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상세페이지

<맛난 음식> 스태미나와 피부 미용에 좋은 주꾸미

기사입력 2016.05.19 14:00

SNS 공유하기

fa tw gp
  • ba
  • ka ks url


    14636339592115.jpg
    사진 / 전수영 기자

    (보령=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 면후심흑(面厚心黑). 낯짝은 두껍고 속은 시커멓다? 정치인의 속성을 질타하는 ‘후흑학’(厚黑學)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니다. 바로 이 계절의 진객이자 별미인 주꾸미 이야기다. 주꾸미로 유명한 충남 보령 무창포를 찾았다.


    문어과의 주꾸미는 오동통한 머리 부분과 여덟 개의 다리 부분으로 이뤄져 있는 바다의 연체동물이다.


     머리에는 자신의 생존을 위해 시커먼 먹물을 안전판처럼 품고 다닌다. 적이 나타나 자신을 위협할 경우 이 먹물을 순식간에 내뿜고 줄행랑을 친다. 일종의 호신용 연막작전인 셈이다.


    주꾸미는 포란기이자 산란기인 봄철에 맛이 가장 좋다. 3월과 4월에 알을 몸속 가득 품고 있다가 5월 중순 몸 밖으로 내보낸다. 봄날 주꾸미 맛의 정수는 바로 이 알에 있는 셈이다. 그래서 ‘봄에는 주꾸미, 가을에는 낙지’라는 말이 나온 것 같다.


    주꾸미와 낙지는 생김새가 비슷하다. 다만 모두 여덟 개인 다리의 길이에서 뚜렷한 차이가 난다. 낙지가 주꾸미보다 두 배가량 길다. 어부들은 주로 소라 껍데기를 이용해 주꾸미를 잡는다. 주꾸미는 은신하거나 산란하기 위해 소라 껍데기에 숨어드는데 이런 생존ㆍ번식 본능을 이용해 포획하는 것이다. 연어처럼 주꾸미 암컷도 알을 낳은 뒤 곧바로 숨을 거둔다. 주꾸미의 수명은 1년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에서 주꾸미의 주산지는 서해안이다. 보령, 서천, 군산 등이 그곳이다. 얕은 바다에 모래자갈 또는 진흙이 드넓게 깔려 있어 생존과 번식에 안성맞춤이다. 주꾸미는 조개류와 물고기류를 주식으로 살아간다.


    ◇ 끓일수록 깊고 시원한 맛 더해

    주꾸미 요리에는 무엇이 있을까? 크게 샤부샤부 요리와 볶음 요리를 들 수 있다.


    샤부샤부의 경우 다시다 물에 조개, 파, 쑥갓, 팽이버섯과 함께 주꾸미를 넣고 끓인다. 시원한 국물 맛이 그만이다. 같은 식재료라도 어떻게 요리해 먹느냐에 따라 맛이 크게 달라진다. 샤부샤부 요리에서는 주꾸미 머리를 가위로 잘라 먼저 냄비에 넣는다. 머리 부분은 다리에 비해 끓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뿐 아니라 끓일수록 진국이 푹푹 우러나기 때문이다.


    머리 부분은 익어가면서 색깔이 차츰 달라진다. 붉은색으로 변하면 고기가 익었다는 신호나 다름없다.


    끓이면 끓일수록 머릿속 시커먼 먹물이 우러나와 깊고 시원한 맛을 더한다. 다리 부분은 머리보다 나중에 넣되 익었다 싶으면 얼른 꺼내 먹는 게 좋다. 함께 넣는 조개도 마찬가지다.


    볶음 요리의 특징은 매콤한 맛이다. 대파, 당근, 고추장, 물엿, 양파, 참기름과 함께 주꾸미를 볶아 먹으면 샤부샤부와는 또 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고기를 거의 다 먹은 뒤에는 밥을 넣어 볶으면 색다르면서도 푸짐한 식사가 된다. 주꾸미는 샤부샤부나 볶음 요리 외에도 회로도 먹을 수 있다. 낙지보다 연해서 씹기에도 좋다.


