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조백상 주타이베이 한국대표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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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조백상 주타이베이 한국대표부 대표

66년 만의 양안 정상회담과 내년 총통 선거로 국제사회 이목 집중
"대만 재외국민도 참정권 행사할 수 있도록 보완 조치해야"

(타이베이=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중국과 대만 간 양안 관계든 남북한 관계든 평화 유지와 궁극적인 통일을 위해서는 최고 지도자들의 만남을 포함한 상호 교류와 대화를 통해 신뢰를 구축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7일 싱가포르에서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마잉주(馬英九) 대만 총통의 양안 첫 정상회담이 열렸다. 66년 만에 이뤄진 이 역사적인 만남에 대해 조백상 주타이베이(臺北) 한국대표부 대표는 "양안 최고 지도자 간 신뢰를 구축하는 시발점이 됐다"고 평가했다.


대만의 분위기도 전반적으로 긍정적이긴 하지만 민진당 등 야당 세력은 내년 초 총통 선거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회담을 개최한 것에 강한 의구심을 품으며 비난하고 나섰다.


첫 정상회담이 끝나고 10일, 내년 1월 16일 총통 선거를 50여 일 앞둔 시점인 18일 기자는 대만을 찾았다. 이곳 신문과 방송은 연일 여야 후보 가운데 누가 우세한지 등을 놓고 따지는 등 선거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었다.


양안 관계와 내년 총통 선거 결과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대만 한인사회, 그리고 우리 대표부의 움직임이 궁금했다. 기자는 19일 오후 타이베이시 지롱(基隆)로에 있는 한국대표부를 찾아 조백상 대표를 단독으로 만났다.


조 대표는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서 국제정치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16회 외무고시에 합격해 공직에 입문했고 주중대사관 1등 서기관, 주일대사관 참사관, 국방부 국제정책관, 중국 선양총영사 등을 지냈다.


그는 "정치적인 민감한 문제에 대해서는 코멘트하지 않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라고 조심스러워하면서도 "앞으로 우리와 대만 간 외교 관계는 더 발전할 것"이라고 자신 있게 대답했다.


다음은 조 대표와의 일문일답.

-- 양안 정상회담이 동북아 정세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

▲ 당장 어떤 영향을 준다기보다는 내년 총통 선거 이후 양안 관계가 어떻게 전개되는지에 따라 양안 관계뿐만 아니라 동북아 지역 정세에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다. 중국과 대만의 현 국민당 정부는 '1992년 콘센서스', 즉 '하나의 중국'을 각기 다르게 해석하는 관계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집권이 유력시되는 민진당 차이잉원(蔡英文·59·여) 후보는 이 합의를 공개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상황이다. 그러면서 차이 후보는 양안 간 현상 유지를 하겠다고 모호하게 밝힐 뿐이다. 만일 차이 민진당 주석이 총통에 당선되면 양안 관계가 어떻게 전개될지 그것이 관심사가 될 것이다.


-- 현재 차이 후보가 앞서나가는 상황인가.

▲ 오늘 아침 '자유시보'를 보면 여론조사에서 40% 정도의 지지율로 1위를 달리고 있다. 대부분 언론도 차이 주석의 당선이 유력하다고 전망하는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어제(18일) 국민당이 주리룬(朱立倫·54) 총통 후보의 러닝메이트로 왕루쉬안(王如玄·54·여) 전 대만 노동공업위원회 위원장을 지명했지만, 여전히 주 후보가 당선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다만, 입법원 선거에서는 국민당이 남은 기간 단결한다면 상당히 선전할 가능성이 있다.


-- 집권당의 수성이냐 야당의 승리냐에 따라 양안 관계도 변화가 있을 텐데.

▲ 주리룬 후보가 당선되면 계속 안정적으로 발전할 것이다. 국제 정세도 유리한 환경으로 조성되는 것은 당연한 순서다. 그러나 차이 후보가 정권을 잡으면 분명히 변화는 있을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정확히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고 그가 양안 관계를 악화시킬 강경 노선을 걸을 것이라고 섣불리 생각할 수도 없다. 또 대만 독립을 원하는 세력의 지지를 받는 차이 후보가 취임 초부터 중국에 저자세, 또는 협조적인 자세를 취하는 것도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지금으로서는 차이 주석이 양안 관계를 파국으로 몰지 않으면서 국내 지지 세력의 요구도 수용하는 정책을 펴지 않겠나 하는 추측만 나오는 상황이다.


-- 대만과 한국 간 교류 분위기는 어떤가.

