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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은 들불타고 세계로…봄날에 제주들불축제 '활활'

기사입력 2016.02.25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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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 먼저 가정부터 해보자. 불이 없다면 어찌 될까?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 불의 사용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인류 생존과 번영이 가능할까?

    인류문명의 역사는 불과 함께 본격적으로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불의 새로운 발견! 그저 두려움의 대상이기만 했던 불을 손에 넣어 사용함으로써 인류는 번창과 문명의 길로 새롭게 접어들었다.


    태초부터 불은 신성 그 자체였다. 이는 동서를 망라한다. 프로메테우스가 제우스의 불을 훔쳐 인간에게 건넸다는 고대 그리스신화에서 보듯이 불에 얽힌 신화는 곳곳에서 선명한 불빛을 드러낸다. 불이 두려움이 아닌 생명과 희망으로 인간의 손에 들어온 것은 약 50만년 전이라고 한다.


    우리 조상들도 정월대보름 등 겨울철이면 다양한 불놀이를 즐겼다. 쥐불놀이가 그 대표적인 사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논둑과 벌판, 산언덕에 불을 놓음으로써 무사안녕과 풍년을 기원했다.  

    14563635625329.jpg오름불놓기

    조상들의 불놀이가 현대적 축제로 계승되고 있는 제주들불축제. 대대로 내려오던 목축문화를 시대에 맞게 복원해 매년 장엄한 희망의 불꽃잔치를 벌인다. 제주도에서 개최되는 축제 중 유일한 문화관광축제로 이미 '우수축제'의 반열에 올라 있다.


    올해로 19회째를 맞은 제주들불축제는 '들불의 희망, 세계로 번지다'라는 주제로 이달 3일부터 6일까지 제주시 애월읍 봉성리의 새별오름 일대에서 다채롭게 펼쳐진다. 횃불대행진, 달집태우기, 오름불놓기, 마상마예공연 등이 나흘 동안 쉴새없이 이어지는 것.


    모두 68개의 프로그램 중 단연 돋보이는 하이라이트는 셋째날 밤에 새별오름을 뜨겁게 불태우는 오름불놓기. 무려 52만여㎡에 이르는 드넓은 이 언덕은 '샛별처럼 빛난다'고 해 지금의 지명을 얻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제주들불축제는 전통의 목축문화에서 유래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제주의 농가들은 보통 두세 마리의 소를 기르며 밭을 일궜다. 농한기에는 이들 소를 중산간 지대에 주로 방목했는데 겨울이면 이 방목지와 논밭을 불태워 묵은 풀을 없애고 해충도 구제했던 것.


    이 불놓기를 이 고장에선 '방애'(화입·火入)라고 했다. 해마다 이맘때면 이들 산언덕과 들판에 불을 놓음으로써 마치 거대한 산불이 난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킬 정도였다. 소와 말들은 해충이 없이 부드럽고 신선한 목초를 먹고 근력도 키우고 살도 찌울 수 있었다.


    방애의 풍습이 현대적 의미의 축제로 승화해 정착하기 시작한 것은 1997년. 쥐불놀이 시기인 음력 정월대보름에 맞춰 '제주정월대보름들불축제'라는 이름으로 매년 개최돼오다 2013년부터는 경칩 무렵으로 옮겨 현재와 같은 명칭으로 바뀌어 열리고 있다.


    24절기 중 세 번째인 경칩은 개구리 등 땅속에서 동면하던 동물들이 깨어나서 꿈틀거리기 시작한다는 때. 이는 양력 3월 5일 무렵이 된다. 오름불놓기 등 행사를 감안할 때 강풍과 추위, 눈과 비가 많은 편인 정월대보름보다 경칩 무렵이 낫다는 판단에서 이처럼 시기를 옮기게 됐다고 한다.


    14563635648498.jpg횃불대행진

    축제는 주제에 맞춰 날짜별로 고유 마당을 설정했다. 첫째날인 3일은 '들불 희망이 샘솟는 날'이고, 둘째날인 4일은 '들불 희망이 영그는 날'. 이어 5일과 6일은 '들불 희망이 번지는 날'과 '들불 희망을 나누는 날'로 각각 정해졌다.


