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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이 불안하다> ①화재·추돌·폭음·방화·오작동…매월 1건꼴

기사입력 2016.01.16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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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설 노후와 안전의식 부족,관리 소홀 등이 주원인

    (서울=연합뉴스) 최윤정 이정현 기자 = '서울 시민의 발' 지하철에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지 않아 시민 불안이 커지고 있다.


    새해 벽두부터 지하철 4호선 고장으로 승객들이 선로를 걸어 대피하는 등 사고가 잇따랐다.

     

    이달 6일 퇴근길 한성대역과 성신여대입구역 사이에서 전동차가 고장으로 멈추고 안내 방송도 나오지 않자 당황한 승객들이 컴컴한 터널을 걸어 빠져나와야 했다.


    폭음과 연기 속에 불안에 떨던 승객 800여명은 스스로 비상 코크를 작동시켜 문을 열고 선로로 내렸다.

    반대편 선로에서 전동차가 달려왔다면 끔찍한 초대형 재앙이 벌어질 뻔했다.


    승객들이 한꺼번에 출입문으로 몰려 위험한 상황이 펼쳐졌고 노약자와 임신부 등 17명이 앞다퉈 탈출하느라 다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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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과 사흘 후인 9일에도 지하철 1호선 청량리역에서 전동차가 고장 나 열차 운행이 20여분간 지연됐다.

    16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지하철(1∼8호선) 사고는 2011년부터 5년간 55건에 달한다.


    지하철 1∼4호선은 2011년 8건, 2012년∼2014년 7건, 2015년 6건 등 35건이었다. 해마다 비슷한 건수가 발생했다.


    그 이후 준공된 지하철 5∼8호선은 2011년 6건, 2012년 7건, 2013년 5건, 2014년 0건, 2015년 2건으로 모두 20건이다.


    최근 5년 동안 약 33일에 한번꼴로 사고가 생긴 셈이다.


    시민에게 가장 큰 충격을 준 것은 2014년 5월 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 추돌사고다.


    신호기 고장으로 역으로 들어오던 지하철이 앞차와 추돌하며 249명이 골절 등 부상을 입었다.


    기관사가 재빠르게 대처했기에 피해를 이 정도로 줄였다. 감속에 실패했다면 참사가 불가피했을 것이다.


    믿고 타는 안전한 지하철이라는 시민 신뢰를 한순간에 깬 사건이다.


    이후에도 지하철 고장과 사고는 계속됐다. 지하철 노후가 심해져 위험은 되레 커졌다.


    지난해 5월에는 지하철 4호선 열차가 총신대입구역에서 출근길 승객 1천여명이 30분 넘게 불이 꺼진 객차에 갇혔다. 역 구내로 진입하다가 열차가 고장났기 때문이다.

     

    지하철 역사 사고도 잦다.


    작년 7월 서울역 4호선 승강장에서 1호선 환승 통로로 가는 에스컬레이터에 모터 과열로 불이 나 승객들이 대피했다.


    두 달 후인 9월에도 충무로역 4호선에서 3호선으로 가는 연결통로 에스컬레이터의 모터에서 불이나 열차가 그냥 통과했다.


    12월에는 3호선 신사역 에스컬레이터가 역주행해 9명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지하철 고장 사고의 주원인은 전동차 노후화다.


    이달 6일 지하철 4호선 고장도 장기 사용한 고속도차단기 부품의 절연 성능이 떨어진 탓이다.

     

    지하철 1∼4호선 전동차 중 1천112량(56.9%)은 평균 사용 연수가 21년을 넘었다. 1∼4호선 전동차 전체의 평균 사용 연수는 16.9년이다.


    관리 소홀과 안전의식 부족도 사고를 불러온 요인이다.


    상왕십리역 추돌 사고 때는 신호기 고장을 며칠이나 모르고 지나갔다. 6일 4호선 사고 당시에는 해당 부품이 고장나면 안내방송이 나오지 않는 경우에 대한 대비가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2011년에는 2호선 역삼역에서 파손된 에스컬레이터를 관리하지 않은 탓에 이용객의 발이 빨려 들어가며 발가락이 절단됐다.


    안전관리는 지하철 정비뿐 아니라 각종 위험상황 관리까지 포괄한다.


    작년 8월에는 2호선 강남역 승강장에서 스크린도어를 점검하던 기사가 전동차와 스크린도어 사이에 끼어 사망했다.


    협력업체 기사가 2인 1조로 작업하는 원칙을 어기고 혼자 나와 일하다가 변을 당했다.


    2014년에는 소송 결과에 불만을 품고 전동차에 불을 붙인 3호선 도곡역 방화사건도 있었다. 천만다행으로 달리는 지하철이 아니었고 방화범이 불을 낸 객차에 위기대응법을 숙지한 역무원이 타고 있어 제2의 대구지하철 참사를 피할 수 있었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사고 방지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지만 지하철이 건립된 지 42년이 지나다 보니 시설과 부품이 낡아 한계를 느낀다"면서 "철저한 점검과 관리로 사고 재발을 막고 노후 열차를 차질없이 교체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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