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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오바마가 온다…변화가 온다"…비내리는 아바나, 적막 속 기대(종합)

기사입력 2016.03.21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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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585353523541.jpg아바나 시내 관광하는 오바마 대통령 일가 (AP=연합뉴스)

    오바마, 아바나 구시가지 방문…"큰 변화 몰고 올 귀빈 왔다"


    (아바나=연합뉴스) 김지헌 특파원 = "오바마가 온다" (Obama viene·Obama's coming)

    88년 만에 찾아온 미국 대통령을 맞는 쿠바 수도 아바나는 철통 경비 속에 적막이 흘렀다. 하지만 변화를 기대하는 쿠바인들은 오바마 대통령의 일정 하나하나를 주시하는 모습이다. 이들을 향해 오바마 대통령은 쿠바 현지어를 사용해 "잘 지냈냐"(Que bola Cuba·What's up Cuba)라고 트위터로 첫 인사를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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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바 아바나 구시가지를 방문한 오바마 대통령(EPA=연합뉴스)

    20일(현지시간) 오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방문을 앞두고 아바나의 명소인 말레콘에서는 쿠바 현지인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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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바나=연합뉴스) 김지헌 특파원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쿠바를 방문하는 20일(현지시간) 쿠바 아바나 말레콘에서 한 외신 기자가 길을 가고 있다. 평소 쿠바인들로 가득한 곳이지만 이날은 오바마 대통령의 방문을 앞두고 적막한 모습이다.


    아바나 북쪽 해안선을 따라 대서양과 접한 방파제인 말레콘에는 사정을 모르는 외국인 관광객들과 외신 기자들만 가득했다.


    근처 상점에서 만난 한 현지인은 "오바마에 대한 관심들은 많지만, 오늘은 누구도 밖에 나가지 않으려 할 것"이라며 "집에서 TV로 방문 모습을 지켜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말레콘을 따라 이어지는 해안 도로에는 똑같이 생긴 스포츠유틸리티 차량 여러 대가 끊임없이 이동하며 주변을 순찰했다.


    이들은 모두 미국 백악관 경호실이 직접 공수해온 차량으로 알려졌다.


    말레콘 너머 바다에선 쿠바군 특수부대가 검은 보트를 띄워놓고 수중과 해안선을 감시하는 등 아바나는 그야말로 철통 경비 속에 있다.


    적막함은 아바나 도심에서도 마찬가지다.


    평소라면 콩가, 클라베 등 각종 타악기를 두드리며 춤을 추는 이들로 가득할 옛 국회의사당 카피톨리오 맞은편 공원에선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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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바나=연합뉴스) 김지헌 특파원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쿠바를 방문하는 20일(현지시간) 쿠바 아바나 말레콘 너머 앞바다에서 쿠바 특수부대가 해안을 순찰하고 있다.


    음악에 대해서라면 남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는 쿠바인들이지만, 이날만큼은 큰 소리로 음악을 틀어놓은 식당도 찾아볼 수 없었다.


    오바마 대통령이 쿠바 국민을 상대로 강연할 장소인 길 건너편 알리시아 알론소 대극장을 비롯해 사방엔 경찰이 배치돼 있었다.


    손님을 끌지 못해 하릴없이 공원 주변을 돌던 한 자전거 택시 운전사는 "오바마 대통령이 오는 대신 보다시피 내 손님은 없다"며 웃었다.


    영국에서 왔다는 한 관광객은 "조용해서 좋긴 하지만 마치 쿠바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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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바나=연합뉴스) 김지헌 특파원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쿠바를 방문하는 20일(현지시간) 쿠바 아바나 시내 구도심 '아바나 비에하'에 경찰이 배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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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바 도착한 오바마 대통령 일가 (AFP=연합뉴스)


    쿠바 정부는 오바마 대통령이 도착하는 이 날 오후부터 시내 도로 대부분을 통제할 예정이다. 쿠바 일간 그란마 등은 이달들어 새 소식란에 아바나 시내 도로의 통제구간과 시간대를 안내하고 있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이 방문할 예정인 카피톨리오 일대의 구도심 '아바나 비에하'는 도보 외의 방법으로는 사실상 접근할 수 없게 했다.


    미국 현직 대통령의 쿠바 방문은 1928년 이후 88년 만에 처음이자 역대 두 번째다.


    쿠바인들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취임 이후 줄곧 친근감을 드러내 왔고 그 감정은 해빙 무드와 함께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쿠바인들에게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과 쿠바의 관계를 복원하겠다고 선언한 2014년 12월 17일은 쿠바의 새 출발점으로 여겨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 날짜를 피델 카스트로 전 국가평의회 의장이 쿠바 혁명을 시작한 1953년 7월 26일과 비교하기도 한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방문은 그런 맥락에서 쿠바에 불러올 큰 변화를 예고하는 사건으로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특히 퍼스트레이디 미셸 오바마, 딸 사샤, 말리아, 장모 매리언 로빈슨과 함께 방문한 오바마 대통령은 앞으로 쿠바에 밀려들 미국 관광객을 대표한 첫 손님 격으로 주목받았다.


    쿠바 경찰이 통제한 말레콘 옆 해안도로로 질주하는 오바마 대통령 일행의 차량 행진을 지켜보던 쿠바인들은 일제히 환호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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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바나 구시가 성당을 방문한 오바마 대통령 (AFP=연합뉴스)


    관광객으로서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굵은 빗속에 검은 우산을 쓰고 아바나 구시가를 산책한 뒤 아바나 성당을 방문했다. 두 딸은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미셸 오바마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성당 앞 광장에도 쿠바인 수백 명이 모여 오바마의 이름을 연호하며 박수갈채를 보냈다. 오바마 대통령은 몇 분 동안 머물며 기대에 들뜬 군중과 인사를 나눴다.


    이날 오바마 대통령은 하이메 오르테가 추기경도 만났다. 오르테가 추기경은 미국과 쿠바의 화해를 주선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특사로서 오바마 대통령을 만나러 백악관을 비밀리에 방문한 적이 있는 인물이다.


    아프리카계 쿠바인 수만 명은 오바마의 방문에 더 흥분했다. 그들에게는 오바마 대통령이 단순히 88년 만에 찾아온 미국 현직 대통령이 아니라 흑인에게 영감을 주는 인물로 통했다.


    오바마 대통령을 향해 손을 흔들던 한 흑인은 "검은 피부의 사람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대통령이라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외쳤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이 이번에 피델 카스트로와도 만나 많은 변화를 이룰 수 있다면 좋겠다"고 소망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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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바나=연합뉴스) 김지헌 특파원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방문하는 20일(현지시간) 쿠바는 아바나 시내 도로 대부분을 통제할 예정이다. 사진은 통제되는 도로 목록으로 한 면을 채운 쿠바 국영신문 그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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