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계 강타하는 '불멸의' 이순신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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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문화계 강타하는 '불멸의' 이순신 열풍>

 

최단기간 500만 돌파, 서점가도 이순신 열기 점화

'칼의 노래' 영화 개봉 후 일일출고량 지난달의 7배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이순신 현상이 문화계를 강타하고 있다. 연일 흥행 신기록을 세우는 영화 '명량'이 신호탄을 쏘면서 열기를 동반한 이순신 바람이 문화계 전반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 '명량' 신기록 행진…극장가 싹쓸이

'명량'은 개봉 엿새 만에 500만 관객을 돌파하며 극장가를 싹쓸이하고 있다.

개봉 첫날 68만 명을 동원하며 '군도'가 세운 역대 개봉일 최다 관객 수 기록(55만 명)과 '광해: 왕이 된 남자'가 보유한 평일 최다 관객 수 기록(67만 명)을 갈아치우며 시작한 '명량'은 이튿날 70만 명을 끌어모으며 전날 자신이 세운 평일 최다 관객 수 기록을 다시 썼다.

아울러 역대 최단 기간 200만 돌파(3일), 300만 돌파(4일), 400만 돌파(5일), 500만 돌파(6일) 등 각종 기록을 갈아치우며 한국영화 흥행사를 재편하고 있다.

특히 개봉 나흘째인 토요일에는 약 123만 명을 끌어모으며 '트랜스포머 3'가 세운 역대 일일 최다 관객 수 기록(95만 6천500명)을 갈아치우며 처음으로 일일 100만 관객 시대를 열었다.

◇ 이순신 열풍에 '칼의 노래' 출고량 7배 증가

영화에서 촉발된 '이순신 특수'는 서점가로 이어지고 있다.

김태훈 씨가 쓴 '그러나 이순신이 있었다'를 필두로 '이순신의 제국' '난중일기' '진심진력: 삶의 전장에서 이순신을 만나다' '이순신의 리더십'이 최근 수 개월 사이에 출간됐고, 김탁환의 소설 '불멸의 이순신'은 지난달 재출간됐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이순신 관련 서적은 약 150종에 이르고, 판매량은 작년 1천102권에서 올해 7월까지 1천705권으로 작년보다 약 54% 늘었다.

아직 판매량이 크게 늘진 않았지만 '영화 특수'에 대한 기대는 크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이 출간된 지 1년 만에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는 등 개봉 영화가 최근 서점가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교보문고 브랜드관리팀의 진영균 대리는 "영화 개봉에 맞춰 관련 서적도 많이 나오고 있다"며 "전반적으로 이순신 관련서적이 인기가 많아 기획전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순신 관련 서적의 주문량도 크게 늘었다.

'칼의 노래'를 출간한 문학동네는 지난 4일에만 700여 부를 출고했다. 7월 초 일일 평균 100여 권을 출고한 것보다 무려 7배나 늘어난 것이다.

문학동네 관계자는 "영화 개봉 전후로 출고량이 하루 300~400부로 늘었다가 주말이 지나고 나서 700여 부까지 증가했다"며 "지금은 재고가 부족해 출고량을 조정할 정도"라고 말했다.

◇ '불멸의 콘텐츠' 이순신

사실, 이순신 콘텐츠가 문화계를 강타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순신에 대한 조명은 영화계에서 지속적으로 이뤄졌다.

유현목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성웅 이순신'(1962)을 시작으로 이규웅 감독의 '성웅 이순신'(1971), '난중일기'(1977·장일호), '구국의 태양 이순신'(1981·김성칠) 등이 제작됐다.

이 가운데 배우 김진규는 71년 작 '성웅 이순신'과 '난중일기'의 주인공을 맡아 영화계의 충무공으로 자리매김한 바 있다.

방송에서는 이순신에 대한 조명이 간헐적으로 이뤄지다 김훈의 '칼의 노래'가 베스트셀러에 오른 2000년대 이후 이순신을 전면에 내세웠다.

지난 2005년 방영된 KBS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은 평균 22%의 시청률, 최고 시청률 33%를 기록하며 그해 가장 성공한 사극으로 손꼽혔다. 방송대상 최우수작품상, PD들이 뽑은 드라마 작품상, 방송위원회 대상 등도 싹쓸이했다.

이순신 콘텐츠가 인기를 누리다 보니 '최고다 이순신'(2013)처럼 이름만 빌린 드라마가 방영되기도 했다.

◇ 왜 이순신인가?

전문가들은 세월호 참사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지도층에 대한 불신과 오랜 불황에 따른 실망감이 이순신 열풍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중문화평론가 하재근은 "사회 지도층에 대한 불신이 클 뿐만 아니라 경기 침체로 고통받는 국민도 많다"며 "이런 위기일수록 국민은 우리나라를 이끌어 줄 강력한 지도자를 원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조명받는 이순신이나 정도전 같은 인물은 강력한 지도력을 갖추고 있지만, 독재와는 거리가 먼 민본에 바탕을 둔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어 더더욱 인기를 끌고 있다"고 덧붙였다.

영화평론가 전찬일은 "리더의 부재가 한국 사회의 문제"라며 "'명량'은 이순신이라는 걸출한 리더를 선보였다"며 "희생적 리더를 바라는 관객들의 열망은 '광해, 왕이 된 남자'부터 '변호인'까지 '명량'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영화에 투사돼 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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