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KBS 1TV 주말 사극 '장영실'의 김영조 PD는 촬영을 시작하기에 앞서 여러 차례 술자리를 마련했다.
한 그림에 담기는 배우들끼리 어색함 때문에 연기에 지장을 받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조선 세종대 과학자 이천으로 등장하는 배우 김도현(39)에게는 김 PD의 그러한 마음씀씀이가 그렇게 고마울 수 없었다.
장영실 역의 송일국이나 세종 역의 김상경, 태종 역의 김영철 등 주인공들과 붙는 장면이 많은 그로서는 적지 않은 부담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장영실과 이천은 지기지우로 등장하는 만큼 송일국과의 호흡이 중요했다.
"형님은 다른 사람들에게 폐를 끼칠 만한 행동을 절대 안 하세요. 본인하고 현장에 함께 다니는 매니저에게도 존댓말을 쓰세요. 막내 스태프에게도 항상 '누구씨 도와줄래요'라고 존대해요."
김도현은 여러모로 힘든 사극 현장에서 "불평 한 번 하는 법 없는" 송일국의 프로 정신도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김도현은 "형님은 카메라를 이용해 눈속임할 수 있는 장면도, 대역 배우를 쓸 수 있는 위험한 장면도 자신이 다 직접 하겠다고 한다"면서 "도끼질도 실제로 하고 장작도 직접 패서 나르는 모습에 놀랐다"고 강조했다.
김도현은 TV에서야 아직 생소하지만, 뮤지컬과 연극 무대에서는 많은 팬을 거느린 스타다. 이미 무대에서 다양한 왕 연기를 맡았던 김도현도 "김영철 선생님을 마주 보고 있자면 정말 태종같이 느껴진다"고 밝혔다.
"원래 아우라가 있는 분이기도 합니다만, 그 앞에서 대사를 맞춰보고 있으면 약간 겁도 나고 실제 태종 앞에 선 이천처럼 압박감을 느낍니다."
그 압박감이 절정에 달했던 장면은 바로 7회에서 이천이 장영실의 교형을 미뤄달라고 태종에게 간언하는 장면이었다.
김도현은 "극 중 이천은 두렵지만 사명감 때문에 목숨을 걸고 임금에게 말하지 않느냐"면서 "배우 김도현이 김영철 선생님과 일대일로 독대 연기를 하는 것 역시 그런 비슷한 심정이었다"고 설명했다.
"촬영이 끝나고 나서 김영철 선생님이 '천이야'라며 저를 극중 이름으로 부르시더니 '잘했다, 좋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날 정말 행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