    구체적으로 보면 3일에는 문화예술한마당과 샘샘샘 콘서트가 제주시청 일원에서 열려 분위기를 띄우고, 4일에는 들불 희망기원제에 이어 집줄놓기 경연, 희망 달집 만들기, 희망기원 전도 풍물대행진, 횃불대행진, 희망 달집태우기 등이 펼쳐진다.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5일 저녁에 진행되는 오름불놓기. 참가자들은 30만여㎡의 거대한 산언덕을 불태우는 오름불을 바라보며 한 해의 소망과 안녕을 기원하게 된다. 이밖에 마상마예공연과 도민대통합줄다리기, 희망 대동놀이, 제주농요공연 등이 질펀하게 이어진다.


    마지막날은 축제의 희망을 함께 나누는 때. 제주 푸드 페스티벌, 희망 나눔 횃불대행진, 넉둥베기('윷놀이'의 제주토속어) 경연 등과 함께 새봄 새희망을 상징하는 묘목도 나눠준다. 축제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달집태우기. 축제가 지난해까지만 해도 3일간 열렸으나 올해부터 하루가 더 늘었다.


    축제기간에는 전국사진콘테스트, 오름트레킹 '새별아 놀자', 제주의 소릿길 체험, 승마 체험, 오름잔디 썰매타기, 쥐불놀이, 전통아궁이 체험, 돌하르방 만들기, 들불 연날리기 등 다양한 부대행사들도 마련된다. 이와 함께 제주의 맛을 만끽할 수 있는 전통음식 체험 등도 준비해 방문객들이 풍성함을 맘껏 즐기도록 한다.


    14563635587116.jpg마상마예 공연
    14563635673161.jpg듬돌들기 경연

    초창기에는 축제가 애월읍 납읍리와 구좌읍 덕천리의 중산간을 오가며 개최됐다. 지금의 새별오름으로 변경된 것은 지난 2000년. 이후 이곳으로 고정돼 열리고 있다. 새별오름은 제주도의 360여 개 오름 가운데 중간 정도 크기로 고려시대 최영 장군이 몽골의 잔존세력을 토벌한 전적지이기도 하다.


    축제장은 해발높이가 519m 이상이며 둘레는 2.7km가량. 남쪽 봉우리를 정점으로 작은 봉우리들이 북서 방향으로 타원을 그리며 옹글게 솟아 있다. 제주공항에서 자동차로 35분 정도 소요돼 접근성도 비교적 좋은 편. 물론 무료셔틀버스도 노선별로 운행돼 방문객들에게 최대한의 편의를 제공한다.


    제주들불축제는 이 고장을 대표하는 국내 축제로 확고히 자리잡은 가운데 세계로 도약할 채비를 하고 있다. 정부의 문화관광축제로 선정된 것은 올해로 11번째. 2006년부터 2014년까지 9년 연속 유망축제 대열에 합류했으며 지난해와 올해는 한 단계 더 뛰어오른 우수축제로 선정됐다.


    축제가 인기를 끌면서 미국, 중국, 일본 등 외국의 공연단도 초청돼 국제적 도약에 힘을 실어준다. 들불축제는 해마다 증가하는 제주도 방문 외국관광객들에게 빠뜨릴 수 없는 볼거리가 되고 있는 것. 문화관광축제 우수축제에 오른 만큼 나라별 소원체험을 신설하고 달집 만들기, 듬돌들기, 줄다리기 경연 등 외국인 참여프로그램을 늘리기로 했다.


    제주시 관계자는 "시민이 주체가 돼 운영하되 안전과 편리를 최우선으로 할 것"이라며 "올해는 유료프로그램을 확대해 축제의 재정자립도 향상과 더불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 문의 : ☎ 064-728-2751~2756(제주시 관광진흥과). http://www.buriburi.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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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집태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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