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원리금 상환 부담돼요"…얼어붙은 주택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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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원리금 상환 부담돼요"…얼어붙은 주택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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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대출 규제 시행 3주…자금 부담에 주택구입 망설여

"집값 더 떨어진다" 불안심리도 한몫…급매물만 찾아

2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 최근 5년치 평균보다 감소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박인영 기자 = "수요자들이 이제 대출받아 집 사기가 부담스럽다네요. 원리금 분할 상환하기가 부담된다고 구입을 망설이고, 그나마 문의하는 사람도 급매물만 찾다 보니 거래가 쉽지 않습니다."


서울 광진구 광진동 소재 한 중개업소 대표의 말이다.


이 대표는 "지난 연말부터 싸늘한 기운이 감지되더니 이달 들어선 온종일 앉아 있어도 사무실로 걸려오는 문의전화가 거의 없다. 아무리 연초라 해도 예년과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고 말했다.


이달부터 수도권의 주택담보대출 여신심사가 강화되면서 주택시장에 싸늘한 찬바람이 감돌고 있다.


설 연휴가 지나고 봄 이사철이 코앞이지만 주택시장은 좀처럼 동면(冬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주택 거래량은 작년 11월부터 넉 달 연속 감소추세고, 가격도 약세로 돌아섰다.


◇ 2월 아파트 거래량 급감…전국 아파트값도 하락


21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20일 현재 3천268건으로 지난해 2월 전체 거래량(8천539건)의 38% 선에 그치고 있다.


지난해 규제완화 등의 호재로 거래량이 급증했던 것에 대한 기저효과를 감안하더라도 이달의 추세는 결코 좋다고 볼 수 없다.


최근 3년(2013∼2015년) 서울 아파트 2월 평균 거래량(6천502건)은 물론 최근 5년(2011∼2015년) 2월 평균 거래량(5천856건)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


이를 일평균 거래량으로 보면 차이가 더 확연하다.


 2월 서울 아파트 일평균 거래량이 최근 3년 평균 232건, 최근 5년 평균 209건이었으나 이달에는 164건으로 줄었다.


 지난해 2월 일평균 거래량이 305건인 것에 비하면 46%나 급감한 것이다.


서울 광진구의 경우 이달 현재까지 신고건수가 54건으로 작년(180건)의 30% 수준이다. 강남구도 이달 현재까지 176건이 신고되는데 그쳤다. 작년 2월(537건)의 30.4% 수준이다.


또 강동구는 179건으로 지난해 2월(551건)의 32.5%, 서초구는 155건으로 작년(464건)의 33% 수준이다.


지난해 2월 825건, 지난달에는 537건이 거래된 노원구도 이달에는 현재까지 신고건수가 299건에 그친다.


이처럼 주택 매매시장에 냉기가 감도는 것은 이달부터 주택담보대출 여신심사가 강화된 영향이 크다.


신규로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 거치 기간을 1년 이내로 줄이고 원리금을 분할상환해야 해 매수자들의 자금 부담이 커진 것이다.


또 지난해 말부터 이어지고 있는 미국발 금리 인상의 후폭풍, 공급과잉 우려, 유가 하락 등에 따른 글로벌 경기 위축 등의 악재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주택 구매심리를 위축시킨 것으로 보인다.


대출 규제를 앞두고 관망세가 짙어지면서 전국 아파트값은 하락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국감정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주 전국의 아파트값은 이달 초 대비 0.01% 하락했다.


전국의 아파트값이 떨어진 것은 2014년 6월23일 이후 86주, 약 1년8개월 만에 처음이다.


서울의 평균 아파트값도 0.01% 내리며 87주 만에 하락 전환했다.


◇ 대기자들 "집값 더 내리면 사겠다"…급매물만 찾아


실제 거래 현장에선 예년에 비해 집을 보러오는 사람이 별로 없다고 울상이다.


노원구 상계동 P중개업소 대표는 "우리 업소에 작년 가을에는 하루 평균 문의전화가 10∼12통은 오고 거래도 평균 5∼6건은 이뤄졌는데 요즘은 문의 전화가 거의 없다"며 "이달에도 전월세만 겨우 2건 거래했을 뿐 매매는 한 건도 못했다"고 말했다.


그나마 걸려오는 문의전화도 급매물을 찾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S공인 대표는 "집값이 좀 떨어질 것 같다는 전망이 많아서인지 가격만 물어볼 뿐 대기자들이 관망하고 쉽게 덤벼들지 않는다"며 "가격이 어느 정도 하락해야 매수자들이 움직일 것 같다"고 말했다.


송파구 잠실동 엘스 아파트 110㎡는 지난해 11월 10억5천만원 수준이던 매매가가 현재 10억2천만원으로 3천만원 하락했는데도 거래가 잘 안 된다.


잠실동 J공인 대표는 "국내외 금융시장이 흔들리니 주택시장도 직격탄을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북구 수유동 N공인 대표도 "대출 규제 강화로 집값이 떨어질 것으로 기대하니까 다들 관망하는 분위기"라며 "아직 집값은 그대로인데 거래 건수는 급감한 상태"라고 말했다.


재건축 등 투자상품도 대출 규제 영향이 만만치 않다.


서울 강동구 둔촌 주공아파트 단지는 지난해 가을보다 매매가가 2천만∼3천만원 하락했지만 거래가 별로 없다.


둔촌동 S공인 대표는 "이달 들어 둔춘 주공 아파트 전체 거래량이 4∼5건으로 작년 2월의 10%에도 못 미치고 있다"며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시장이 더욱 얼어붙고 있다"고 말했다.


잠실 주공5단지도 작년 11월에 비해 2천만∼4천만원 하락했다.


112㎡의 경우 지난해 가을 11억6천만∼12억3천만원까지 거래됐으나 현재는 3천만원 정도 싼 값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잠실 P공인 대표는 "지난달에 이어 이달에도 매수자들이 관망하면서 거래가 부진하다"며 "정부의 정책 변화 없이는 이런 분위기가 계속될 것 같아서 걱정"이라고 말했다.


수도권도 사정은 같다.


경기도 하남시 H공인 대표는 "지난달까지는 3년 이상 거치기간을 두고 이자만 갚아나가면 됐지만 지금은 원금과 이자를 동시에 상환해야 하니까 부담스럽다는 수요자들이 많다"며 "대출을 줄이려고 시세보다 터무니없이 싼 값의 아파트만 찾다 보니 거래가 성사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동탄2신도시 C공인 대표는 "급매물이 나와서 막상 연락을 해도 매수 대기자들은 더 떨어질 것 같다며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라며 "분양권 거래도 활발해야 할 때인데 문의전화조차 며칠에 한 통 올까 말까 하니 사무실 월세도 못 내게 생겼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관망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부동산114 함영진 리서치센터장은 "대출 규제 강화에다 국내외 경제여건까지 불안 징후를 보이면서 전반적으로 구매심리가 꺾여 있는 상태"라며 "3월 이후 잠잠했던 전세 거래가 증가하고, 원리금 분할상환에 대한 내성이 생겨야 매매시장도 움직일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은행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3∼4월 금리 인하 등 정부의 정책 변화를 봐가며 매수자들이 변화를 보일 것"이라며 "다만 거래가 늘더라도 작년과 같은 호황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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