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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일본서 특강 '종이접기 아저씨' 김영만 원장

기사입력 2015.12.01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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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코딱지'들 앞에서 한국 종이접기 매력 전파
    "다시 태어나도 종이접기 할 것…지금도 머리맡엔 색종이와 가위"



    (도쿄=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 "어이 코딱지들! 이제 어른 다 됐네."


    색종이 하나로 어린이들의 우상으로 떠올랐던 '종이접기 아저씨' 김영만(64) 씨가 일본의 '코딱지'들을 만나러 현해탄을 건넜다. 종이문화재단·세계종이접기연합(이사장 노영혜)이 동경한국학교(교장 김득영)와 함께 28∼30일 개최하는 '대한민국 종이접기 문화 축제 한마당'에 참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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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일동포 어린이들과 함께한 '종이접기 아저씨' 김영만 원장.


     

    종이문화재단 평생교육원장인 그는 30일 오후 축제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특강에 나선다. 축제가 한창인 29일 오후 동경한국학교에서 그를 만나 근황과 함께 '오리가미'의 본고장인 일본에서 한국 종이접기를 알리게 된 소감을 물어보았다.


    -- 일본에서 특강을 하니 감회가 남다르겠다.


    ▲ 그동안 수도 없이 일본을 와봤다. 내가 아이들의 종이접기 선생님으로 나서게 된 계기도 30년 전 일본에서 유치원 수업 장면을 지켜본 것이었다. 그때 아이들이 종이접기하는 것을 보고 우리나라 어린이에게 종이접기를 가르치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 뒤로 종이접기 자료를 수집하러 일본을 들락날락했다. 서점에 들러 책이며 도구 등을 상자째로 실어와 공부하고 연구했다. 이제 한국식 종이접기를 일본에 역수출하기에 이른 것이다. 노영혜 종이문화재단 이사장을 비롯해 재능 기부하러 동행한 각 지역 종이접기 원장님들에게 감사드린다.


    -- 특강 때 어떤 내용을 들려줄 생각인가.


    ▲ 특강 내용은 미리 말할 수 없다. 나도 모른다. 청중의 분위기를 보아 즉석에서 정하기 때문이다. 색종이로 함께 뭘 만드는 이벤트 형식이 될 것이다. 인문학 강의 때는 내 경험을 토대로 소통과 공감 방식에 관해 주로 이야기하곤 한다.


    -- 일본 오리가미와 한국 종이접기의 차이점을 말한다면.


    ▲ 일본 오리가미는 '오다쿠'(御宅·한 분야에 광적으로 집중하는 마니아의 뜻을 지닌 일본어) 문화다. 칠순이 넘은 할머니가 돋보기 쓰고 깨알만한 종이를 핀셋으로 접는 것을 보면 존경심이 느껴지면서도 이걸 아이들에게 가르치긴 어렵겠다는 생각이 든다. 기교는 일본이 앞설지 몰라도 우리는 틀에 얽매이지 않아 훨씬 창의적이다. 내가 불과 몇 년 만에 일본 종이접기 작가들이 주는 상을 받은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 MBC TV '마이 리틀 텔레비전'(마리텔) 이야기를 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 출연하고 나서 알아보는 사람이 많아졌겠다.


    ▲ 그전에도 인기는 많았다(웃음). 1988년부터 20여 년 동안 KBS 1TV 'TV 유치원 하나둘셋'에 출연할 때도 고속버스 휴게소에 들르면 화장실에 뛰어갔다. 나를 붙잡고 사인을 해 달라거나 함께 사진을 찍자고 하는 사람이 워낙 많아 힘들었다. 식당에 앉아 음식을 입에 넣고 씹고 있는데 카메라를 들이대면 정말 곤란하다. 그때와 지금이 달라진 건 인터넷의 댓글이다. 순식간에 반응이 쏟아진다.

     

    -- 댓글에 올라오는 최신 유행어를 이해하기 어렵지 않은가.


    ▲ 그래도 어른 대접을 해주는지, 나에겐 유행어나 약어를 덜 쓰는 것 같다. 모르는 단어가 올라와 그게 뭐냐고 물어보면 그게 또 소통의 비결이라고 하더라. 어른이고 아이고 모르는 건 물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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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리텔'에서 1등을 차지할 것으로 기대했는가.


