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녀의 반전 매력…'뚱보'에 도전하는 여배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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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문화

미녀의 반전 매력…'뚱보'에 도전하는 여배우들

신민아·황정음·김아중…유인영 120㎏ 분장엔 5천만원 들기도

(서울=연합뉴스) 조민정 기자 = 예쁜 여자가 못생겨지고, 못 생긴 여자가 예뻐지는 이야기. 그래서 인생이 역전되는 이야기는 영원한 스테디셀러다.


폭탄 머리를 한 황정음이 가고 나니 이번엔 '러블리'의 대명사 신민아가 호기롭게 나섰다. 신민아는 KBS 2TV '오 마이 비너스'에서 특수 분장을 통해 77㎏으로 몸을 불렸다.


드라마는 한때 '퀸카'였던 강주은(신민아 분)이 살이 찌면서 주변으로부터 괄시를 받고 15년 된 남자친구까지 잃는 데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인생의 주연과 조연은 언제나 뒤바뀔 수 있다는 것. 이 중요한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여배우들은 '망가짐'을 감수한다.


'몸꽝'이 '몸짱'으로

환골탈태한다는 설정은 새로울 게 없지만 그럼에도 외모 욕심을 내려놓은 미녀들의 도전은 언제나 시청자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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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기소침해지더라" 뚱보 도전한 여배우들


여주인공의 외모 변신은 극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는 장치다.


'최고의 성형은 다이어트'라는 광고 문구처럼 체중 감량은 시각적 효과가 가장 크기 때문인지 드라마와 영화에서 수차례 소재로 쓰였다.


배우들에게는 외모를 포기해야 하는 도전이기도 하지만 연기력을 증명하고 색다른 매력을 선보일 기회다.


2006년 개봉한 영화 '미녀는 괴로워'가 대표적인 예다. 김아중은 이 영화에서 뚱뚱한 외모 때문에 기회를 얻지 못하다가 외모 변신을 한 뒤 가수로 성공하는 강한나역을 맡아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95㎏으로 변신한 그는 인터뷰에서 "특수분장한 채로 거리에 나갔더니 사람들이 수근대며 쳐다보고 '토할 것 같아'라고 말해 충격을 받았다"며 "스스로 의기소침해지고 우울해지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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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예뻤다'에서 폭탄머리와 주근깨 가득한 얼굴로 변신해 화제를 모았던 황정음은 2013년에도 SBS TV '돈의 화신'에서 스트레스를 먹는 것으로 풀어 70kg가 넘는 몸을 갖게 된 복재인 역을 맡아 망가진 적이 있다.


KBS '드림하이'로 연기자 데뷔를 한 가수 아이유는 이 드라마에서 노래는 잘 부르지만 뚱뚱한 몸 때문에 놀림을 받는 필숙 역을 맡아 화제가 됐다. 배우 김소연도 '검사프린세스'에서 100㎏가 넘었던 고등학교 시절을 그리기 위해 특수분장을 했다.


한예슬도 지난해 SBS '미녀의 탄생'에서 살을 빼고 인생이 달라지는 설정으로 출연했다.


◇ 분장만 3시간…남모를 고충도

시청자들은 이들의 변신에 흥미로움을 느끼지만 그 과정은 여간 괴로운 게 아니다.


방송 관계자에 따르면 '오 마이 비너스'에서 신민아가 강주은으로 변신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3시간가량.

특수 분장팀 3명이 달려들어 새벽에 촬영 준비를 시작해도 점심 가까이 돼서야 촬영 시작이 가능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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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를 제외한 얼굴과 몸에 실리콘으로 만든 특수 분장을 붙이는데 분장이 피부에 잘 붙어야하기 때문에 얼굴에 로션조차 바를 수 없다.


정교함이 필요한 얼굴 분장의 경우 매번 실리콘을 새로 제작해야 하고, 분장을 부착한 후에는 자연스럽게 보이기 위해 메이크업으로 꼼꼼히 피부 톤을 맞춘다.


특수 분장에 많은 힘이 들다보니 메이크업이나 헤어세팅을 위해 '샵'(미용실)에 들를 수도 없다.


분장을 떼어낼 때도 1시간가량이 걸리는데 피부를 상하지 않게 하기 위해 젤 제형의 크림으로 조심스레 제거하지만 아무래도 본드 같은 잔여물이 남는다.


신민아 소속사 관계자는 "자세한 내용을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점차 변하는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어서 분장의 정도도 조금씩 달라질 것"이라며 "특수분장팀도 이렇게 장기간 작업을 해보는 건 처음이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극중 과거 120㎏였던 설정으로 등장하는 오수진(유인영)의 경우 변신의 폭이 커 분장 비용만 5천만원 가량이 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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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 빠지니 인생역전…'뚱보' 클리셰 벗어나야


'오 마이 비너스' 제작진은 "비너스의 완성은 예뻐지는 것이 아닌, 있는 그대로 사랑받고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임을 그려보고 싶다"고 했다.


신민아도 "77㎏의 강주은은 누군가가 봤을 때 예쁘게 보일 수도 있고, 주위에서는 살을 안 빼도 된다고 하지만 본인 스스로는 살이 찐 거 같다고 느끼는 사람"이라고 자신의 캐릭터를 설명했다.


하지만 1∼2회에서 그려진 주은의 모습은 그런 제작의도와는 거리가 있어보인다.


"넌 너무 많은 걸 잃었어"라며 주은에게 이별을 고하는 남자친구는 과거에는 뚱뚱했지만 살을 빼 예뻐진 주은의 친구 수진과 만나고 있다.


한 사람은 살이 쪘고 한 사람은 살을 뺐더니 전세 역전이 일어났다는 설정이다.


여기에 주은의 '뚱뚱함'은 자동차 안전벨트 매는 것을 힘들어한다거나 도저히 혼자 먹을 수 없는 양을 폭식하는, 뚱보의 클리셰(판에 박은 듯 쓰이는 문구나 표현을 지칭하는 용어)로 그려진다.


게다가 극중 주은의 모습은 그런 굴욕을 당할 정도로 뚱뚱하지도, 못나지도 않았다. 오히려 '특수 분장도 신민아의 미모는 못 가린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살을 뺐더니 사랑도, 성공도 찾아오더라'는 식의 스토리로는 시청자에게 불쾌감을 줄 뿐 아무런 감동을 주지 못한다.


시청자는 '뚱보'를 무시하거나 비웃는 현실을 보고 싶은 게 아니라 15년 사귄 남자친구가 외모를 이유로 이별 통보를 해와도 "미모는 무너졌어도 지성은 건재하다"고 외치는 통쾌함을 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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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m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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