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1억원에도 '호스피탈리스트' 지원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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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1억원에도 '호스피탈리스트' 지원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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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TV 제공>>
입원환자 관리·당직 전문의사, 서울대·삼성서울 도입 보류키로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전공의 대체인력으로 호스피탈리스트(입원환자 전담 전문의)가 부상했지만, 정작 지원자가 없어 시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정이 이렇자 일부 병원은 아예 도입 자체를 보류하기로 했다.


23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대병원과 삼성서울병원은 최근 내과 호스피탈리스트 모집에 나섰지만 지원자가 없자 제도 도입 자체를 보류하는 것으로 결정을 내렸다.


호스피탈리스트는 입원환자 관리 및 당직을 전문으로 하는 내과 전문의다. 2003년 미국에서 도입됐다. 국내에서는 주당 100시간이 넘어가는 전공의들의 근무환경 개선과 맞물려 병원마다 도입이 고려되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지난 1일부터 내과 중앙병동의 환자 진료 및 야간 당직근무를 담당할 호스피탈리스트 4명을 모집했다. 하지만, 마감일인 이달 12일까지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이후 19일까지 모집 기간을 1주일 더 연장했지만, 최종 1명만이 지원서를 접수한 상태로 끝이 났다.


병원 측은 이번 호스피탈리스트 모집 당시 전임의 급여(약 1억원)에 준하는 연봉과 당직수당을 별도로 지급한다는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했지만 끝내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권준수 서울대병원 교육인재개발실장은 "계약 기간이 끝난 이후의 경력 등 아직 신분이 불안정하다 보니 지원자가 적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채용은 보류하기로 하고 내부적으로 지원자가 부족했던 원인을 파악해 향후 모집 방침을 재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 역시 내과 호스피탈리스트 모집 공고를 냈지만, 지원자 미달로 이번에는 채용을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이 병원은 지난달 15일부터 이달 17일까지 한 달 넘게 혈액종양내과 입원환자 진료를 담당할 내과 호스피탈리스트 2명을 모집했다. 그러나 지원자는 1명뿐이었다.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2명을 투입해 교대근무를 적용할 예정이었는데 지원자가 부족하다 보니 호스피탈리스트 제도를 도입할 수 없다는 게 병원의 판단"이라며 "당장 올해 상반기에는 추가모집 계획이 없고 하반기나 내년 상반기에 다시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9월부터 대한내과학회, 대한외과학회 등이 주도하는 '한국형 호스피탈리스트 시범사업'에 참여한 서울아산병원은 정원 3명보다 적은 2명을 고용했다. 이후 1명을 더 채용하기 위해 지난달 말부터 모집공고를 냈지만, 마감일(29일) 1주일이 남은 현재까지 지원자가 없다는 게 병원의 설명이다.


이처럼 대형병원들조차 호스피탈리스트 모집 미달을 겪는 이유는 아직 호스피탈리스트에 대한 정체성이 불분명하고, 신분의 안정성 등이 부족하다는 게 의료계의 지적이다.


오래전부터 호스피탈리스트 도입을 주장해 온 허대석 서울대병원 내과 교수는 "당장 전공의 수련시간 감축에 따른 의료공백 자리를 채우겠다는 접근을 하니 지원자가 없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허 교수는 "전공의와는 어떤 다른 업무를 하게 되는지 등 역할에 대한 정체성 확립과 계약기간 이후의 비전이 제시돼야 한다"며 "억대 연봉으로 돈만 많이 주면 올 것이라는 '페이닥터(봉직의)'를 하고자 호스피탈리스트를 자처할 의사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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