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장희진 "욕심 버리니 복이 굴러 들어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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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문화

'마을' 장희진 "욕심 버리니 복이 굴러 들어왔네요"

14495395841208.jpg청초한 매력의 장희진(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배우 장희진이 7일 서울 종로구 연합뉴스 사옥에서 인터뷰를 하기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5.12.8 ksujin@yna.co.kr
의문의 죽음 당한 김혜진 역…"이 작품 안했으면 얼마나 억울했을지"

(서울=연합뉴스) 조민정 기자 = 2003년 데뷔했으니 12년차. 길다면 긴 시간 배우 생활을, 별다른 공백도 없이 해왔지만 자신의 이름을 앞세울 만한 '대표작'을 찾지 못했다.


불안하고 초조해질 법도 하지만 "안 되는 데 이유 있고, 잘 되는 데도 이유가 있더라고요"라며 조용히 웃는 모습에선 일종의 내공이 느껴진다.


최근 종영한 SBS TV '마을-아치아라의 비밀'에서 의문의 죽음을 맞은 김혜진 역으로 그 어느 때보다 주목받고 있는 장희진(31)을 7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났다.


"솔직히 '마을'은 제가 뭘 얻을 게 있다거나 연기 경력에 도움이 될거라고 생각해서 택한 작품이 아니에요. (전작인)'밤을 걷는 선비'때 체력적으로 굉장히 힘들었는데 그래도 빨리 다음 작품을 하고 싶은 마음에 제가 가진 많지 않은 선택지 중에 하나를 고른거죠. 몸이 힘든 상태여서 분량 적은 게 오히려 매력이었는데 이렇게 좋은 반응을 얻을 줄 몰랐어요. 그야말로 복이 굴러들어온거죠."(웃음)


장희진은 "섭외때 감독님이 '분량 기대하지 마라' '초반에만 나오고 안나올 수도 있다'고 하셔서 기대 자체를 안 했다"며 "지금은 그 말 듣고 이 작품을 안했으면 얼마나 억울했을까 싶다. 지금도 이 관심이 내 것이 맞는지 어리둥절하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극중 김혜진은 성폭행으로 생겼고, 태어나자마자 버려졌다. 입양됐으나 사고로 가족을 잃었고, 유전병인 희소병에 걸려 생모에게 신장 이식을 구걸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어렵사리 찾아낸 생모는 자신을 '괴물'이라고 부르며 존재 자체를 부정한다. 생부의 아내와 생모에게 살해당하고 암매장됐지만 아무도 그를 찾지 않고 결국 백골이 돼서야 발견된다.


이 기구한 운명을, 귀신이 된 모습으로 연기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겠다는 질문을 던졌더니 "김혜진이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는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장희진은 "현실에는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한 사람들도 많고, 막장보다 더 심한 일이 일어나는 삶도 많다"면서 "김혜진을 둘러싼 상황은 제 연기가 아니라 다른 장면들로 풀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외로움'이라는 감정에만 집중했다"고 말했다.


14495395815884.jpg청초한 매력의 장희진(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배우 장희진이 7일 서울 종로구 연합뉴스 사옥에서 인터뷰를 하기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5.12.8 ksujin@yna.co.kr

잡지모델로 데뷔해 2003년 배우로 대중 앞에선 장희진은 10여년간 조연생활을 했다.


분명 예쁘고 연기도 나쁘지 않은데 조연과 주연 사이의 한 계단을 오르지 못하는 느낌이 그에게 있었다.


장희진은 "연기를 잘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되는지 모를 때도 있었고, 이게 맞는지 아닌지 모를 때도 있었고 문제점이 뭔지 모를 때도 있었다"며 "결정적으로 예전엔 지금처럼 열정이 없었다"고 했다.


그랬던 그는 2013년 방송된 김수현 작가의 '세 번 결혼하는 여자'를 계기로 연기에 대한 생각을 다잡게 됐다.


"저한테는 없는 줄 알았던 오기 같은 것을 김수현 작가님이 끌어내주셨다고 할까요. 정말 힘들었는데 그걸 견디고 나니까 뭔가 한단계 올라온 느낌,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을 갖게 됐어요. 같이 출연한 선배님들 곁에서 많이 배우기도 했고요. 그 때부턴거 같아요. 좀 잘 해봐야겠다고 마음 먹은 게."

그래서 배우로서 그의 목표는 "오래오래 연기하는 것"이다.


"제가 이 생활을 하면서 가장 잘한 게 있다면 주연을 해야겠다는 마음을 내려놓은 거예요. 그다음부터 뭔가 잘 되더라고요. 큰 욕심 부리지 않고, 그냥 올해보다 내년에 더 바쁘게 지내고 싶다는 마음가짐으로 60살, 70살까지 연기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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