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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난 음식> 식감 좋고 영양 풍부한 도루묵

기사입력 2015.12.14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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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양=연합뉴스) 이창호 기자 = 겨울 동해의 포구와 어촌은 아무리 바닷바람이 매서워도 도루묵이 있어 훈훈해진다. 노란 배에 터질 듯 알이 가득하고 살 또한 부드럽기 그지없다. 숯불에 익히는 도루묵 구이는 보는 것만으로도 군침을 돌게 할 뿐 아니라 고소하고 깔끔한 맛에 입 또한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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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진욱 기자

    도루묵은 한때 동해안 지역에서는 ‘개도 물고 다닐 만큼 흔한’ 생선이었다. 흔하다고 해서 맛이 없는 것은 아닌데, 맛과 영양 등에서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했다. 그러다가 1980년대 중반 이후 연·근해 어자원이 하루가 다르게 고갈돼 가면서 도루묵은 진가를 발휘했다. 도루묵은 생김새는 볼품이 없지만 미각은 한껏 돋운다. 이제 동해안 영북 지역의 겨울 별미로 대접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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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진욱 기자

    조선 정조 때 문신 이의봉이 편찬한 ‘고금석림’(古今釋林)과 조재삼이 지은 ‘송남잡식’(松南雜識)에 도루묵의 우여곡절 사연이 기록돼 있다. 조선의 14대 임금 선조는 피란길에 수라상에 오른 ‘묵어’라는 생선을 맛보고 감탄해 ‘은어’(銀魚)라는 이름을 하사하고 함부로 잡지 못하도록 했다.


    전쟁이 끝난 뒤 선조가 다시 은어를 먹어보고는 당시 먹던 그 맛이 나오지 않자 “도로 묵이라고 하라”고 해서, 도루묵이 됐다고 한다.


    겨울철 동해에서 많이 잡히는 도루묵은 수심 200~400m의 바다에서 주로 서식하는데, 11~12월이 제철이다. 도루묵은 등쪽은 황갈색을 띠고 옆구리와 배는 은백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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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진욱 기자

    도루묵 맛을 제대로 즐기는 요리법은 찌개와 구이, 조림 등 다양하다. 냄비에 무를 깔고 도루묵을 얹은 다음, 파·마늘 등 갖은 양념에 굵은 소금으로 맛을 낸 도루묵 찌개는 비린내가 거의 없는데다 국물 맛이 담백하다.


    알 밴 도루묵 구이도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다. 통통하게 알이 밴 도루묵을 숯불이나 연탄불 위 석쇠에 올려놓고 노릇노릇해질 때까지 구운 다음, ‘톡톡’ 알 터지는 소리를 곁들여 먹는 구이야말로 별미 중의 별미다. 도루묵은 조림이나 식혜로도 만들어 먹는다.


    도루묵에는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중성지방을 감소시키는 불포화지방산인 DHA와 EPA가 많이 포함돼 있어 성인병 예방과 성장기 청소년의 두뇌 발달에 도움을 준다. 칼슘도 풍부하다.


    ◇ 바다 낭만과 별미 즐길 수 있는 수산항

    싱싱한 활어회를 맛볼 수 있는 양양의 수산항은 삶의 활력이 넘치는 포구다. 권영환 수산리 어촌계장은 “도루묵은 먼바다에서 돌아와 연안에 알을 낳는데 수산항에서는 11월 중순부터 이듬해 1월 초까지 제철”이라며 “도루묵과 함께 동해에서 못생긴 거로 둘째 가라면 서러운 도치도 겨울 별미로 빼놓을 수 없다”고 말한다.


    지난 1991년 국가어항으로 지정된 수산항은 동해안 포구 중에서도 산책과 바다낚시, 요트, 카누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북쪽 수산봉에는 옛날의 통신수단이었던 봉수대가 있는데 나무 계단을 따라 전망대에 오르면 240m 남방파제와 700m 북방파제를 갖춘 수산항의 전경과 망망대해가 펼쳐진다.

     

    14500586627557.jpg<양양 수산항>/이진욱 기자

    지난 2009년 5월에 들어선 요트마리나에는 60척이 계류할 수 있는 시설과 지상 2층 규모 클럽하우스 등이 들어서 있다. 요트마리나 시설 바로 옆에는 소원을 빌면 신기하게도 소원이 이뤄진다는 전설이 깃든 두꺼비 바위가 푸른 바다를 쳐다보고 있다.


    야트막한 야산이 포근하게 감싸고 있는 수산마을에는 지금으로부터 350년 전에 최씨, 문씨, 김씨 세 가구가 살기 시작했다고 한다. 마을 뒤편 소나무 숲은 어부들이 “나무가 많으면 고기가 잡힌다”는 믿음을 갖고 조성했다고 전해진다.


    예부터 물이 귀하다 하여 ‘수무’(水無)라고 불렸고 이후 산과 바다가 어우러져 ‘수산’(水山)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현재 70여 가구 150여 명이 거주하고 있다.


    수산항 인근에는 신석기 시대 유적인 오산리 선사유적과 선사유적박물관, 대명리조트 쏠비치, 오산해수욕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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