 감동을 안고 한국에 온 양방언은 이제 전국 투어 '에벌루션(Evolution) 2015'를 마무리하느라 바쁘다. 지난달 14일 제주를 시작으로 전북 정읍과 충남 서산을 돌았고 앞으로 경기도 하남·수원, 경남 김해, 부산과 울산 공연이 남았다.


그런데 투어 일정에 서울이 없다.


"10년 이상 한국에서 활동하면서 대부분 대도시에서 공연을 했어요. 지방분들이 가끔 '왜 오지 않느냐'고도 하시고, 지방에서 연주를 함으로써 그분들과 소통을 하고 싶었어요. 이왕 하는 거라면 한두 번이 아니라 많은 분과 만나야겠다고 생각했죠. 지방에서는 대도시와는 전혀 다른 커뮤니케이션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각 지방의 분위기가 다르지만 누구와도 음악으로 소통해요."

14468595007691.jpg유네스코 본부 고은 시인 시낭송회 및 음악가 양방언 공연(서울=연합뉴스) 1일(현지시각)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유네스코한국위원회와 유네스코본부, 주유네스코한국대표부가 공동 주최한 '유네스코 본부 고은 시인 시낭송회 및 음악가 양방언 공연'이 개최되고 있다. 2015.11.2 <<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제공 >> photo@yna.co.kr

그가 강조한 투어의 주제는 '경계 없음'을 의미하는 '노 바운더리'(No Boundary)다. 투어가 진행되는 동안 양방언은 기존 노래를 수차례 다르게 편곡해 연주했다. 또 투어 중간에 완성한 신곡이 있어 후반부 콘서트 관객은 따끈한 새 노래를 감상할 수 있다. 그는 "음악이 한 곳에 멈추지 않고 진화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양방언은 열성적인 '아리랑 음악가'로도 유명하다.


그는 2012년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서 아리랑을 교향곡으로 선보였고 2013년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에서도 웅장한 규모로 아리랑을 들려줬다. 2014 소치 동계올림픽 폐막식에서는 아리랑, 구아리랑, 강원도아리랑을 엮어 8분짜리 대곡으로 재해석한 '아리랑 판타지'를 선보였다. 올해는 정선을 무대로 다큐멘터리 '아리랑 앨범'을 제작하기도 했다.


그의 아리랑 예찬에는 역시 자신감이 넘쳤다.


"아리랑은 아주 쉽고, 듣는 순간 다가오고, 역사적 아픔이나 노스텔지어 같은 동양 특유의 요소를 많이 갖고 있어요. 여러 표정이 있죠. 소치 올림픽에서는 웅장한 환경에서 아리랑을 연주해야 했는데 신기하게도 그런 규모 있는 연주에서도 아주 잘 표현됐습니다."


양방언은 새 음반 준비에도 분주하다. 그는 이 앨범을 소개할 때도 '노 바운더리'를 재차 강조했다.

양방언은 "이번 음반의 키워드 두 가지는 '포옹'(Embrace)과 '경계없음'(No Boundary)"이라며 "두 단어가 다른 방향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은 음악에 경계선이 없는 상태를 제가 보호하고, 음악을 듣는 분들이 그런 공간에 경계선 없이 들어오셨으면 좋겠다는 의미"라고 소개했다.


초등학교 시절 하교길 풍경을 떠올리며 쓴 상쾌한 분위기의 곡, 반도네온으로 연주된 노래 등 그답게 다채로운 형식의 곡들이 포함됐다.

14468595061761.jpg음악가 양방언(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재일 음악가 양방언을 6일 연합뉴스에서 만났다. 그는 유네스코 창립 70주년과 대한민국 광복 70주년을 맞이해 지난 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열린 공연 '평화에 목마르다(Thirsting for peace)'에 고은 시인과 함께 참여했다. 그는 공연 마지막에 고은의 유네스코 헌정시 '그러나의 노래'에 곡을 붙여 시와 연주가 함께하는 이색적인 무대를 선보였다. 2015.11.7 xyz@yna.co.kr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올해 1월 고인이 된 러시아 출신 여성 보컬리스트 오리가를 추모하며 만든 노래다. 양방언은 생전에 녹음된 오리가의 목소리를 가져와 자기 음악과 결합했다.


그는 "러시아 출신인 오리가가 일본서 데뷔한 직후에 제가 프로듀싱을 했고, 이후로도 식구처럼 지냈다"며 "올해 초에 갑자기 세상을 떠난 것이 저에게는 너무 충격적인 사건이어서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일본에서 태어난 재일한국인 2세인 그에게 한국과 일본 양쪽 문화권에서의 경험이 음악에 도움이 됐는지 물었다.


그는 "어느 쪽이 좋다는 것을 떠나 양쪽의 영향을 받으며 살아온 사람은 그 사람 고유의 시각과 시점이 반드시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부정적이지는 않지만 조금 삐딱한 그 시선을 살리면서 다른 음악가, 다른 요소와 조화를 이뤄 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어떤 변화에도 긍정적인 그는 앞으로 포부를 묻자 "연주하고 작곡하는 '꾼'이 아닌 음악가로서의 역할이 중요한 것 같다"고 했다.


"일차적인 음악을 위한 역할이 아니고 이차적으로 전달되는 '예술의 힘'이랄까, 그것이 아주 중요하다는 것을 시간이 지날수록 느끼고 있어요. 그런 부분에서 제 역할을 발휘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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