    ▲ 몰랐으니까 나도 눈물을 흘렸지. 스태프도 다 울고. 딸 시집 보낼 때도 안 울었는데. 그래도 오래 할 생각은 없었다. 얼마 후에 1등 출연자들을 모아 '왕중왕'전을 한다는 데 그때 한 번 더 출연할 예정이다.


    -- '마리텔' 덕을 많이 봤다고 생각하는가.


    ▲ 물론이다. 인터뷰 요청이 쏟아졌고 강연 부탁도 늘어났다. 행동이 훨씬 조심스러워져 불편할 때가 잦아졌다는 단점도 있다. 나를 찾는 사람이 늘어나자 지상파TV에도 다시 고정 출연하고 있다. 10월부터 매주 화요일 오후 3시 10분 MBC TV '똑?똑! 키즈 스쿨'에서 만날 수 있다. 과자 '고래밥' 광고에도 출연했다. 포장 상자 뒷면에 그의 얼굴과 함께 고래, 거북, 문어 등 9가지 해양생물 캐릭터를 종이로 접는 방법이 담겨 있다.

      

    -- 왜 아이들을 '코딱지'라고 부르는가.


    ▲ 아이 적에는 '코딱지', '방구', '엉덩이' 이런 말을 들으면 웃음을 터뜨린다. 그냥 "여기 보세요"라고 하면 절반은 딴 짓을 한다. 그런데 "어이! 코딱지들!" 하고 부르면 "저 코딱지 아니거든요"하며 쳐다본다. 자연스럽게 주목시킬 수 있다. 그때의 코딱지들이 이제는 20∼30대가 됐다.


    -- 요즘은 어떻게 지내는가.


    ▲ 강의와 강연이 주업이다. 마산대 아동미술학과 초빙교수를 맡아 대학생들에게 강의한다. 강연 대상은 남녀노소 가리지 않는다. 학교도 가고, 백화점 문화센터도 가고, 기업도 가고, 복지시설에도 간다. 종이문화재단과 종이접기를 보급하는 일에도 매달리고 있다. 종이문화재단이 미국, 몽골, 필리핀, 뉴질랜드 등지에서 종이접기 행사를 개최하면 열 일 제치고 따라가 강연한다. 재외동포 선생님들이나 개발도상국의 어린이들에게 종이접기를 가르쳐 주는 게 큰 보람이다.

     

    -- 오랜 꿈이던 미술체험관을 지었다고 들었다.


    ▲ '아트 오뜨'라고, 종이로 꾸민 작은 미술관이다. 충남 천안에서 문을 연 지 5년 됐다. 방 4개와 야외공간을 돌아다니며 놀이를 하는 방식이다. 나를 보고 찾아오는 것이어서 예약제로만 운영한다.

     

    -- 종이접기의 장점은 무엇인가.


    ▲ 종이접기는 과정의 예술이다. 예쁜 빛깔의 종이를 눈으로 보고, 종이 특유의 향내를 코로 맡고, 종이를 접거나 오릴 때 소리를 귀로 듣고, 촉감도 손으로 느낀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에 빠져 사는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적 감성을 느낄 수 있다. 집중력과 창의력이 길러지는 것은 덤이다.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으니 소통과 공감에도 유용하다.

     

    -- 후회한 적은 없는가.


    ▲ 한 번도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지. 그러나 뿌듯할 때가 훨씬 많다. 지금도 머리맡에는 색종이와 가위와 풀이 있다. 언제든 생각이 떠오르면 접어본다. 머릿속에도 온통 종이접기 생각뿐이다. 다시 태어나도 종이접기를 할 것 같다.


    --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 지금 하는 일을 계속해야지. 시골 분교나 보육원 등 어려운 처지의 아이들을 찾아 종이접기를 가르쳐주는 재능기부에 더 힘을 쏟고 싶다. 그런데 시골 학교에서 강연해주겠다고 연락하면 거절할 때가 많다. 무슨 물건을 팔려고 하는 줄 아는 것이다. 얼마나 당했으면 그럴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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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특강에 나선 '종이접기 아저씨' 김영만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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