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개발 30년> 홍수 사라지고 유람선 뜨고, 푸른 공원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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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개발 30년> 홍수 사라지고 유람선 뜨고, 푸른 공원까지

86 아시안게임 앞두고 한강종합개발사업으로 본격 변신
콘크리트 덮인 호안-수질 오염-아파트 병풍 등 많은 숙제

(서울=연합뉴스) 최윤정 최평천 기자 = 대한민국 수도 서울을 가로지르는 한강에 본격적으로 인공적인 손길이 가해진 지 올해로 30년이다.


시민들이 멱을 감고 빨래하던 삶의 터전 한강은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올림픽게임을 치르는대한민국 수도 서울에 어울리도록 유람선이 떠다니고 깔끔하게 정돈된 현대식 하천으로 거듭났다.


그러나 토목공사 하듯 한강을 뒤엎은 결과 오랜 세월 한강에서 지내온 야생 생물들이 살 곳을 잃고 사라졌고 수질이 악화하고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이 사라지는 등 후유증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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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한강 [서울시 제공]

◇ 한강에 유람선 뜨고 한강공원 생겨

정부는 서울을 국제도시로 단장하고 수변공원을 확충하기 위해 1982∼1986년 한강종합개발사업을 했다.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하천 공간을 다목적으로 이용·개발하기 위한 사업에 당시로서는 막대한 금액인 9천560억원을 투입했다.


17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종합개발 이전 한강은 수량과 강폭이 일정하지 않고 수변 공간이 개발되지 않은 원형 그대로에 가까운 하천이었다.


비가 많이 오면 망원·합정 등 저지대가 침수되는 등 치수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가뭄이 들었을때는 가느다란 물줄기로 쪼그라들었다.


정부는 신곡과 잠실 수중보를 설치하고 바닥을 준설해 깊이 최소 2.5m의 주운 수로를 개발하고 유속과 수심을 고르게 했다. 한강은 자연스럽게 흐르는 강이 아니라 양쪽 수중보에서 통제되는 공간이됐다. 지금 한강은 강폭이 일정한 수준으로 유지된다.


그 덕에 규모가 큰 유람선이 고정적으로 한강을 다닐 수 있게 됐다.


은빛 백사장이 펼쳐졌던 호안은 둔치사면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회색 콘크리트로 덮었다.


한강 변 양쪽에는 694만㎡ 규모 한강공원을 조성했다. 잔디를 깔고 체육공원 등 각종 체육·위락·수련·편의시설을 설치했다.


암사동∼성산대교 간 강남도로 4차선을 8차선으로 확장하고 도로를 새로 만들어 총 36㎞의 올림픽대로도 건설했다.


◇ 생태계 훼손과 수질오염 '부작용'

한강은 국제행사에 참석하는 외국 손님들을 맞기에 부끄럽지 않은 모습으로 환골탈태했다는 평을받았다. 그러나 충분한 검토 없이 즉흥적으로 추진한 후유증이 곧바로 나타났다.


유속과 수심이 일정해진 탓에 생태계가 뒤흔들렸다. 어류 산란지가 단순해지고 연가시와 같이 국내 주요 하천에 흔히 서식하는 저서성무척추동물은 소멸했다. 모래 퇴적지가 사라지며 도요새·물떼새류가 갈 곳을 잃었다.


올림픽대로에 교통 체증이 심해졌고 도로 제방 때문에 양쪽 생태계는 단절됐다. 쌩쌩 달리는 차량의 불빛과 소음은 야생 동물들을 괴롭혔다.


도로 매연과 둔치 인공포장 등으로 수질 오염이 심해졌다. 하천은 자정 능력을 잃었다.


1993년 서울YMCA가 서울 시민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한강이 안은 가장 큰 문제로 88.7%가 수질오염을 꼽았을 정도다.


호안을 덮은 콘크리트의 회색빛은 답답한 풍경을 그렸다. 한강 주변으로 성냥갑 같은 고층 아파트가 늘어서 유람선을 타도 볼만한 경치가 없었다.


한강 물 흐름이 일정해지니 백사장이나 자갈 등 퇴적지가 생기지 않아 자연미도 사라졌다.

 

예전 한강은 광나루, 뚝섬, 이촌에서 양화진까지 백사장이 이어진 자연 휴양지였고 겨울이면 천연얼음 스케이트장이 됐다. 대통령 선거 때는 유세 현장이 돼 구름떼같은 관중이 모이는 광장이기도 했다.


그러나 개발로 수심이 깊어지고 규격화된 한강은 예전처럼 누구나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곳이 아니게 됐다. 손이나 발을 담그기도 어려운, 멀고 위험한 한강이 됐다.


한봉호 서울시립대 조경학과 교수는 "둔치를 모두 공원화하며 콘크리트 호안으로 만드니까 하나의생태계였던 한강물과 둔치가 단절되고 인공 하천이 됐다"며 "인공시설, 주차장, 잔디밭 등이 들어서고 바닥을 포장하니까 한강에 오염물질이 유입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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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한강 빨래터 [서울시 제공]

◇ 자연성 회복하고 관광자원으로

서울시는 2006년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를 발표하며 자연성 회복과 수상이용 활성화 등을 내세웠다.


인공호안에 자연석을 쌓는 등 자연형으로 복원하고 여의도 샛강, 강서 습지, 고덕수변, 암사동, 난지생태 습지 등 총 5개 생태공원을 만들었다.


생태공원에는 전망데크, 조류전망대, 현장학습장, 탐방로 등 다양한 생태 체험 시설들이 마련됐다. 난지도에는 캠핑장과 야구장 등 시민 레저시설이 들어섰다.


당산역 등에서는 지하철역과 한강공원 입구를 직접 연결했고 양화, 마포 지구의 버스 정류장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해 시민들의 접근성을 높였다.


서울에 아름다운 야경을 만들기 위해 한강 교량에 조명도 추가로 설치했다.


그러나 한강 랜드마크로 건설된 세빛둥둥섬이나 한강을 대표하는 관광자원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 한강 요트장 마리나, 한강 유람선 아라호 등이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해 세금만 낭비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여전히 한강에 적절하지 않은 화훼류를 심는 등 생태 특성을 고려하지 않았다. 야간 조명은 여전히 야생동물들의 삶을 괴롭혔다.


한 교수는 "한강르네상스는 세빛섬 등 한강에 어울리지 않는 인공 시설물을 넣고 공원에 분수, 판매시설 등 인공구조물을 더 많이 넣는 등 여전히 인공 시설 설치에 초점이 맞춰졌다"고 지적했다.


2012년 이후에는 한강 자연성 회복에 방점이 찍혔다. 시는 한강공원 전 지역에 어울리는 나무를 심고 한강 숲 등 자연녹지를 조성했다.


2012∼2014년까지 한강 숲을 조성하면서 나무 총 54만 5천주를 심었다.


시는 2014년에는 '2030 한강 자연성 회복 기본계획'을 수립했으며 지난해는 여의도, 반포, 강서, 뚝섬 한강공원 등에 한강 숲·힐링 숲 등을 조성하면서 나무 6만여주를 심었다.


성산대교 남단 상류 양화한강공원에는 친수공간을 조성해 물놀이장을 만들고 나무를 심었으며 반포한강공원에는 자연형 호안을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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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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