    충남 보령 무창포의 한 식당에서 만난 강희석(62)ㆍ이명옥(59)씨 부부는 “담백하고 쫄깃한 주꾸미의 맛에 이끌려 해마다 주꾸미 철이면 대전에서 이곳으로 자주 놀러 온다”며 “남자에게는 스태미나에, 여자에게는 피부 미용에 좋다고 하는데 정말 그런 것 같아요. 제 얼굴 좀 보세요. 좋잖아요!”라며 활짝 웃는다.

    타우린 성분이 풍부한 주꾸미에는 스태미나와 피부 미용 외에 간의 해독, 빈혈 예방, 콜레스테롤 수치 감소, 기억력 향상 등에도 특유의 효능이 있다고 한다. 기억력 향상과 관련된 성분은 불포화지방산 DHA. 어린이들이 먹으면 두뇌 발달에 좋고, 어른들이 먹으면 치매 예방에 효험이 있다. 특히 주꾸미의 먹물에는 항암 효과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바닷가에서 파도 소리 들으며 먹으면 더욱 진미

    주꾸미도 인공양식을 할까? 무창포 수산시장상인회의 김병화(47) 회장은 “우리 지역에서 팔리는 주꾸미의 대부분이 서해 앞바다에서 소라 껍데기를 이용해 잡거나 낚시로 포획한 것으로 인공양식은 본래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자연산이 주류를 이루다 보니 공급이 소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어로기술의 발달로 남획이 이뤄지고 있는 데다 가뭄까지 겹쳐 주꾸미는 근래 들어 ‘귀하신 몸’이 돼 버렸다. 육지가 가물면 바다도 가물기 마련인데 지난해 가뭄 여파로 올해에는 예년보다 주꾸미가 귀해졌다.


    어획량 감소로 값이 많이 올라 생산자나 판매자, 소비자 모두를 난처하게 한다. 4월 초를 기준으로 할 때, 지난해까지만 해도 1㎏에 4만원가량이던 현지 수산시장의 주꾸미값이 올해는 4만5천원으로 껑충 뛰었다. 주꾸미값과 쇠고깃값이 같아진 셈이다. 두 명이 주꾸미 샤부샤부를 먹으려면 주꾸미값 4만5천원에 식당 요리비 1만원을 추가해 최소 5만5천원이 든다. 물론 밥값이나 면값, 술값 등은 별도다.


    주꾸미처럼 다리에 빨판이 있는 연체동물을 날로 먹을 때는 조심해야 있다. 성급히 먹다가는 빨판이 입안의 기도나 식도에 달라붙을 수 있어서다. 주꾸미를 무심코 삼키다 목숨을 잃는 경우가 간혹 발생한다. 날로 먹을 때는 잘게 잘라서 천천히 씹어 먹어야 한다.


    흔히 주꾸미는 바다에서 나오는 봄의 전령사로 일컬어진다. 봄철이 되면 서해안 곳곳에서 주꾸미를 소재로 한 축제가 열린다. ‘보령 신비의 바닷길 주꾸미ㆍ도다리 축제’가 대표적이다. 올해의 경우 3월 18일부터 4월 10일까지 무창포항 일원에서 맨손고기잡기, 주꾸미 디스코 경연대회 등 프로그램으로 다채롭게 열렸다.


    인근 서천군 서면 마량리에서는 3월 26일부터 4월 8일까지 ‘서천 동백꽃·주꾸미축제’가 열려 동백꽃도 보고 주꾸미 맛도 느껴보는 일거양득의 기쁨을 만끽할 수 있었다. 같은 주꾸미를 먹더라도 갈매기들이 훨훨 날아가는 바닷가에서 철썩철썩 치는 파도 소리를 들으며 먹노라면 더욱 진미가 아닐 수 없다. 음식 맛도 반쯤은 분위기로 즐기기 때문이다.

     

    14636339629480.jpg
    사진 / 전수영 기자


    backward top home