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인트' 지윤호 "영곤의 설에 대한 마음은 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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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인트' 지윤호 "영곤의 설에 대한 마음은 진심"

"다영·민수 조종하는 영곤은 '작은 유정'"
"웹툰 애독자…캐스팅될 거라 상상도 못해"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훤칠하게 큰 키에 작고 곱상한 얼굴을 가진 남자가 인터뷰 장소에 들어섰다. 지나가던 사람들은 "아이돌 가수인가"라며 수군댔다.

 

지난 5일 종로구 수송동 연합뉴스 사옥에서 만난 배우 지윤호(25)에게서 처음에는 tvN '치즈인더트랩'(치인트)의 스토커 모습을 발견하기는 어려웠다.


여주인공 홍설(김고은 분)에게 찰거머리처럼 붙어 괴롭히는 오영곤을 연기 중인 지윤호는 '치인트'가 배출한 스타 중 한 명이다.


웹툰 '치인트' 애독자였다는 그는 "제가 리메이크 드라마에 캐스팅될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면서 "'치인트' 오영곤은 저 혼자밖에 없다는 생각에 자부심까지 느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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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곤의 지질함에 주목…주변 실제 경험 접목"


이 여자, 저 여자에게 지분거리는 영곤은 누리꾼들로부터 '발암' 캐릭터로 불릴 정도로 지지리도 못났다.

"모든 독자와 시청자가 영곤에 대해 느끼는 감정의 교집합을 확실히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죠. 영곤을 봤을 때 바로 느껴지는 그 지질함에 주목했어요."


지윤호는 다른 작품의 캐릭터를 참고하는 대신, 웹툰 원작을 토대로 주변 사람들의 실제 경험을 참고했다. 여자들이 진저리치는 남자의 행동들을 알아보기도 하고, 혹은 모든 사람이 자신에게 발견하는 크고 작은 지질함들을 연구해 살을 붙였다.


그는 설을 괴롭히는 데 분노한 백인호(서강준)로부터 가까스로 도망치는 장면이나 권은택(남주혁)을 도발했다가 맞는 장면 등 깝죽거리던 오영곤의 '수난사'를 보여주는 데 특히 심혈을 기울였다.


지윤호는 "영곤이 어떻게 하면 더 지질한 모습으로 백인호에게서 도망갈 수 있을지, 권은택에게 맞으면서도 재수 없게 느껴지게 할 수 있을지 신경을 많이 썼다"고 설명했다.

   

스타일도 웹툰 속 붉은색 머리를 그대로 소화하는 것이 아니라 "양아치 느낌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부스스한 '호일펌'을 응용하는 식으로 손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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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에 대한 마음은 진심…영곤은 '작은 유정'"


영곤은 예쁘장한 과대표 여자친구가 있음에도 설을 끈질기게 쫓아다닌다. 자신을 농락했던 유정에 대한 복수심이 작용했겠지만, 영곤의 속마음이 궁금했다.


지윤호는 이에 대해 "영곤은 진심으로 설을 좋아한다"라고 설명했다.


"영곤의 설에 대한 마음은 진심이라고 생각해요. 유정에게 느끼는 동경심과 복수심도 있겠지만요. 설을 좋아하기에 그렇게 스토커처럼 구는 것 같아요. 물론 영곤의 표현 방식이 잘못됐죠."


지윤호는 여자친구 이다영(김혜지)의 존재에 대해서는 "영곤이 다영을 이용하는 면이 없지 않아 있다"면서 "과대표인 다영을 사귀면 친구들과도 다시 어울릴 수 있다는 계산에서 이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윤호는 이어 '짝설'(짝퉁 홍설)로 불리는 손민수나 다영과의 관계를 지적하면서 "영곤은 민수와 다영을 조종하면서 자기 손에 흙은 묻히지 않은 채 자기 목표를 이뤄내는 모습을 보면 '작은 유정'이라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극 중 영곤과 다영의 뽀뽀 장면은 "둘이서 그냥 지나가면 심심할 텐데"라는 이윤정 PD의 한 마디에 즉석에서 만들어졌다고.


"그 장면은 2차례 정도 촬영했는데 처음에는 김혜지 씨가 몰랐던 터라 (뽀뽀하자마자) '이 사람이 왜 이러나' 하는 표정을 짓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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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뷔 6년차…무명으로 지내며 내적으로 단련"


지윤호는 실제 오영곤과 비슷한 면이 있느냐는 물음에 "여자에게 다짜고짜 들이대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먼저 사귀자고 말하는 편도 아니다"라고 답했다. 술도 잘 마시지 못한다고.

 

어릴 적 축구 선수를 꿈꿨다가 "초등학교 축구부 선수들이 죄다 박지성이어서" 포기했다는 지윤호는 연기자의 꿈을 안고 고등학교 1학년 때 무작정 서울로 올라왔다.


그는 하숙 생활을 하며 부지런히 준비한 끝에 남들이 부러워하는 중앙대 연극과에도 합격했다. 원하는 기획사에도 들어갔고 다비치 뮤직비디오를 통해 성공적으로 연예계에 데뷔했지만, 이후 오랫동안 이름을 알리지 못했다.


"데뷔작까지는 승승장구했기에 인생과 세상을 너무 만만하게 봤던 것 같아요. 그 이후부터 많은 고난과 시련이 찾아왔어요. 힘든 시간을 이겨내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내적으로 많이 단련된 것 같아요."


지윤호는 "단역도 엑스트라도 거치다 보니 주목받지 못하는 사람들의 서글픔도 알게 되고 많이 배우게 됐다"면서 "올해로 데뷔 6년째인데 '치인트'로 이렇게 작은 관심이라도 받는 것이 감사하다는 생각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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