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상세페이지

<맛난 음식> 임금에게 진상하던 별미 임진강 참게

기사입력 2015.11.20 09:45

SNS 공유하기

fa tw gp
  • ba
  • ka ks url

    (파주=연합뉴스) 이창호 기자 = 남북한을 흘러 서해로 통하는 임진강 주변은 사시사철 맛 좋은 별미가 끊이지 않는 곳으로 유명하다. 그 중에서도‘봄에는 황복, 가을에는 참게’라는 말이 있듯이 참게는 전국에서 으뜸가는 진미(珍味)로 알려진 황복과 함께 임진강의 별미다.

    참게를 말할 때 ‘가을바람이 참게를 살찌운다’는 말이 있듯이, 이맘때 참게의 속살이 가장 통통하게 오르고 맛도 제일 좋다. 참게는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곳에서 산란한 뒤 민물 상류로 이동해 겨울에 필요한 영양분을 몸속에 가득 채우고 가을에 다시 바다 쪽으로 내려간다. 짝짓기를 향한 본능이다. 이런 습성을 이용해 9∼11월에 주로 통발로 참게를 잡는다.  

    14479802097433.jpg
    이진욱 기자

    게딱지의 크기는 보통 10㎝ 내외이고, 암놈보다 수놈이 조금 크다. 강에 쳐진 통발이나 낚싯줄에 희생되지 않고 바다로 내려간 참게들은 이듬해에 알을 낳는다. 참게는 물고기 등이 죽어 가라앉으면 말끔하게 처리해주는 최고의 청소부로도 알려졌다.


    요즘 살이 통통하게 오르고 노란 장(영양분)이 가득한 놈들이 한창 잡히고 있고, 임진강변에 위치한 맛집은 ‘가을철 최고의 밥도둑’으로 불리는 참게를 맛보려는 식도락가들로 붐비고 있다.

    14479802125020.jpg
    이진욱 기자

    민통선을 앞에 둔 임진강변에 위치한 ‘원조두지리매운탕 1호점’의 장석조 대표는 “참게는 크기가 작아 꽃게에 비해 먹을 것이 없지만 노란 장에서 느껴지는 오묘한 맛이 가히 일품”이라고 말했다.


    최근 싼값에 들여 온 중국산 냉동 참게가 임진강 참게로 둔갑해 버젓이 팔리고 있지만 자연산과 양식 참게, 중국산을 구별하기란 그리 쉽지 않다. 장 대표는 “임진강 참게는 특유의 독특한 향을 지녔지만 육안으로 구분하기가 힘들다”며 “음식점 주인의 양심을 믿고 먹을 수밖에 없는데 두지리 매운탕촌에 오면 진짜 자연산을 맛 볼 수 있다”고 자신한다.

     

    14479802153481.jpg
    이진욱 기자

    ‘참궤’라는 이름으로 참게의 생태를 기록한 정약전의 ‘자산어보’는 가늘고 긴 다리를 가지고 둥근 사각형의 갑각껍데기에 알갱이들이 촘촘히 널려 있고 집게 아래쪽에 연한 털다발이 있다고 기록하고 있다. 참게는 단백질이 듬뿍 들어 있어 발육기의 어린이나 노약자에게 건강식으로 그만이다. 또 간을 해독하는데 탁월한 효능을 지닌 키토산과 필수아미노산도 풍부하다.


    참게는 참게탕, 참게장, 참게매운탕 등 요리 방법이 다양하다. 그 가운데 참게 맛을 제대로 즐기려면 게장이 으뜸이다. 임진강 참게는 ‘축양’(畜養) 기간을 거친다. 큰 수조에 참게를 넣고 물을 부어 하룻밤 지나면 몸속 찌꺼기를 토해낸다.


    덜 자란 참게에게는 먹이를 줘 살이 통통하게 오르도록 한다. 축양이 끝나면 장을 담근다. 팔팔 끓인 간장을 붓고 간장을 따라내 다시 끓인 뒤 식혀서 다시 참게에 붓는 과정을 서너 차례 되풀이하면 참게장이 된다.

    14479802184952.jpg
    이진욱 기자

    참게는 대게나 꽃게와 달리 크기도 작고 맛도 고소한데, 따끈한 흰 쌀밥에 잘 익은 참게장 속살을 뜯어 살짝 얹은 뒤 입에 넣으면 고소함과 감칠맛이 입안으로 퍼진다. 고추장과 미나리를 넣고 끓인 참게탕도 군침이 절로 돈다. 시원한 국물은 기본이고, 게 특유의 비린 맛이 없으며 구수하고 매콤하다. 속이 꽉 들어찬 참게는 담백하면서도 고소해 입에 착착 달라붙는다.


    참게에 메기와 민물새우를 넣어 진하게 끓여 내는 참게매운탕도 색다른 별미다. 국물 맛이 구수하면서도 칼칼할 뿐 아니라 참게의 풍미가 가득 밴 부드러운 우거지의 맛도 어지간하다. 게장과 달리 참게탕과 참게매운탕은 가을에 먹어야 제 맛을 느낄 수 있다. 급랭시킨 게는 아무래도 고소함과 독특한 향이 덜하다.

    14479802212021.jpg<< 임진강 >>이진욱 기자

    파주 적성면과 파평면, 연천군 백학면 일대에 참게 맛을 볼만한 집이 여럿 있다. 대부분 게장 한 마리와 함께 나오는 백반 정식(1인분)이 1만2천∼1만5천원, 참게 두 마리를 넣어주는 참게탕이 1만8천원∼2만원 선이다.


    두지리 마을은 지난 2001년 행정자치부(구 안전행정부)가 지정한 주민주도형 ‘평화생태마을 조성사업’에 선정됐다. 파주 임진강변은 강과 산이 어우러져 수도권 주민의 나들이 코스로 각광받고 있다.


    서울에서 자유로의 임진강 물줄기를 따라가는 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만나는 임진각 평화누리공원, 율곡 이이가 제자들과 함께 시와 학문을 논했다는 화석정(花石亭), 조선 초기 명재상 황희가 관직에서 물러난 뒤 갈매기를 벗 삼아 만년을 보냈다는 반구정(伴鷗亭) 등에서 늦가을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backward top h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