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대' 조롱받던 꼬마의 인생역전…남사당 명인 지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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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광대' 조롱받던 꼬마의 인생역전…남사당 명인 지운하

남사당 인생 60년…"옛날엔 한판 잘 놀면 끝…이젠 관객 염두" 

(인천=연합뉴스) 최은지 기자 = 9살 꼬마는 교실 창문으로 흘러들어오는 마을 풍물패의 꽹과리 소리에 홀렸다.


"꽈광~깨깽~~깽깽" 귀등을 때리는 쇳소리에 어깨춤이 절로 났다.

 

우연히 들린 이 꽹과리 소리는 꼬마의 인생을 60년 한 길로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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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사당(男寺黨) 명인 지운하(68)씨.


풍물을 배운 지 3년 만인 11살 때 경기도 대표팀으로 참가한 제1회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서 개인 특상을 타며 재능을 인정받았다.


"남들의 시선에 민감한 10대 시절 '광대 패거리'라는 조롱을 받으면서도 남사당을 계속 배운 동기가 있어요. 결국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전공과목'은 남사당이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확신에 노력이 더해지자 출전하는 대회마다 상을 휩쓸기 시작했다.

 

지씨는 1962년 '인천 대성목재 농악단'의 창단 멤버로 입단해 전국대회에서 대통령상을 받았고 제4회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서 대성농악 부문 우승을 거머쥐었다.


열정이 남달랐던 그는 군에 입대하고 나서도 풍물을 놓지 않았다.


베트남에 파병돼 위문 공연을 하러 다닐 때는 미군 전투식량을 포장한 상자로 없던 장구통을 직접 만들어 치기도 했다.


그는 재외 교포들을 찾아 풍물을 가르치던 국립국악원 시절을 회고했다.


1년에 3차례씩 중국 동북 3성과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지의 동포들을 찾아 풍물을 알렸다.


"교민들은 우리 남사당의 꽹과리, 장구 소리를 들으면 눈물이 난대요. 외국 생활에서 느끼지 못했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거죠"


지씨는 현재 꼭두쇠(우두머리)로 국가중요무형문화재 제3호이자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남사당놀이를 이끌고 있다.


중요무형문화재 제3호인 남사당놀이는 덧뵈기(탈놀이), 줄타기, 꼭두각시놀음, 풍물놀이, 버나(대접 돌리기), 살판(땅재주)의 6가지로 구성된다. 음악, 묘기, 탈놀이, 인형극 등 여러 기예를 한 자리에서 선보이는 종합 예술이다.


9살부터 시작된 지씨의 '남사당 인생 60년'을 정리하는 기념 공연이 28일 인천 부평아트센터 해누리극장에서 펼쳐졌다.


'예인의 길, 유랑의 길'로 이름 붙인 이 공연은 10년 전 열린 50주년 기념공연 이후 지씨가 자신의 이름을 내건 두 번째 공연이다.


남사당의 김덕수, 남기문, 최종실 등 후배 명인들과 김수연, 원장현, 유지숙, 최경만 등 동료 국악인들이 특별 출연했다. 남사당을 시작하던 10대 시절 맺었던 인연들이다.


제1부 공연 '예인의 길'에서는 비나리, 서도소리, 피리 시나위, 걸립굿, 쇠놀음 등 남사당놀이 한판이 이어졌다.


제2부 유랑의 길에서는 줄타기, 풍물판굿, 공마당 등 신명나는 놀이 한마당이 선보였다.


지씨는 "젊었을 적에는 내 실력만 믿고 무대든 마당놀이든 주어진 대로 한판 잘 놀면 끝났지만 지금은 늘 관객들을 염두에 두고 공연한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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