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결석아동' 학교·지자체·교육청 아무도 소재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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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소식

'4년 결석아동' 학교·지자체·교육청 아무도 소재 몰라

14529235506387.jpg주민센터, 학교 협조 요청에 회신 안해
교육 당국 "권한 한계…유기적 협조 결여 반성"

(부천=연합뉴스) 최은지 기자 = 냉동 상태의 훼손된 시신으로 경찰에 발견된 경기도 부천 모 초등학교 장기결석아동 A군(2012년 당시 7세)은 지난 4년간 학교와 교육청, 주민센터가 모두 소재를 모른채 방치돼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인천 11살 소녀 학대사건'과 마찬가지로 국내 장기결석아동 관리체계의 허점이 다시 한번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다.


16일 A군이 다닌 부천 모 초등학교에 따르면 A군은 학교에 입학한 지 얼마 되지 않은 2012년 3월 12일 교실에서 같은 반 여학생의 얼굴을 연필로 찌르고 옷 2벌에 색연필로 낙서를 했다.


피해학생 부모의 요청으로 5월 1일 학생폭력자치대책위원회가 열렸지만 A군은 4월 30일부터 학교에 아예 등교하지 않았다.


학폭위에서 서면 사과 처분을 내리자 어머니 B(34)씨는 "나는 이미 사과했다. 아이는 앞으로 집에서 교육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A군의 생활기록부에는 '수업 내용 이해가 빠르고 탐구 정신이 있지만 다른 아이들과 다툼이 잦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고 학교 관계자는 전했다.


학교 측은 이후 5월 9일과 18일 2차례에 걸쳐 출석 독려장을 보냈지만 모두 반송됐다.


현행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르면 초등학생이 정당한 사유 없이 7일 이상 결석하면 학교가 해당 학생의 부모에게 출석 독려서를 보내고 이를 거주지 읍·면·동장에게 통보해야 한다.


읍·면·동장은 다시 출석을 독려하고 이 결과를 학교와 지역 교육청에 알려야 한다.


A군 소속 학교는 2012년 5월 30일과 6월 1일 두차례에 걸쳐 A군의 주소지가 있는 부천의 주민센터에 "아이가 집에 있는지를 확인해달라"는 공문을 보냈지만 주민센터 측은 학교, 교육청 어디에도 결과를 통보하지 않았다.


담임교사는 A군의 집을 한 차례 찾아갔고 '학폭위 결과 통지서를 우편으로 보냈다. 학생이 왜 학교에 나오지 않느냐'는 내용의 휴대전화 문자도 A군 어머니에게 여러번 보냈다고 설명했다.


담임교사는 이후 6월 11일에도 1학년 부장교사와 A군의 집을 찾았지만 아무도 만날 수 없었다. 어머니 B씨는 "직장에서 전화받는 일을 하고 있어 자리를 비울 수 없다"고만 답했다.


90일 넘게 장기결석을 한 A군은 2012년 8월 31일부터 '정원외관리대장'에 등록된 후 4년 가까이 교육 당국의 손에서 벗어나 있었다.


교육 당국은 무단결석 일수가 90일을 넘기면 장기결석 아동으로 분류해 정원외로 관리한다. 이후에는 사실상 별다른 조치가 없다.


지난해 말 인천 학대 사건 발생으로 교육부가 장기결석아동에 대한 전수조사 지시를 내리자 사실상 방치돼 있던 A군의 행방이 교육 당국의 관심사로 다시 떠오른 것이다.


그 사이에 A군 가족은 2013년 3월 인천으로 주소지를 옮겼다.


해당 학교 측은 교육청이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두차례에 걸쳐 정원외관리학생 현황을 제출하라는 공문을 보내자 그제서야 이 사실을 파악했다.


학교 관계자는 "13일 A군의 여동생이 다니는 인천의 초등학교에 확인한 결과 A군이 학교에 다니지 않는 사실을 알았다"며 "어머니 B씨와 통화했지만 '내가 아들을 실종신고했다'고 하다가 '삼촌이 신고했다'고 말을 바꾸는 등 횡설수설해 경찰에 수사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결국 A군의 사망 사실은 다음날인 14일 오전 학교 관계자와 경찰 등이 직접 인천 A군의 집을 찾아 B씨 등 부모를 조사한 결과 밝혀졌다.


경찰은 냉동 상태로 보관 중이던 훼손된 A군의 시신을 찾아냈고 일단 A군의 부모를 아동보호법 위반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교육 당국은 학생 실종 신고를 비롯한 권한에 한계가 있고 사생활 침해를 주장하는 학부모 반발도 만만치 않아 결석아동 관리와 소재 파악이 매우 어렵다는 설명이다.


부천교육지원청 관계자는 "학교와 교육청, 지자체, 경찰 사이에 유기적인 연결고리가 결여돼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한 점을 반성하고 있다"면서 "학생 문제에 대해 부모의 처분만 바랄 수밖에 없는 현 시스템의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정치권과 관계 부처는 인천 학대 사건 이후 미취학 또는 장기결석 아동들이 보호의 사각지대에서 방치되는 일이 없도록 관련 법령과 제도를 철저히 재점검하기로 다짐했다.


교육 당국은 일선 학교에 구체적인 관리 매뉴얼을 개발·보급해 대상 아동을 끝까지 관찰하고 보호하는 시스템을 정비하고 아동 보호를 위한 담임교사의 권한과 역할을 강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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