▲ 교역 규모는 최근 300억 달러로, 서로 5위와 7위의 파트너다. 상호 투자 누계는 약 15억 달러다. 교역 규모보다 저조한 편이지만 최근 대만의 대(對) 한국 금융권 투자가 활성화하는 추세다.


지난해 상호 방문객 수는 120만 명으로 집계됐다. 2013년 하반기 국내에서 방영된 tvN '꽃보다 할배-대만편'의 인기에 힘입어 우리 국민의 대만 방문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또 대만 내 한류 드라마, K-팝 등으로 한국을 찾는 대만인들도 꾸준히 늘고 있다. 이 같은 인적 교류에 부응하기 위해 2004년 항공 노선이 복원된 이래 최근 두 번째로 한ㆍ대만 간 항공편 증편과 노선 확대가 이뤄졌다.


-- 대만인들이 갖고 있는 한국의 이미지는 어떤가.

▲ 전반적으로 좋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1992년 단교(斷交)에 따른 서운한 감정이 아직도 남아 있다. 특히, 단교 당시의 분위기를 생생히 기억하는 40대 중반 이후의 대만인 일부는 반한 감정까지 품은 것으로 보인다.


-- 대만에 진출하고자 하는 한국인, 한국 기업들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이곳에 상주하는 한인은 대부분 대만인과 국제결혼을 통해 다문화가정을 이룬 경우다. 대만 경제 규모는 세계 20위권이지만 구매력을 기준으로 한 소비능력은 일본, 한국을 능가하고 있다. 이 점을 겨냥해 이랜드, 신세계 등이 진출을 앞두고 있다. 중국 시장 진출을 꾀하는 우리 기업이 대만 기업과 협력해 공동으로 대륙을 공략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


대만 진출을 도모하는 우리 기업들은 대만인들을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한류 등에 따른 친한 정서와 단교에 따른 반한 정서, 그리고 경제 분야에서의 경쟁 대상이라는 경계 의식 등이 대만인에게는 혼재해 있다.


-- 현재 대만의 한류는 어느 정도인가.

▲ 대만은 한류의 발원지라고 할 만큼 아시아 지역 국가 가운데 가장 일찍 한류가 전파됐다. 어린 학생들은 TV드라마, 영화, 가요 등을 통해 한국에 대한 호기심을 키우고 있다. 한국 음식을 먹고, 한국어를 배우는 등 자연스럽게 한국을 이해하고 있다. 한류는 과거 단교의 역사를 딛고, 한-대만이 서로 이해하고 협력하는 중요한 소통 경로로 작용하고 있다.


-- 대표부는 한류 열풍을 지속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 우리 대표부는 문화, 교육 등에서 한류를 활용한 다양한 행사를 추진하거나 지원하고 있다. 지난달 1∼3일 '한국 우호주간' 행사를 열었다. '친선 음악회', '문화 교류 향연' 등을 통해 한류를 확산했다. 또 한국관광공사가 지난 6∼9일 개최한 대만 최대 규모의 '타이베이 국제관광박람회'에서는 관광객 유치를 위한 'K-스마일'(Smile) 선포식도 치렀다. 앞으로도 한류 스타 및 공연팀을 활용한 행사를 펼치는 동시에 한국의 전통미를 알릴 수 있는 사물놀이, 국악 공연 등을 열어 대만 시민에게 한국의 다양한 아름다움을 보여줄 것이다.


-- 대만 한인사회의 현안은 무엇인가.

▲ 한인사회는 4천여 명에 이르는데, '한교협회'(정식 명칭 중화민국한교협회)의 기능을 정상화하는 작업이 남아 있다. 장기체류 한교를 대상으로 거류증, 공작증 발급이나 갱신을 위한 신원 확인 공문을 처리하던 이 협회가 2011년 이후 분규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 전임 회장단을 만나 화해를 중재하고 있다.


-- 대만 동포들은 재외국민 선거에 참여할 수 없다고 들었다.

▲ 우리 대표부가 사실상 공관 역할을 하고 있지만, 아직 법제상 재외공관에 포함되지 않는다. 법적으로 정부를 대표하지 않는 것이다. 관련 법령에 따라 재외공관만이 할 수 있는 재외국민 선거를 치를 수가 없다. 2천 명 정도가 기본권 행사를 못한다. 다만, 우리 대표부는 한국이나 인근 국가에서 투표할 수 있도록 홈페이지를 통해 충실히 안내하고 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대만 내 재외국민도 참정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보완 조치를 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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